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뵙겠습니다, 인문학도입니다. - 김박사넷

처음 뵙겠습니다, 인문학도입니다.

소설을 쓰고, 문학 연구를 합니다. 종종 소설가나 문학 연구자가 됩니다.




1. 그의 말줄임표가 우리를 울게 만든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요즘 같은 세상에, 어쩌다가 인문학도가 되셨어요?”라고 질문하는 용기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몇 없다. 물론 오래 알고 지낸 친구에게 위와 같은 질문을 받게 되는 일도 드물다.


감히 추측해보건대 대부분의 인문학도는 차라리 이런 식의 감탄을 더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인문학도세요? 와, 대단하세요…….”



핵심은 ‘와’도 아니고, ‘대단하다’도 아니고, ‘……’에 있다.

나를 가장 자주, 그리고 가장 심각하게 당황하게 하는 것이 바로 이 말줄임표(……)다.



그의 줄어든 말속에 어떠한 내용이 숨어 있는지 당사자인 내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어째서 하고픈 말을 숨기고 점 여섯 개를 찍고 말았는지, 그 이유 또한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그는 내가 ‘문학·예술·여성·박사 과정생’이라는 가난한 키워드들을 한몸에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고 있는 사려 깊은 사람인 것이다. 이런 인사말을 건네는 이들은 높은 확률로 인문학과 크게 관계없는 삶을 살고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문계 대학원생들의 고달픔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본 바 있다.



그의 그러한 배려는 진심으로 고맙지만, 이처럼 어색한 칭찬 앞에서 나는 어쩐지 변명을 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평소 능청스럽기로 유명한 나조차 잠깐 멍청한 표정을 짓고 만다.


나는 과연 어떤 대답을 해야 하는 것일까.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마음이 급해진다. 그가 나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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