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을 잘 달진 않지만, '제가 아이 인생을 망친 걸까요...' 라는 내용 때문에 지나칠 수가 없네요.
서강대나 한양대나 인생 살면서 큰 차이가 없습니다. 더 큰 차이는 학생 개개인이 만들어나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양대 나와서 백수로 살수도 있고, 서강대 졸업하고 MIT 유학갈수도 있죠. 다 본인이 하기 나름입니다.
그런데, '본인이 하기 나름'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꺾어버리는 것이 바로 지금 부모님이 하고 있는 치맛바람입니다. 1. 컴퓨터쪽 전문가도 아니신것 같고 2. 취업분야 전문가도 아니신 것 같으며 3. 심지어 학생때 공부를 잘하신것 같지도 않군요. 즉, 길라잡이로서의 역량을 아무것도 갖추지 못했으면서 티끌같은 디테일에 집착하고 계신다면, 자녀의 성장에 가장 중요한 '본인이 스스로 해내는 능력'을 처참하게 짓밟는 결과밖에 남지 않습니다. 자녀분 죽을때까지 평생 케어하면서 사실건가요? 설사 그런 능력이 된다 하더라도, 그 방법은 가장 사랑하는 자식이 가장 덜 사람답게 사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부모가 해야 할 역할은 사람으로서 최소한 갖춰야 할 도리를 할 수 있도록 가이던스만 주고, 나머지는 자녀가 스스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To do list를 적는게 아니라 Not to do list(열심히 노력하지 않고 결과만 좋기를 바라는 태도 등)만 어른의 관점에서 교육하는 것입니다.
이런얘기 해도 바뀌시지 않을 가능성이 99%라는걸 알고 있지만, 1%의 가능성 때문에 남깁니다. 솔직히 말하면 학부모님은 전혀 걱정 안되고, 저 환경에서 자라고 있을 자녀분이 매우 걱정됩니다.
유럽에서 지금 박사생 생활 7개월 됐는데요. 제가 지난 주에 연구주제 짜 갔더니 회의 때 얘기하다가 갑자기 어떤 공식에서 교수님이 짜증을 내더라고요. 너 여기 쓴 거 이해는 하고 쓴 거야?! 난 이해가 하나도 안된다! 말 그대로 생짜증을... 그래서 이론 설명했더니 아 그렇구나하면서 급 안정되고...
근데 제 입장에선 그게 굉장히 핵심적인 부분이고 그거랑 관련된 논문 삼개월 전에 드렸는데... 드리면서 그 때도 어떤 파트가 이해가 안 된다 도와달라니까 아 나도 몰라 난 네가 뭘 원하는 지 모르겠어 그러고 교수님은 집에 가셨어요.
그리고 중간 중간에도 아 나는 너 학위 때문에 다른 분야 전문가가 될 순 없어 계속 그런 식으로 말씀하셔서 저는 교수님한테 방법론을 배우고 싶은 거다 이랬더니 교수님이 흠 난 그 이론은 잘 모르는데 이러는 거예요. 근데 그 이론들 비슷한 필드에 계신 다른 교수님들은 다 쓰는 거라서 누구누구 논문보고 말씀드린다 나 이거 더 공부하고 싶다. 그랬더니 그런 잘나가는 사람들은 너무 대단해 그러시더라고요. 저는 어떤 논문봐라 아님 어디 코스 등록해라 이런 걸 원하는 건데...
연구 주제 면담하고 나서 결론이 너무 복잡하고 자기는 잘 모르겠다 이 뉘앙스였어요. 그래서 제가 제 2 지도교수랑도 상담하고 싶다니까 지도교수가 자긴 상관 없다고 자기가 놓친 거 있을 수도 있으니까 만나보라고 만날 때 뭐라고 말해라 이런 부분을 추가해라 그러시더라고요.
제 2 지도교수가 전에 지도교수 저 그리고 본인 이렇게 셋이 브레인스토밍도 해도 된다고까지 말해서 전 굉장히 기초적인 부분까지 봐준다는 뉘앙스로 생각하고 노트 5페이지를 다 보냈어요. 지도교수님이 추가하라고 한 거 까지 추가해서요.
다섯 장을 다 보낸 이유는 면담 때 지도교수가 읽다가 이해 안 된다고 급발진한 거에서 아마 제 2 지도교수도 설명이 더 필요하면 필요했지 없으면 그 사람이 이해를 못하지 않을까?...이런 생각이었고요.
그리고 보내기 전에 교수한테 노트 이렇게 업데이트 해서 보내려고요 하고 말했는데 그 땐 그래 알겠어 이 말 빼고는 아무 말도 안 하다가 오늘 지도 교수 씨씨 걸어서 노트를 제2지도교수한테 보내니까 노발대발하시네요 ㅎ...
제가 너무 바보같이 곧이곧대로 받아들인 거 같아요.
복도에서 노발대발하길래 저는 들어가서 얘기하자고 했는데 교수님은 선배 앞에서 진짜 화나서 목소리를 떨면서 저한테 네가 한 행동은 그 사람한테 나 연구 여기서 막혔으니까 와서 해결해 이런 거야 내가 너 질문 다 해결해줬잖아!
무슨 해결을 해준 건지 ㅎ... 너무 복잡하다고 지가 주제 새로 준다고 두 달만 기다리라고 했으면서 ㅎ...
그래서 저는 지도 교수님도 제 노트에서 그 선행 연구에서 인용한 이론 이해 안 된다고 해서 보강해서 보내는 게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지 그 사람이 이해하고 코멘트 해주기 편하라고 보낸 거고 브레인스토밍 얘기까지 해서 기초 단계부터 봐주겠다는 의미로 알고 그런 거다.
그랬더니 자기라면 당장 팔로업 이메일 보내서 해명한다고 계속 노발대발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2지도교수한테 교수가 시키는 그대로 써서 메일을 보냈어요. 보내고 나서 교수님한테 진짜 쥐어짜는 심정으로 피드백 감사하다고 제가 제2지도교수님의 인풋에 대해서 너무 기대를 많이 한 거 같다 그렇게 말했더니
아냐 너처럼 제2지도교수한테까지 가는 게 좋은 거야 근데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지 우리가 모르잖아.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ㅎ...
이 생각을 모른다는 것도 웃긴게 제가 제 2지도교수랑 만나고 와서 무슨 얘기했는지 저한테 어떤 식의 제안을 했는지 한 달 전에 말해줬는데 그러고 왜 둘 사이에 아무 얘기가 없었던 건지...
이제 와서 보면 교수님들은 저에 대해 관심이 없으니까 서로 얘기도 안 했을 텐데 저 혼자 무슨 케어라도 받는 양 착각을 했네요
이 일 있고 오늘 퇴근 직전에 교수님한테 제가 지금 진행하는 수업 쪽지 시험 어쩔 거냐고 선배랑 하는 건 일정 다 짜셨던데 이랬더니 아 걔는 투명하게 하지 그러시더라고요.
뭘 어쩌란 건지 이것도 일정 꼬인 게 저한테 아무 말도 안 하고 실라버스에도 쪽지 시험 얘기 없었는데 강의 중간에 학생들이 물어봐서 제가 전달했더니 아 너한테 말하는 거 까먹었다 이래서 제가 그 시험 일정은 어떻게 할 거고 점수체계는 어떻게 짤 거냐 물어보니까 삼주동안 아무 말이 없어서 제가 지금 다시 물어본 건데
그냥 저만 나쁜 놈이고 모든 게 다 제 잘못이고 많이 서운한데 기대한 제가 바보같고 여기 온다고 계약서 쓴 과거에 나 자신을 멈추고 싶고...
한 번 하소연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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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개
2023.11.14
글이 넘나 이해하기가 힘드네 나만그런가;; 그래서 교수님이 왜 화났다구? 어디가 글쓴이가 하는 말이고 어디가 교수가 했다는말인지 너무 헷갈린다
교수님들도 다 자기 분야가 있기 때문에, 모든 분야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합니다. 기억하기도 힘들구요. 지금 느끼시는 감정은 다른 대학원생 분들도 상당 부분 유사하게 느끼고 있을거라고 생각됩니다.
다 말하긴 귀찮고 문제를 한가지만 꼽자면 교수님(들)께서 모든걸 해결해 줄 것이라는 믿음인 것 같습니다. 제 2 교수님께 모르는 내용에 대해서 보낸 것도 솔직하게 모든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핵심이 되는 부분에 대해서 질문을 해야하는데, (메일 내용은 모르지만) 지도 교수님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무능함을 전제로 얘기하면서 이것 좀 해결해 줄 수 있냐가 되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 같네요.
교수님이 만능도 아니고, 바쁘시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소통을 가져야 하며, 글쓴이분께서 어떻게 소통을 이끌어 나갔는지 한번 되짚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2023.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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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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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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