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을 잘 달진 않지만, '제가 아이 인생을 망친 걸까요...' 라는 내용 때문에 지나칠 수가 없네요.
서강대나 한양대나 인생 살면서 큰 차이가 없습니다. 더 큰 차이는 학생 개개인이 만들어나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양대 나와서 백수로 살수도 있고, 서강대 졸업하고 MIT 유학갈수도 있죠. 다 본인이 하기 나름입니다.
그런데, '본인이 하기 나름'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꺾어버리는 것이 바로 지금 부모님이 하고 있는 치맛바람입니다. 1. 컴퓨터쪽 전문가도 아니신것 같고 2. 취업분야 전문가도 아니신 것 같으며 3. 심지어 학생때 공부를 잘하신것 같지도 않군요. 즉, 길라잡이로서의 역량을 아무것도 갖추지 못했으면서 티끌같은 디테일에 집착하고 계신다면, 자녀의 성장에 가장 중요한 '본인이 스스로 해내는 능력'을 처참하게 짓밟는 결과밖에 남지 않습니다. 자녀분 죽을때까지 평생 케어하면서 사실건가요? 설사 그런 능력이 된다 하더라도, 그 방법은 가장 사랑하는 자식이 가장 덜 사람답게 사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부모가 해야 할 역할은 사람으로서 최소한 갖춰야 할 도리를 할 수 있도록 가이던스만 주고, 나머지는 자녀가 스스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To do list를 적는게 아니라 Not to do list(열심히 노력하지 않고 결과만 좋기를 바라는 태도 등)만 어른의 관점에서 교육하는 것입니다.
이런얘기 해도 바뀌시지 않을 가능성이 99%라는걸 알고 있지만, 1%의 가능성 때문에 남깁니다. 솔직히 말하면 학부모님은 전혀 걱정 안되고, 저 환경에서 자라고 있을 자녀분이 매우 걱정됩니다.
물론, 실험실에 오래 있다고 연구능력이 좋다고 할 순 없지만, 대체로 규칙적으로 일찍 나와서 일과를 시작하는 사람이 커리어적으로 잘 풀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YKSSH 에 있는 랩인데, 실험실 분위기가 자유롭다 보니 점심 이후에나 나와서 깔짝깔짝 실험하다 저녁 먹고 쉬다가 또 깔짝하고 10시, 11시 되서 들어가며 열심히 일했다 자위하며 교수님이 진도 느리다, 한게없다 이야기하면 억울해 하는데 보고 있으면 참 답답합니다.
그러면서도 나중에 포닥, 정출연, 교수 하고 싶다 이야기는 하는데 교수님도 착해서 직접적으로 이야기는 안하고 돌려서 그런데 가는 사람들 욕심 많고 엄청 열심히 한다 적당히해서는 물박사 소리나 듣는다 이야기 하는데, 이거 참, 자기들은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니 남 이야기인줄 알고 흘려듣거나, 잠깐 뜨끔해하고는 똑같이 생활하네요.
문제는 위에서 그러니 실험실 정체 분위기가 그런식으로 흘러가는데, 문제는 교수님이 답답하면 본인이 논문 써주고 하는 스타일이라 그런 사람들도 실적은 적당히 나오는데요. 이렇게 실력없이 졸업하면서 실적만 좀 있어도 취업은 곧잘 되려나요?
참 이게, 사람들도 좋고 교수님도 좋은데 배부른 소리일 수도 있지만 이런데서 현타가 가끔와서 넋두리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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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개
2023.12.17
집중도가 중요한듯? 짧게 있어도 잘하는 사람도 봤고, 엄청 오래있어도 잘못하는 사람도 봄.
2023.12.17
식사시간 빼고 하루 최소 8시간, 바람직하게는 10시간은 연구(실험+공부+데이터정리 등)에 집중해야됩니다. 8시간도 못하면 그냥 공무원 일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죠. 8시간을 꼭 연구실에서 보낼 필요는 없어요. 근데 이 정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적당한 머리만 있고 지도교수만 너무 이상하지 않으면 교수, 정출연 갈 수 있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사실 별로 없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하루 10시간 이상 랩에 상주하지만 수다떨고 카톡하고 웹서핑하느라 3~4시간은 보낼걸요.
2023.12.17
2023.12.17
2023.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