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로 인한 대학원 진학 포기

정확히 1년 전 21년 12월 끝 무렵에 학부 연구생으로 저희 랩실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저보다 한 3개월 정도 먼저 들어간 동기(지만 1살 많음)가 하나 있는 제가 들어 오기 조금 전부터 사이가 안좋아졌습니다.

사실 사이가 안좋아졌다기 보다는 제가 그 사람에 대해 감정이 매우 안좋아졌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같은 랩실에서 생활을 하다보니 서로 말 한마디 안하다가 박사과정하시는 랩장 형이 자리를 만들어줬는데

여전히 마음이 풀리지가 않더라구요. 그렇게 몇번 더 그런식으로 해결해보려 했지만 여전히 마음은 풀리지 않았고

그 동기랑은 그냥 도저히 대화가 안된다는 생각밖에 안들더라구요. 그렇게 22년 한해 동안 정말 괴로웠습니다.

제 성격이 예민하기도 하고 화도 좀 많은 편이긴 하지만, 꼴에 자존심도 있고, 랩실 분위기 안망치려고 괜찮은 척 했는데

그게 잘 안돼서 오히려 더 예민하게 굴기도 한거 같습니다. 그러다 저번 달 12월 말 그 동기랑 죽고 못사는 사이인 한 학번 후배가

랩실에 들어왔습니다. 랩장 형도 최대한 중립을 유지했지만, 이제는 마음이 기울어가는게 보이기도 했구요.

저는 계속 고립되어 가는 느낌이었고, 상황은 계속 안좋아져 가기만 하니까 결정을 했습니다.

하루이틀도 아니고 1년을 지내왔으니까요. 교수님께 대충 둘러대고 나가려던걸 랩장형이 그냥 솔직하게 다 얘기해보자해서

대충 사이가 매우 안좋고 스트레스가 심해서 나가겠다 하니 교수님께서는

니네가 할 일도 똑바로 못하면서 자존심을 부리는 거냐, 지금 감성적으로 이런거 따질때냐, 너희의 문제를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나도 겪었다 하지만 이걸로 인해 영향을 받으면 안된다. 이까짓것 때문에 인생 걸거냐, 등등 제가 봐도 모법답안들을 말씀하셨습니다.

한 3시간을 얘기만 들은 거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내가 교육자로서 너를 한번 잡는게 맞는거 같다. 바로 얘기 안해도 되니까

마음 다잡으라고 하시길래 사흘만 주시면 생각 정리하고 결과 말씀드리겠다 했습니다.


1년치 얘기를 여기에 다 풀어 낼 수는 없겠지만, 대충 이런 상황입니다. 이유가 어찌 돼었건 저의 처신이 잘못되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느끼기에 이걸 묻고 가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그 동기와 저는 공존할 수 없다 입니다.

이제는 교수님까지 알아버리셨고 너무 헤집어 놓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마음 잡고 하겠다 해도 얼굴에 철판깔고 생활하려면 그건 그

거대로 힘들고 지금의 문제는 또 문제대로 그대로 안고 갈 거 같습니다. 랩실에 있으면 일적으로도 관계적으로도 바보가 되는 거 같습니

다. 일은 잘 모르니까 그렇다 쳐도 뭔가 생활면에서도 군대, 노가다 같은 극단적이었던 상황에서도 항상 잘지냈고 문제가 생겨도 금방 털

고 이겨냈는데 랩실에만 있으면 뭔가 말리는 거 같고 원래 폼이 안나오는 거 같고 그런 느낌이 듭니다. 제가 랩실 사람들이랑 결이 안맞아

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다 친구나 동생 같은 지인을 만나면 그래 이게 나야 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찌하면 좋을지 너무 막막합니다. 연구생 하느라고 취준도 되어있지 않아 지금 나가면 당분간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라는

것도 잘 알고 있고요. 저는 학부생때 교수님 수업을 듣고 다른 교수님들이랑은 다른 분이시라는 게 느껴졌고 하시는 말씀들이 다 가슴을

울리는 말들이어서 교수님 한 분 보고 대학원 진학을 결정한거라 나가게 된다면 학사후 취업으로 가려고 합니다.

두서 없이 썼는데, 선배 연구자분들의 조언 한마디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