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박사 졸업한지 벌써 4년이 되어가네요. 행복했던 박사학위 시절에 연휴에도 열심히 실험했던 기억이 납니다.
최근 입학하신 여러분이 많이 궁금해할 역할에 대해 제 철학을 적어볼게요.
신입에게 하는말: 선배들 따라다니며 사소한 실험이나 미팅에 참여해야합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게 배울게 있는 선배와 배울게 없는선배를 빨리 캐치해야합니다. 배울게 있는 선배를 따라다니며 하나라도 더 배울 자세가 되어야 빠르게 배우고 실적도 치고나갈수 있어요.
꿀팁은 선배들이 하는 데이터 플랏 (그래프 그리기) 에 관심을 많이 기울이세요. (선배들의 작은 실험에도) 논문쓰고 있는 선배들 옆에서 플랏을 배우고, 더나아가 반복적이고 귀찮은 플랏은 자처해서 해드리겠다고 하세요. 그럼 논문 저자에 이름도 들어갈 기회도 생깁니다. 생각보다 데이터 플랏은 졸업해도 쓸모가 많고 반드시 배워야할 기술입니다.
마지막으로 질문을 많이 하세요. 내가 이런것도 모르는걸 들키기 싫어서 질문하지않으면 큰일납니다. 선배님들이 옆에있으면 질문 정리해서 반드시 물어보셔야합니다. 멍청한 질문을 할수있는게 신입 석사의 특권입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알아도 안보고 물어보진 마세요, "선배님 제가 OOO에대해 몰라서 찾아봤는데, 여기까진 이해가 되었는데 여기부턴 이해야가 잘 안갑니다"가 정석입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박사 선배들이 대답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같이 공부하세요. 끊임없이 질문하고 토론하고 이야기하세요. 조용한 대학원 오피스는 죽은 오피스입니다. 책상에 앉아서 입닫고 있을꺼면 그냥 도서관 가야죠. 대학원생들이 한 공간에 모여앉고 같은 공기를 마시며 생활하는 이유가 서로 연구한걸 나누고 이야기하라는 의미입니다.
선배들에게 부탁하는말: 저도 신입일때 따라다니면서 배우고 적고 공부하는게 생각보다 힘들다는것을 경험했습니다. 선배분들은 신입이 따라다니면서 배우는게 뭐가 힘들지 라는 생각은 안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어색한 환경이고, 바짝 긴장해있을꺼니까요. 그리고 신입생들이 원하면 기회를 많이 주세요. 당연히 중요한 실험엔 힘들겠지만 마이너한 실험에대해선 기회를 자주주고 피드벡해주세요. 마지막으로 후배들의 질문에 반드시 대답해주세요. 가장 기본적인 질문이 대답하기 힘듭니다. 또한 설명하려면 말이 길어져 귀찮겠지만, 짧고 명료하게 후배들에게 가르쳐주는 연습도 나중에 기업면접이라든가 교수직할때 필요합니다. 나를 따르는 후배를 반드시 만드셔야합니다. 대학원에서 혼자 실험하고 혼자 논문쓰는게 물리적으로 빠듯하다는걸 알껍니다. 그러나 본인을 따르는 후배들이 많아지면, 실험 속도도 어마어마하게 빨라집니다. 논문에 반드시 후배들 기여부분을 챙겨주세요. 딱 이마인드 하나만 담고 갑시다: "후배가 멍청한건 선배인 내가 설명을 잘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정말 아닌 후배들도 있을순 있지만 최선을 다해보세요) 또한 질문에 답하고, 본인실험 설명해주면서 본인도 연구방향도 실시간으로 정리됩니다. 이러한 경험들이 나중에 큰 자산이 될꺼에요.
정리 저는 대학원때 후배들을 키워서 공동연구 하는걸 좋아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논문도 다작할수 있었고, 대학원 생활도 너무 행복했습니다. 점점 개인주의가 강해지는 요즘, 여렵겠지만 서로 챙겨주고 배우면 좀더 행복한 생활이 될거라 믿습니다. 다들 화이팅하세요!!
요즘 후배들은 노하우 다 알려주고 실험능력 키워주고 하면 등쳐먹음. 자기가 잘나서 다 터득한 줄 앎.
이런 애들은 저널클럽이나 랩미팅때 지적하면 자존심만 상해하고 개선하려는 게 안보임.
논문작성할 때 물리적으로 힘든거 맞음. 그런데 저런애들 때문에 그냥 내가 밤을 새서라도 실험하고 측정함.
물론 아닌애들도 있는데, 대부분이 저럼
근데 웃긴게 뭔줄 아나?
저런애들 공통점이 지잡 수석 차석 하고 온애들이고 아닌애들은 보통 학부가 좋더라.
어디까지나 개인 경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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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8
그럴수도 있겠네요, 저는 아직 못만나봤습니다.
재밌는 로버트 보일*
2023.09.28
그런 친구들은 손절하면 됨
아닌 친구들만 챙겨주면 됨
2023.10.01
저도 요즘은 무단으로 사용하고 그런것들 뭐라고 하기도 질려서 그냥 혼자 쓰고 맙니다. 조금만 익숙해지면 혼자 쓴다고 다작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고 말이죠. 오히려 페이스 맞춰주거나 할 필요도 없어서 혼자 쓰는게 더 빠른거 같기도 하네요.
2025.08.07
와 진짜 댓글 수준이 너무 어지럽다...
2023.09.28
안녕하세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혹시 후배들 때문에 화가 날 때 멘탈 관리 어떻게 하시나요? 후배들한테 고맙고 같이 잘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후배가 일을 못하거나, 이상하게 하거나, 기한 내에 못 끝마쳐서 제가 급하게 그 뒷처리를 해야할 때 너무 화가 나고 언성이 높아지게 되더군요... 배우는 시간이 필요하단걸 알지만 제 일에 치이느라 가르칠 여유가 없는것 같기도 합니다. 혹시 이런 화를 다스리는 방법이 있을까요? 앞으로는 후배들과 잘 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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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 1
2023.09.28
저는 일단 모든 문제를 저에게서 찾는편입니다. 일단 일을 이상하게 한 경우 일을 시킬때 너무 함축적으로 알려준게 아닌지 되돌아봐야합니다. 일을 정확하게 지시하거나 전달하지못하면 결과는 당연히 이상합니다. 그리고 일을 마무리해야하는 기간내에 자주 중간결과를 같이 확인해야합니다. (소통) 혹여나 못따라오면 당연히 본인이 하셔야하는게 맞습니다. 저는 후배가 도와줘서 시간을 줄여주면 감사하지만, 못해서 내가야해한다면 본전이다 생각했습니다. 당연히 나 이외의 사람들과 공동연구하는 과정중에서 부족한점 채우고 소통하면서 서로의 코드를 맞춰야합니다. 그럼 나중엔 눈빛만으로도 뭐가 문제가되는지 알게되는날이 오더라구요.
근데 제가 강조하고싶은점은, 글쓴이님이 일에 치여 여유가없다면 누구랑 일하기 힘들껍니다. 자기일도 벅찬데 공동연구는 정말 어렵겠죠. 먼저 본인이 여유를 가져야만 누구랑 일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본인의 역량을 높여서 또는 스케쥴을 관리 잘해서 여유를 챙기시길 추천드립니다.
2023.09.29
자세하게 조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두고두고 마음에 새기겠습니다.
2023.09.29
'무작정 알아도 안보고 질문하지 마세요' 에는 동감하지 않습니다. 멍청한 질문을 할 수 있는 게 신입석사의 특권이라면서, 먼저 공부하고 질문하기를 바라는 건 앞뒤가 안맞지 않나요? 모르는 게 있다면 바로바로 질문할 수 있는 문화가 좋은 문화고, 질문에 기초가 부족해 보인다면 선배가 논문이나 리딩자료들을 추천해 줄 수 있는 겁니다. 그게 석사생이 최소한의 시간으로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는 거구요. 참고로 저는 미국에서 박사 4년차입니다. 저희 랩에 있는 어느 누구도 질문을 하기 위해서 공부를 미리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받고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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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9
가장 근원으로 가보면요, 궁금한게 생겼다라는것 자체가 뭔가를 알아보다 또는 읽다가 생깁니다. 모르는걸 발견하면 가장먼저 뭔지 인터넷에 쳐보겠죠? 최소한 자기가 어디까지 모르는지는 알아야 질문을 하죠.
"예를들어 그냥 미분이 뭔지 모르겠어요 선배님보단, 전압-전류곡선에서 미분이 의미하는 부분이 뭔지 모르겠어요는 천지차이입니다."
의미전달이 잘못된거같습니다. 아니면 문화가 달라 제가 가정한것은 다 지킬거라 생각합니다. 선배도 개인의 시간이 있는데, 옆에 개인튜터처럼 하나하나 다 알려주면서 앉아있을순 없습니다. 효율적인 관계를 가지기 위한 최소의 노력은 서로 하자는거죠.
2025.06.09
실험이나 대화에서 생기는 즉석 질문이야 이해하지만, 본인이 집에서 논문 읽다가 모르는거 다 싸들고 와서 질문하는건 아니죠. 최소한 공부라는걸 해보고 들고와야죠. 요즘 챗봇 성능좋던대 그거 활용은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긍정적인 루이 파스퇴르*
2023.09.29
좋은글 감사합니다.. 이번에 랩을 박사과정으로 옮기게 되는데, 저에게 알맞는 조언을 구해도 될까요? 글에서도 너무 제가 바라는 선배박사의 상이셔서 야쭙니다... 꼭 도와주시면 감사합니다. 처음 박사과정에 임할 때 어떠한 마음으로 임하셨는지, 초기 박사과정에서 어떠한 어려움을 겪으셨고 어떻게 벗어나셨는지 알려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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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9
저는 석.박사과정을 임할때 확고한 연구분야는 정했고, 학부연구생하면서 배운 노하우들이 잘 통할꺼라는 자신감도 있었습니다. 제 글 아래 링크 보면 제 이야기를 잘 보실 수 있을꺼에요, 꾀나 자세히 써놨거든요.
어려움은 제가 하고싶은 전공은 제 지도교수님의 전문성과 달랐습니다. 그러나 지도교수님께서 이제 학부졸업한 나부랭이와 공동연구할 수 있을거라는 제안을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연구를 시작했고, 중간에 실험장비 교육은 다 다른 연구실에 가서 했습니다. 그러나 재밌었습니다.
1. 내가 하고싶은 연구가 있었고, 2. 그걸 위해 배울곳이 있었고, 3. 내가 배우는동안 금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교수님이 있었고 4. 2년차부터 논문을 쓸수 있었으며 5. 동시에 후배들이 생겼습니다. 6. 후배들과 함께 팀을 이뤄 다작의 논문을 할 수 있었고, 7. 덕분에 좋은 해외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지내며 탐구역량을 넓히고 있습니다.
혼자실험해서 좋은논문쓰기 힘듭니다. 최근 논문들의 눈이 높아져서 실험의 질 뿐만아니라 량도 요구합니다. 학위과정동안 정말 탑티어 (이런말 쓰기싫지만...)논문 그리고 다작하고 싶으시면 크루가 있어야합니다. 요새 교원지원중인데 진짜 학교가 요구하는 논문점수 만점 받기 힘듭니다...논문 량 그리고 질도 따지니까요. 결국 연구는 당연히 잘해야하고 + 리더쉽이 있어야합니다. 박사는 리더쉽을 키우는 과정입니다. 전세계에서 쏟아져나오는 인재들속에 혼자 빛이날수없습니다. 같이 빛나야하고, 그 과정에 행복이 있을겁니다. 행복한 박사과정 지내시길 바랍니다.
2023.09.29
너무 좋은글입니다.
멍청한 질문을 할수있는게 신입 석사의 특권 <- 특히 공감하는 문장입니다.
이 멍청한 질문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경우도있구요. 참 좋은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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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 1
2023.09.29
저는 때론 대답하지 못해서 같이 공부 많이했습니다. ㅋㅋㅋ 덕분에 같이 컷죠
2023.09.29
후배가 멍청한건 선배인 내가 설명을 잘 못했기 때문이다.
ㅎㅎ... 조금 반성하게 되는 한마디이네요.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는게 참 어렵더라구요. 정진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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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 1
2023.09.29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면 소통도 끊어지고 개선에 여지가 없다는 뜻으로 적었습니다. 의미를 알아들으셨으니, 정말 좋은 리더가 되실꺼에요
긍정적인 버지니아 울프*
2023.09.30
배우려고 하긴 커녕 디스커션도 없이 일단 논문부터 쓰려고 덤비는 후배는 어찌 대해야 좋을까요? 써온 논문은 처참한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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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 1
2023.09.30
저널클럽을 만들어 같이 공부하는시간을 가져보세요. 논문읽고 시야 넓히고 서로 피드벡하다보면 부족한게 보일꺼에요. 그리고 논문쓰려고 덤비면 얼마나 예쁜가요 ㅋㅋㅋ뭐라도 열심히 하는거자나요. 좋게봐주시고 피드벡 잘줘서 실험도 더 깊이있게 할수있게 코멘트 주세요. 동기(motivation)가 있다는건 좋은겁니다.
한가지 중요한점은 지금 글쓴이님을 따를수있게 선배모습을 잘 보여주시고 피드벡해주세요. 사람은 배울게있고 존경할만한 사람만나면 알아서 숙이게 되어있습니다. 선배는 연차많은사람이 아니라 먼저 일에 숙달되어 배울점이 있는 사람입니다. 화이팅하세요. 좋은후배가 있으시네요
호탕한 니콜라 테슬라*
2023.10.01
오랜만에 김박사넷에서 성숙한 글을 보네요 ㅎㅎ 이런 분을 선배 혹은 후배로 둔 건 행운이겠지요 ㅎ
2024.10.01
성품이 좋은 분이신 것 같습니다. 선한 영향력을 넓게 주셔서 좋은 연구자가 되시길 바랍니다. 김박사넷에서 오랜만에 제가 생각하는 것을 갖으신 분을 뵙는것 같아 좋습니다.
2024.10.23
저도 글쓴이 처럼 하고 싶어서 이것저것 실험도 시키고, 데이터 분석도 시키고..... 하는데.......... 요즘은 하질 않네요.. 자기꺼 실험도 대신 해주는걸 좋아하고.. 데이터 분석도 대신 해주길 바라고.... 자기 실험인데 자꾸 남들 손 빌려서 해달라 하고... 이럴꺼면 왜 대학원 왔나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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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 1
2024.11.13
저는 딱히 후배가 잘하고있다 여부를 판단하진 안습니다. 그냥 일이 되게끔 어떻게 유도할지를 생각합니다. 그리고 같이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그 학생도 나름의 생각이 있을거고 삶의 배경이 있을겁니다.
2024.10.29
1기생이라 선배가 아예 없는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질문할 사람이 교수님뿐이라 멍청한 질문도 하기에 눈치가 너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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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 1
2024.11.13
멍청한 질문을 하지않으면 본인은 영원히 멍청이로 남을꺼에요.
2024.12.12
간만에 좋은 글 읽고 갑니다. 많이 반성하게 되고 위안 받고 가네요.
2025.01.23
후학을 생각해주시는 좋은 교수님이신 것 같아 마음이 훈훈해집니다.
2025.03.01
뭐 딴이야기지만 후배를 왜 선배가 키워줘요.. 다들 각자 도생하기도 힘든데...
각자 열심히하고 수준이 올라오면 같이 연구하는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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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09
후배 키우면 나중에 후배한테도 배울게 생깁니다. 저는 포닥할때 박사과정학생한테 오히려 더 배웠습니다. 그 친구는 저한테 많이 배웠다고 생각했지만 제가 더 배운거 같네요. 상호존중이 선행돼야합니다.
2025.06.10
그니까 대학원생일때 누굴 키운다는게 오만이라 생각해요 본인부터 두각을 나타내기도 힘들땐데 협업은 가능해도 포닥은 일단 박사 받은후고 그리고 박사과정 학생과 공동연구 및 지도도 해여하는 일중에 하나인거고 ㅋㅋㅋ
2025.03.07
👍👍
2025.06.15
정말 공감가는 글입니다! 저도 지금 학부 마치고 인턴을 하고 있는데 사수님이 방치식으로 두셨어요 그리고 인사도 안받아주셔서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있네요... 그리고 학부연구생들에게 먼저 다가와서 귀찮게 하는게 연구실에 대한 애정이다 라고 하셨는데 눈치보고 긴장하고 있었어서 그게 너무 어려웠습니다...ㅜㅜ 이런 선배님을 만났다면 조금은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이 있네요
2023.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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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8
2023.09.28
2023.10.01
2025.08.07
2023.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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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8
2023.09.29
2023.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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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9
2025.06.09
2023.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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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9
2023.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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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9
2023.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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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9
2023.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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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30
2023.10.01
2024.10.01
2024.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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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3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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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3
2024.12.12
2025.01.23
2025.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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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09
2025.06.10
2025.03.07
2025.06.15
2025.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