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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벤처 = 스캠 인가?

2025.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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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박사하면서 연구에 대한 회의감이 많이 생기네요.
최근 R&D가 예전 2000년대 벤처 버블이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그때도 기술 혁신, 미래 성장성 같은 말이 넘쳐났고, 구체적인 성과나 실증보다 말과 비전이 먼저 움직였고요. 요즘의 R&D 생태계를 보면 그때의 분위기와 너무 비슷해서, 이게 과연 제대로 된 기술 개발인지 아니면 또 한 번의 집단적 자기최면 될지...

연구개발이라는 단어 자체가 사실 엄청 무게가 있고, 원래는 실험·검증·재현성 기반의 매우 엄정한 활동이여야 합니다. 예전 회사 연구소에 할때도 위의 세가지를 중요하게 여기고 국가 과제를 진행했었는데, 요즘 시장에서 R&D가 쓰이는 방식은 마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장식용 단어”처럼 변질된 느낌입니다.

기술적 근거보다는 비전 PPT가 더 앞서고, 실험 데이터보다 ‘시장 잠재력’ 같은 모호한 말을 더 강조하고, 구체성을 묻는 질문에는 “현재 개발 중”, “파일럿 단계” 같은 말로 계속 흘려버려리네요

2000년대 벤처 버블 때도 기업들은 기술보다 스토리를 팔았고, 투자자들은 실제 가치보다 기대감에 돈을 넣었고, 결국 실체 없는 회사들이 줄줄이 무너졌고, 지금 R&D 생태계가 흘러가는 방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기술성숙도는 내부자만 알 수 있고, 외부에서 확인할 방법은 거의 없고, 발표자료는 화려한데 실제 구현 여부는 묘하게 불투명하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캠처럼 보이네요.

물론 실제로 묵묵히 기술을 개발하고 실험을 반복하는 진짜 연구자들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문제는 지금의 시장 구조가 이런 “정직한 연구”보다 “잘 포장된 연구”를 우선적으로 선택하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어찌보면 한국 사회 특징인 것 같기도 하고) 과장과 모호함이 경쟁력이 되는 기형적인 구조 속에서, R&D라는 단어가 점점 현실에서 괴리된 상징처럼 부풀어 오르고 있는 느낌이 드네요. 기술 생태계가 이렇게 서사 중심으로 흘러가면 결국 버블은 반복되고, 시장은 또 한 번 불신을 겪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R&D라는 단어가 스스로의 무게를 잃어버리고, 2000년대 벤처버블의 재현처럼 보이게 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박사하면서 이런 것 때문에 성숙도가 높은 주제를 틀긴했는데, 그냥 연구에서 키워드, 포장성, 서사 가치가 연구 결과 가치 보다 중요하게 여겨지니 이런저런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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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개

2025.11.18

네이버, 카카오도 들여다보면 어후

대댓글 1개

2025.11.19

네이버 카카오도 그렇고 연구개발이 연구소이나 기업의 미래 먹거리를 위한 명분 처럼 됐죠.

2025.11.19

다들 속으론 알고 있죠.
그런데 자리잡은 사람들은 포기할 수가 없죠. 밥그릇인데요.

이래서 최전방에서 기술개발하고 있는 기업들의 연봉이 크게 올라가는 것에 대한 불만이 없습니다. 진짜 엔지니어로서 사회에 기여하는 것은 결국 학계보단 인더스트리일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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