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 1학기차입니다. 연구가 하고 싶어서 대학원에 왔고, 아직 이렇다 할 실적도 데이터도 없고 실수도 잦지만 어찌저찌 적응하고 있습니다.
실수투성이에 말썽도 너무 많이 피우는 모자란 학생이지만, 과제가 생긴 이후부터 한 가지 주제를 파고들다보니 더 공부하고 더 연구하고 싶은 욕심이 생깁니다.
같은 연구실 선배님께서는 진지하게 박사도 고민해보라 말씀해주셨고, 저도 대학원 입학할 때부터 박사를 염두에 두고있던 터라 슬슬 생각을 해보게 되었는데요.
우선 제 실력이 남들보다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고, 제가 그렇게 연구에 목말라 사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주변을 보면 저보다 훨씬 대단한 사람들도 석사만 하고 나간다는데 제가 뭐라고 이런 고민을 하나 싶어져요. 제가 워낙 의지가 약한 사람이고 멘탈도 그리 강하지 못해서 중간에 그만두는 민폐를 끼칠까 걱정이기도 하고요. 흔히 박사과정을 선택하는 사람들에 비교하면... 전 똑똑하지도 일을 잘하지도 않고 열정이 높지도 않으며 실험을 잘하는 것도 아이디어가 특출나게 좋은 것도 아닙니다......
다만 그럼에도 생각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전 인생에서 돈이 그리 중요한 사람이 아닙니다. 물론 사회로 나가게 되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전 제가 정신적으로 힘들지 않은 일을 하고 싶고 이왕이면 관심 분야에 종사하고 싶어요. 그게 연구라 생각합니다. 안 힘들다 하면 거짓말인데 지겹지는 않아요. 힘들고 피곤하다는 생각은 들어도 지겹지는 않습니다. 스트레스 받아도 죽고싶을 정도는 아니에요. 그냥 이렇게 몇년 살아도 상관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막연히 듭니다. 저 주제에 엄청난 연구를 진행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있구요ㅎㅎ
글이 길어졌는데, 그래서 묻고 싶은 건... 여기 계시는 박사님들께서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박사를 선택했는지, 어떻게 졸업까지 가실 수 있었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또 그만두고 싶었던 적이 있었는지도... 궁금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여름 무더위 조심하세요!
카카오 계정과 연동하여 게시글에 달린 댓글 알람, 소식등을 빠르게 받아보세요
댓글 4개
2025.08.08
그렇게 연구에 목말라있지않으면 박사하지마세요 그냥 하지않는게 좋습니다 5년이라는 시간동안 돈버는게 훨씬 멘탈리티도 덜상하고 좋아요
2025.08.09
박사는 똑똑하거나 뛰어나거나 잘난 사람이 하는것도 아니고, 돈을 벌려고 하는것도 아닙니다. 제가 지금까지 본 박사의 유형을 크게 나누면, 1. 딱히 미래에 뭐할지도 모르겠고 뭘 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학벌도 애매한 경우 그냥 버티자는 마인드로 하는 유형. 끈기와 인내심은 좋아서 어찌어찌 박사를 받으나 보통 박사 받고 취업루트. 대신 여기서 중도 포기하는 사람도 많고, 물박사 되는 경우도 있음.
2. 정말 교수나 과학자가 꿈이고 꿈을 이루기 위해 하는 사람들. 과정은 힘들지만 교수나 연구원이 되는 상상으로도 행복해지기 때문에, 어떻게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달리는 사람들. 그 사람의 잘남, 똑똑함과는 상관이 없으나 보통 이 유형은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에 연구 실력은 상승하는 그래프
3. 순수하게 연구가 좋은 사람. 새로운걸 발견하거나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실험/분석을 하고 논문 작성하는 과정 자체가 즐거운 사람. 적성이 연구자인 경우인데, 말 그대로 연구를 즐기면서 함. 이러한 경우는 시키지 않아도 혼자 이런저런 아이디어로 논문쓰고, 밤새고 혼자 잘함. 마찬가지로 똑똑함, 잘남과는 상관없으나 즐기는 자는 이기지 못한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이런 타입은 환경이 도와주면 실적이 어마어마해짐. 대신 이건 본성이 나태하거나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 아니면 그저그런 연구자가 됨.
제가 그래도 10년넘게 학계에 발담으면서 본 유형들입니다. 아시겠나요. 모든 유형에 잘남/똑똑함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건 의지, 목표, 끈기 정도 겠네요. 정말 본인이 목표가 어릴적부터 뚜렷하거나 연구가 너무 좋거나이지 않는 이상, 이런 질문을 하는 글쓴이는 1번 유형에 가까울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석사만 해보고 2년 후 박사를 생각해보셔도 되고, 그냥 어떻게 참고 버텨서 박사학위로 대기업 취업하시는걸 목표로 해도 됩니다. 그것도 자신없으시면 석사만 하고 안정적인 직장과 다른 행복(가족, 사랑 등)을 찾아 사시면 됩니다.
2025.08.08
2025.08.09
2025.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