멘탈이 안 좋을 때 글을 적습니다
편집자 주: [한심한 직장인 D] 지난 글들을 아래 목록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내 직장 상사는 싫은 말을 잘 못하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냥 허허 웃고 마는 사람이다.
오늘 오후 5시경 일이었다. 그가 나에게 시킨 분석을 하고 있었는데, 지나가다가 쓱 고개를 들이밀고 한참을 쳐다보더니 한 마디 했다.
“이거보단 아직 안 본 C, D, E 등등등을 더 찾아봐야 우리가 원하는 것에 좀 더 가까워질 것 같아. 내일은 그거 마저 부탁해.”
그리고 난 아주 자연스럽게, 그리고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오늘 내가 하고 있던 일의 수준이 그가 지시한 것에 비해 한참 모자랐다는 것을.
난 소심해서 남들 반응에 참 예민하다.
다른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 대해 보이는 반응에도 예민하지만, 무엇보다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건 나에 대한 타인의 의견이다.
그래도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한다.
오늘 상사 얘기를 듣고 ‘아 뭘 더 할 게 있구나. 근데 내일이 벌써 수요일인데 이번 주 안에 뭐라도 나올 수 있으려나…’까지만 생각하고 말았던 것만으로도 이미 장족의 발전이다.
예전처럼 남이 무슨 말을 하면서 내 부족함을 일깨워줬는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생생하게 머릿속을 울리지는 않으니까.사실 상사가 뭘 찾아보라고 했는지 벌써 까먹어서 큰일이다
같은 선상에서, 잘 하지 못하는 것 같아 불안하지만 또 잘하고 싶었을 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