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뵙겠습니다, 인문학도입니다] 마음을 지키는 일 (2)

[처음 뵙겠습니다, 인문학도입니다] 마음을 지키는 일 (2)

소설을 쓰고, 문학 연구를 합니다. 종종 소설가나 문학 연구자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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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뵙겠습니다, 인문학도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인문학도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인문학도입니다] 마음을 지키는 일(1)




이따금 이런 생각을 했다.


그야말로 모든 것이, 그 어떤 마음과 그 어떤 노력도 모조리 돈으로 치환되는 이 사회에서 나는 무엇일까.


내가 어제 읽은 논문들, 이론서들, 시와 소설들은 오늘의 나에게 무엇이 되어 있는 것일까.


밥을 먹으면 살이라도 찌지, 어제의 내가 머리를 싸매고 씹어삼켰던 그것들은 지금 도대체 어디로 가 있는 것일까. 



나는 무엇일까.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제 사람들은 아이를 낳지 않는다.


미래의 아이를 충분히 사랑해줄 자신이 없어 낳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테고, 아이 따위엔 애당초 관심 없는 사람도 있을 테고, 벌써부터 사랑하게 되었지만 그래서 더더욱 낳지 않길 결정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지구가 갈수록 풍요로워지고 있으므로, 우리가 우리의 기대 수명대로 자연스럽게 죽기는 애진작에 글렀으므로.



태어나지 못한 아이는 대학에 갈 수 없다.


그러니까 강사나 교수의 머릿수는 지금으로도 충분하다.


입학 정원을 채우지 못한 대학들은 나날이 문을 닫을 것이고, 정규직을 잡지 못한 계약직 강사들은 연구와 강의가 아닌 다른 일들─자신이 지금껏 쌓아온 커리어와는 일절관 관계 없는 일들─을 찾아나서야 할 것이다.


책값을 벌기 위해서, 다음 달의 통신비를 내기 위해서, 죽지 않기 위해서.



자,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언젠가 60대의 남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