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학부 졸업 시기가 되자 돈을 일찍 벌 수 있는 취업과 학위를 위한 대학원 진학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인생의 가치를 돈을 얼마를 버느냐보다 어떤 일을 하면서 살 것인가에 더 중점을 두고 싶어서 대학원에 일단 진학했습니다.
연구실 인프라는 좋습니다. 국내에서 이 정도 실험장비를 갖추고 기회가 있는 연구실도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결국 연구실 분위기가 저라는 사람에게는 꽤 크게 작용하나 봅니다. 연구실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많으나 정작 제대로 돌아가는 것은 많이 없다고 느껴졌습니다. 교수님 혼자서 그렇게 많은 실험 테크닉과 과제, 연구 주제 등을 하나하나 케어해주실 시간도, 여력도 안된다는 것이 연차가 조금씩 쌓일 수록 느껴지더군요. 결국 내가 얼마나 스스로 찾아서 처음부터 끝까지 할 수 있느냐가 이 연구실에서 살아남아 졸업하는 방법인 듯 한데 저는 그럴 능력이 안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는 중입니다.
사수라는 사람은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고 본인 기분 나쁘거나 조금만 피해가 가도 욕설은 기본이고 인신공격에 신체적 폭력 직전 까지 당해봤습니다. 온갖 가스라이팅에 현재는 자신감과 의욕, 흥미 모두 다 바닥까지 떨어진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아직 실력이 부족한 제 탓을 하며 조금만 버텨보자라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왔지만 이제는 정말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연구는 계속 하고 싶지만 연구실에 나가는 건 너무나도 싫은 상황입니다.
학부 갓 졸업했을 때 막연히 분야만 정하고 대학원에 입학했었는데 와서 조금 있어보니, 정말 관심있는 주제가 생기더군요. 국내에 IST에 관련 연구 하시는 분이 한 분 계시는데 어느샌가 요즘 계속 그 쪽 랩 홈페이지와 논문, 그 분야 관련 논문만 검색하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다음학기까지 마치면 수료조건을 만족합니다. 지금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짐 싸서 옮기고 싶은데 그동안 여기서 고생하면서 배운 것들, 3년 가까운 시간, 마무리 짓지 못할 것 같은 내 실험, 프로젝트들.. 학교 이름, 꾹 참고 조금만 더 견디면 나아질까 하는 막연한 생각 등 매몰비용을 생각하면 너무 아깝지만 그마저도 좋은 경험이었다 생각하고 이만 접고 싶습니다.
저와 비슷한 고민과 경험을 하셨거나 주변 케이스를 보신 분들이 꽤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부모님은 제 마음 가는대로 하라고 하셨는데 과연 제 마음 가는대로 해도 될지 답답한 마음에 선배 여러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추가로 타대에서 석박 수료를 하고 옮기면 수료 자격을 인정해주는지 아니면 일부 학점만 인정이 되는지(IST기준)도 궁금합니다.
두서없이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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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개
2024.05.03
관련 없는 분야면 모를까, 동일 분야면 교수님들끼리 다들 알고 서로 트러블 생길 일 없도록 신경 씁니다. 컨택 함과 동시에 당연히 교수님들 사이에 작성자님에 대해 이야기가 오갈 겁니다.
대댓글 1개
2024.05.03
조언 감사합니다. 현재 교수님과 직접적인 트러블은 없지만 나가고 싶다고 말씀드리는 과정에서 기분 상하지 않고 오해없이 정리할 수 있도록 생각을 정리하는 중인데 이것도 쉽지 않네요. 어떻게 말씀드려야 납득을 하실지... 마음같아선 냅다 질러버리고 싶지만 그건 저만 손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2024.05.04
- 학점인정등은 학교/학과마다 다르니 여기에 물어보셔도 의미없을겁니다. - 윗분말대로 무조건 래퍼런스 체크가 들어갈겁니다. 단순히 석사졸업생이 온다해도 레퍼런스 체크를 할텐데, 교수입장에서도 수료생이 온다고하면 누가 넙죽 받겠나요. IST교수가 상당히 연차가 상당히 높아서 spk 교수를 크게 신경안써도 되는 자리에 있지 않는이상에는요. - 지도교수가 하나하나 떠먹여주는건 애초에 옳지 않은건 본인도 아실겁니다. 박사학위를 받는이상 본인이 책임지는자리에 가게되며, 홀로 연구자로 서야됩니다. 박사과정동안 그런것들을 하나하나 배워나가는거죠. 저는 spk인기랩에 나왔지만, 지도교수는 연구주제에 대해서 큰 가이드라인만 잡아주시고 연구를 금전적으로 지원해주시지, 그 누구도 교수한테 하나하나 캐어해주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 여러가지로 본인연구실에 구성원들과 마찰이 심해서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하지 않는이상, 그냥 본인연구실에서 본인이 원하는 연구를 해나가는게 가장 좋아보입니다. 그러고나서 포닥을 -ist로 가시든지요.
대댓글 4개
2024.05.04
결과적으로 말씀하시는 본질이 뭔지 모르겠지만 - 랩분위기든 뭐든 여러가지로 인해서 정신적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박사 수료하고 나가겠다 -> 누구나 지지할겁니다. 다만 원하는랩으로 옮기는건 상당히 까다로울겁니다. 특히 한국사회에서는요. - 우리랩은 교수가 캐어도 안해주고, 옆에 -ist랩 교수는 재밌는연구를 하고있는데 나도 그거하고싶어서 나가겠다 -> 이런건 본인의 연구에 대한 태도에 대해서 한번 돌아보시길. (잘못됐다는게 아니라요)
2024.05.04
진심어린 조언 감사합니다. 제가 새벽에 너무 갑갑하고 우울해서 오랜만에 커뮤니티 들어와서 의식 흐름대로 글쓰느라 글이 좀 두서가 없었는데요. 그러다보니 원문에 온전히 녹여내지 못한 여러가지 문제들이 많이 있긴 합니다. 그걸 지금 구구절절 말씀드리기보다는 댓글 남겨주신 부분에 대해서 조금 더 여쭤보고 싶습니다.
- 일단 랩분위기가 굉장히 수직적입니다. 저도 나름 16년도에 군대 다녀왔는데 그 때 ptsd가 도질 지경입니다. 심지어 군대 그 악랄했던 선임들 보다도 더한 선배도 있습니다.(가장 큰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러다보니 discussion에 제약이 아무래도 생기고 각자 개인일에 바빠 개인주의 성향도 강합니다. 제가 글에는 저런 표현을 쓰긴 했습니다만 교수님께 하나하나 케어받는 걸 원하는게 아닙니다. 지도교수가 하나하나 떠먹여주는건 옳지 않죠. 반대로 지도교수님을 대학원생이 하나하나 떠먹여드려야 하는 것도 제대로 된 경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저는 연구자로서 홀로 서는 과정이라고 한다면 지도교수가 왜 필요한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구실 내에서 교수와 학생이 할 수 있는 것, 해야하는 역할이 있는것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서로에게 신뢰와 의지를 바탕으로 같이 성장하는 관계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이상은 둘째치고 기본부터 잘못되어진 느낌입니다. 인격적으로나 연구적으로나 교수님을 더이상 의지할 여력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2024.05.04
- 레퍼런스 체크 저도 당연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레퍼런스 체크라는 것이 이전 연구실에서 어떤 학생이었는지 판단하고 싶어서 이루어지는 과정이라고 이해하는데, 지금 교수가 정말 앙심을 품지 않는 이상에야,... 일단은 제 실력과는 별개로 저 스스로 연구실 생활 자체는 나름 성실하고 열심히 했다고 생각합니다. 적응을 못해서 도망친 것으로 보일 여지도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부분은 면담을 통해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영역이고 석사졸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2년 가까이 고생하며 배운것이 있기에 앞으로 연구실을 옮기더라도 그것이 불이익이 되지는 않을것 같습니다. 다만 지금 제가 생각 정리가 안되는 이유는 결국에 지금 교수님께 정중하게 말씀드리면서 오해없이 연구실을 나가고 싶은데 기분이 상하지 않는 선에서 어떻게 정리해서 말씀을 드려야 할 지, 교수님의 성격을 고려했을때 설득할 명분이 clear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요즘 하루종일 어떻게 교수님께 잘 말씀드릴지만 생각하는 것 같네요
2024.05.06
제가 뭐 연구실 상황은 잘 모르고 저또한 정신스트레스를 받으면서 학위를 받는걸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다들 본인이 원하는 직장갖고 행복해지려고 학위를 밟는건데, 불행해지면서까지 학위를 받는 가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우려하는바는 한국학계는 상당~히 수직적이며 경직돼있습니다. 같은학교내에서 석사-박사 랩 옮기는것조차 금기시 돼있는 분위기인데 (일반화는 어렵지만 제가 졸업한 학교에서는) 박사수료-박사는 당연히 더 어려울수밖에 없겠죠. 잘 인지하시겠지만, 가장 어려운건 현 지도교수와 원만하게 헤어지는 겁니다. 다만 이건 변수가 워낙 많기에 잘 해결하실수있도록 응원하는길밖에 없다고 봅니다. 저도 졸업후에 정출연에도 있어봤고, 교수직경력은 없고 해외포닥중이지만.. 한국학계는 많이 경직돼있으니 최대한 잘 대처하시길 추천드립니다. 정출연에서 학교갈때도 욕 엄청 얻어먹습니다. 저도 퇴사하고 해외포닥 나왔고, 나올때 욕안먹으려고 주60시간일하면서 수행과제 다 완료하고 나왔음에도 어떤사람들은 욕할수도 있겠죠.. 한국학계는 정말 좁고, 서로 눈치를 많이 봅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spk학위자체를 포기하는게 아깝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옮기는게 현실적인지는 잘 고민해보시길 바랍니다. 본인이 조그마한오해의 여지를 남기고 옮기게되면 잘못하면 본인과 (구)지도교수와의 갈등이 아니라, (구)지도교수와 (현)지도교수와의 갈등으로 번질수도 있습니다. 그런경우를 실제로 보기도 했고요.
뻔뻔한 쇠렌 키르케고르*
2024.05.04
저랑 완전 똑같은 상황이네요. 저도 그런 사수였고 그래서 더 열심히 했었는데요. spk에서 4년차에 수료하고 ist로 왔었는데 학점 인정은 안 해줘요. 그치만 아마 3년 가까이 생활해보셔서 아시겠지만 어떤 연구실 그리고 교수님이 좋은지는 이제 판단이 되실거에요. 그래서 저는 ist 교수님이랑 상담 여러번하고 인턴까지 하고 다시 들어갔네요. 그리고 저도 레퍼런스 체크하셔서 이전 교수님이 엄청 뭐라하셨는데 그냥 그러려니 했고 지금은 여기서 나름 행복하게 연구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연구실마다 장단점은 있어요. 대신 나이가 좀 찼죠 저도… 그래도 후회는 없습니다.
대댓글 2개
2024.05.04
오 그러시군요 학점인정이 안되면 그냥 수료까지 받을 것 없이 바로 자퇴하는 것이 맞을까요? 고민도 굉장히 많이 하셨을텐데 혹시 연구실 나온 결정적 이유가 저와 비슷하신 건지 아니면 더 구체적인 무언가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뻔뻔한 쇠렌 키르케고르*
2024.05.04
네 같은 이유입니다. 교수님도 그렇고 선배도요. 전 그냥 수료하고 바로 나왔어요. 어떻게 말해야 하나 고민 수천번도 더 했는데 자세한건 우선 얘기 같이 나눠요!! 저랑 완전 같았어서 ㅋㅋ 도움이 될런진 모르겠지만 카톡 링크 남길게요~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시작해 보세요. 링크를 선택하면 카카오톡이 실행됩니다.
2024.05.03
대댓글 1개
2024.05.03
2024.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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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4
2024.05.04
2024.05.04
2024.05.06
2024.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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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4
2024.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