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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이 수정되지 않는 박제글입니다.

20살 자퇴생 인생 길잡이가 되어주세요. (긴글)

2023.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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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전부터 가지고 있던 고민이 저를 잡아먹는 것 같아 긴 글을 써봅니다.
현재는 다니던 10위권 학교(컴공) 자퇴 후 집에서 시간만 죽이고 있습니다.
편의 상 이전 학교는 ㅁ학교로 부르겠습니다.

중학교 시절엔 그저 코딩에 빠져 학교 공부는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매일 학교 가서는 자고 매일 밤새면서 다른 걸 했죠.
그렇게 평범하게 일반고에 와서 지내던 중 우연히 물리학에 빠지게 됩니다.
중학교 땐 그저 위치에너지 운동에너지 등등 지루해서 한번 보고 넘겼지만,
그때 처음 느꼈던 물리학에 대한 즐거움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전 물리학에 빠져 2년을 지냈습니다.
중학교 때와 마찬가지로 학교에선 자고 밤새 다른 것을 했죠
혼자 halliday 일반물리학, 파인만 빨간책, 스튜어트 미적분학 등 그땐 그냥 취미로 공부했습니다.
미래 걱정 없이 막연히 물리학이 재밌어서 물리학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은 했지만 진지하게 그러고 싶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주위에서 모두 입 모아 순수 이론은 먹고살기 힘들단 말에 두려워서 외면했던 것 같습니다.

고3이 되어서야 그럼에도 정말 물리학자가 되고 싶단 생각에 학교 공부를 시작하여 흔히 말하는 정시파이터로 살았습니다.
솔직히 열심히 안했습니다. 너무 너무 재미없는 국어와 영어, 그냥 과목이 비호감인 지구과학... 하루하루 끝나길 버텼습니다.
그따구로 고3 1년 공부하고 받은 제 수능 점수로는 목표 대학은 무슨 그 보다 낮은 학교조차 어림도 없었습니다.
수학 하나만 1등급이고 다른 과목은 오히려 공부하기 전보다도 떨어졌습니다.
그냥 대학 안다니고 군대나 가겠다고 부모님과 싸우며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래도 수학 점수가 아깝다며 부모님의 완강한 부탁에 못 이겨 딱 한 곳 추가 모집으로 넣어 ㅁ학교에 추가 합격하였습니다.

처음 대학 가서는 나름 잘 지냈습니다.
동아리도 가입하고, 처음 본 친구들과 어울려 잘 지냈습니다.
공부도 어느 정도는 해 중간고사에선 글쓰기를 제외한 모든 과목에서 과 수석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제 마음 한편에 공허한 느낌이 있었지만, 그 당시엔 이유를 알지 못했으나, 지금은 명확히 알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제 기준으론 컴퓨터 쪽 공부는 너무 재미가 없습니다.
알고리즘, 머신러닝, 딥러닝 등등... 솔직히 1학년 학부생이 공부해봤자 뭘 알겠냐 싶겠지만요....ㅎ
그렇기에 여러 학부생을 위한 강연도 들어보고, AI 쪽 박사 과정하고 계신 분, 교수님과 개인 상담을 해보고,
여러 코딩, AI 모델 빌드 등 여러 가지를 해보았지만,
단순히 제가 느끼기엔 물리학에 비해 재미가 없습니다..
반면에 물리학 공부를 할 땐 한 번씩 제 심장이 뛰는 게 느껴집니다.
그때 거울을 보면 저도 모르게 웃고 있는 모습에 한 번씩 소름도 끼칩니다.
그만큼 물리학 공부는 저에게 큰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하나의 기둥이 된 것 같습니다.
그 어떠한 공부를 하여도 이 공부만큼 행복한 것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제가 찾아본 현실이 더 큰 상처가 된 것 같습니다.

서론이 길어서 죄송합니다.
다음부터가 제가 가진 질문들 입니다.

첫째, 너무 늦었다.
저도 압니다. 순수 물리, 순수 수학하시는 분들의 커리어들.
과고 조기 졸업, 서카포 조기 졸업, IPhO 경험. 23~25살 박사 학위 하시는 해외 괴물 분들..
그에 반해 전 아무것도 없어요.
가진 거라곤 고등학교 졸업증밖에 없는데, 심지어 올해는 늦었고 내년에 수능 치면 나이상으론 삼수입니다.
군대까지 다녀오면 전 28살에서야 석사학위 겨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솔직히 그러고도 그들에 비해 제 실력이 떨어져 평생 떠돌며 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듭니다.
이미 출발선부터 전 압도적으로 뒤에 쳐박혀있는데 특히 입자물리, 양자물리쪽을 하고싶은 전 굉장히 늦은나이 아닌가요...?

둘째, 유학과 관련된 험난한 미래.
솔직히 말해, 집안이 부유한 것도 아니고, 재수까지 실패하여 상위권 물리학과에 들어가지 못한다면,
전 현실 부정하는 몽상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그땐 전 뭐 먹고 살아야 되나 막막함에 재수 시도하는 것 조차 두렵습니다.
심지어 성공하여 운 좋게 최상위권 대학에 간다 할지라도 첫 번째 의문에 확신을 가지지 못하겠습니다.
또한 한국 상위권 대학이라도, 해외 학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해외 대학원 컨택에 힘들다는 여러 글을 접하고 난 이후론,
이젠 들어가지도 못한 한국 최상위 학부 조차 의심이 갑니다..
심지어 이론 물리학 교수분들도 대부분이 미국 박사인데(아니라면 죄송합니다.) 이들과의 교수 임용 또는 연구원 경쟁에서도
확연히 미국 박사에 비해 국내 박사의 메리트가 떨어지는거 아닌가요?

셋째, 유럽 유학.
앞서 본 국내 학부는 물론 미국 학부는 더 가능성이 없기에 자연스레 다른 길을 찾아보았습니다.
도피 유학 맞습니다. 제 인생 20년이 부정 당한 것 같습니다. 재수, 삼수 할 자신 없습니다. 못 버티고 끈 놓을 것 같습니다.
독일, 영국 등 앞서본 길보단 비교적 쉬운 유럽 쪽에서 학부를 보내는 건 어떤가요?
정보도 별로 없고 그저 쥐푸라기 하나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물어봅니다.

요약하자면
1. 이론 물리학에선 제 나이가 늦은거 아닌가요?
2. 한국 학부와 미국 학부를 비교하였을 때, 대학원 컨택에 확연한 차이가 있나요?
3. 국내 박사와 미국 박사의 교수임용 or 연구직에서의 경쟁력 차이는 어느 정도 인가요?
4. 순수 과학기준으로 유럽 학부는 어떤가요?
정도입니다.

열등감에 쓰는 글?
겨우 20살이 무슨 걱정?
현실도 모르는데 아는 척 하는 글?
다 맞습니다. 어리석은 전 아무 변명할 생각 없습니다.
단지 미지에 대한 두려움에 쓴 글입니다.

전 그저 이론 물리가 너무 하고 싶습니다.
결혼 돈 모든 걸 포기하고 한번 부딪혀 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저에겐 시작할 용기조차 없는 것 같습니다.
차라리 누가 씨앗조차 나지 못하게 시원하게 밟아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시원하게 취미로 묻어두고 다른 길을 갈 수도 있잖아요.
이상적인 다 잘 될거야 답변은 감사하지만 사양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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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8개

2023.09.11

솔직히 한국에선 힘들어보이고, 미국 씨티컬리지 다니다가 주립대 편입후 대학원 가는게 제일 가능성 있어보이네요.

대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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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1

누적 신고가 20개 이상인 사용자입니다.

도피유학은 미국으로 가야지 유럽은 현지 언어 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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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 1

2023.09.11

저는 중학교 시절 물리학에 푹 빠졌습니다. 뉴턴역학의 정교함, 전자기학의 아름다움 등등. 말로 형용할수가 없었죠. 정말 푹 빠져서 혼자 공부하다보니 중학생때 이미 수능 물리는 손쉽게 풀고 특수상대성 이론 정도까지 독학했었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때는 부모님의 강권으로 물리학이 아닌 공대의 전기공학과에 입학했어요. 저는 운이좋게도 처음부터 최상위권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대학초기에는 내가 목표로 했던 양자물리, 이론물리 이런걸 못한다는 것에 좌절했지만 그래도 꾸역꾸역 학교를 다니다 보니 전기공학도 물리학과 상당히 비슷하고 제가 좋아했던 포인트와 흡사하더군요. 자연현상, 기계 등을 관찰하고 그것을 수학으로 서술하고 동시에 원리에 대한 통찰도 해야하는. 결국 저는 전기과로 대학원 유학까지 나와서 지금은 미국에서 기업을 다니는데 제가 하고싶은 일, 그러니까 자연현상과 기계현상을 관찰하고 수학적으로 풀어내며 그것에 대한 원리를 통찰하고 새로운 것을 고안해 내는 일을 하는 엔지니어로 일합니다. 참 행복하고 좋아요. 이 과정에서 저는 세가지 요인이 중요했다고 봅니다. 첫째, 너무 최상위권 대학, 물리학과 입학 등과 같은 것에 집착하지 않고 제가 하고싶은 일을 할수 있는 것이라면 유연하게 대처했다는 거에요. 꼭 물리학과가 아니라도 비슷한 일을 할수있는 전기공학에 입학했고 대학원 유학을 갈때 최상위권대를 고집하지도 않고 그래서 평범한 주립대에 갔어요. 둘째, 제가 하고싶은 일을 즐길수 있는 곳을 택했다는 거에요. 유학을 오고 미국에서 취업을 택한 이유도 미국에서 제가 정말 하고싶은 일을 할수있는 환경이 주어져서이고 교수 임용이 아닌 미국기업을 택한것도 여기서 정말 제가하고싶은 환경이 주어졌거든요. 교수임용에 과도하게 집착하지 않고 기업환경이 좋은 미국에 온게 잘한 선택 같습니다. 셋째, 그럼에도 제가 하고싶은 일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았다는 겁니다.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되 제가 하고싶은 것에서 너무 멀리가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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