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주의사항 오로지 나의 경험에 한정된 이야기임. 편향된 이야기라고 너무 구박하지 말아주시길 ㅠㅠ. 참고로 나는 과고 조졸 - 학부 4년 - 석사 2년 - 전문직 6년차 미혼이지만 아즈매임
1. 학점과 연구능력 나는 나름 spk 숨마쿰이었고 석차는 상위 10% 내쯤이었는데 석사 2년동안 출판 한건도 못함 ㅠ.ㅠ
2. 여유와 연구능력 석사 당시 부모님이 맨날 돈벌기 힘들다고 제발 공부좀 그만하고 돈벌어오라 그러셨는데 그럴수록 뭔가 빨리 연구 성과를 내서 부모님, 그리고 내 자신에게 내가 연구라는 사치를 해도 되는 사람이라는 걸 증명하고 싶었음. 그래서 공부 빡세게 하면 학점 잘나오듯이 연구 빡세게 하면 연구 성과 잘나올줄 알고 나름 빡세게 했는데 다른데서 동일한 내용의 논문이 먼저 나옴. 내가 나에게 준 2년의 기한 안에 논문 출판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그냥 석사 졸업하기로 함. 여유가 없으면 연구를 포기하게 됨. 1) 집에 돈이 있거나 2) 부모님 중 교수가 계셔서 이해해 주시거나 3) 무던한 성격이 유리함. 물론 여유가 너무 많아도 연구를 안하게 되는 문제가 있지만 이경우 무서운 교수님이 어느정도 해결해 줄 수 있는 것 같음. 하고싶은말: 내가 이 자리에 있어도 되는 사람인지에 대한 증명 책임은 너에게 있지 않다. 스스로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라.
3. 연구주제 및 연구실 선택 연구 인생의 배우자를 찾는 일. 복불복이지만 그래도 후회 안하려면 최대한 많이 서치해보고 들어가는게 후회를 덜하는 길인 것 같음. 설령 졸업을 1학기나 1년쯤 늦추더라도 선택에 시간을 들여야 후회가 적다. 나는 원래 가고 싶었던 랩이 있었는데 인원이 다 차버렸음. 하두 집에서 돈 벌어오라하는 판국이라 졸업 늦출 수가 없어서 그냥 차선책을 선택함. 그 시절에는 김박사넷이 없었음. 나중에 김박사넷이 생기고 원래 가고 싶었던 교수님 평점이 너무 좋아서 살짝 후회됬음. 뭐 사후적 고찰일 수도.
4. 교수하는 선배/동기/후배를 보며 느낀점 솔직히 똑똑한 순으로 되는 건 아닌것 같음. 교수될때까지 기다린 사람이 교수되는 것 같음. 여유가 중요함. 그리고 연구 트렌드도 중요함. 요즘 분야가 핫해져서 교수 임용된 연구실 식구들이 많음.
5. 박사수료만한 선배/동기/후배를 보며 느낀점 이것도 멍청한 순은 아님. 오히려 자기가 하는 연구에 회의를 느낄 정도로 똑똑한 친구들이 그만두는 편 솔직히 말하면 박사받은 선배/동기/후배 중에 자기가 하는 연구에 회의를 못느끼는 멍청이도 꽤 존재하는 것 같음.
6. 학벌 업그레이드 후 대기업 취업이 목적이라면 박사 진학 강추 여기 석박 6년동안 못버는거 엄청 아까워 하는데.. 자취 가정하면 s전자 학부마치고 들어가도 6년동안 모으는 돈 한 1억 5천쯤 될것으로 추정. 생각보다 돈 잘 안모임. 근데 한 20년 동안 박사로 대우 받으며 일하는 것과 학부로 일하는 것은 1억 5천보다 훨씬 큰 가치라고 생각됨. 살다보면 투자로 1.5억 날리는건 일도 아님. 석사 마치고 회사간 선배/동기/후배 말 들어보면 석사도 박사님들 심부름이나 해주는 것 같음. 서성한 쯤에서 spk로 학벌 업그레이드 후 대기업 취업한 선배/동기/후배가 박사 만족도가 높은듯.
7. 연구자 연구를 하다보면 내 연구가 안될만한 이유를 남들보다 훨씬 많이 알게되는 것 같음. (물론 모르는 멍청이도 있음. 오히려 이런 멍청이가 박사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게 아이러니) 연구는 99가지 안되는 이유 중에서도 1가지 되는 이유를 발견하는 과정인 것 같음.
8. 사람마다 박사의 무게가 다르다. 내가 생각하는 박사의 기준이 너무 높아서 내 능력이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아 박사를 포기했다. 나는 그저그런 박사가 되느니 아무 박사도 되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박사는 그저 라이센스일뿐. 너무 무거우면 완주할 수 없다.
9. (연구랑 관련은 없지만...) 나를 설레게 하는 것, 나를 즐겁게 해주는 것을 소중히 다뤄라. 좋은 논문을 읽으면 설레고 나도 언젠가는 이런 연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연구가 잘 안풀리니까 내가 이 노력으로 사회에 나가서 뭐든지 하면 성공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근데 아직까지 그때의 설렘만큼 설레는 걸 못찾았다. 그리고 즐겁지 않으면 열심히 할수가 없고, 열심히 할수가 없으니 잘할 수 없다. 나는 학교에 있을때만해도 내가 매우 성실하며 적극적인 사람인줄 알았는데 그건 공부가 재미있었기 때문이었다는 걸 늦게서야 깨달았다. 지금은 하기 싫은 일 미루다 억지로 꾸역꾸역하는 여느 불성실하며 수동적인 직장인이 되었다.
10. 연구는 요지경 열심히 하던 친구는 연구 결과가 계속 안나오니까 지침& 교수님이 결과 내라고 닥달해서 수료하고 도망침 저녁에 게임만 하던 친구는 코웍 교수님 잘만나 교수님이 거의 논문 써주다시피 해서 일찍 박사마치고 대기업 입성 성공.
11. 인생도 요지경 그러나 꼭 박사수료만 하고 도망쳤다고 못사는거 아니고 박사 빨리 마쳤다고 잘사는거 아님. 긴 여정이 남아 있고. 수많은 기복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음. 살다보면 정말 상상하지 못한 시점에 상상하지 못한 사건을 마주하는 것 같다.
긴 라떼 이야기 였음. 마지막으로 멋진말을 남기고 싶은데 잘 안떠오름. 생각나면 또 올리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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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7개
2023.06.04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2023.06.04
소중한 후기 감사드립니다. spk 원하던 랩실 입학을 앞두고 대기업에 합격하는 바람에 마음이 조금은 흔들렸는데, 가족들의 지지속에서 진학을 결심했습니다. 그 와중에 글쓴이 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더욱 석박사진학에 힘이 실립니다.
똑똑한 순으로 완주하는 거 아니라는 점에 공감합니다. 머리 좋고 할 줄 아는 것도 많고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데 학위에 대한 이상이 크고, 스스로에 대한 기준치가 높고, 자기가 하는 연구에 대해 객관화가 너무 잘 되어서 석사에서 마무리하는 케이스를 저도 봤던지라.. 막연함을 견딜 무던함이 필요한 것 같아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2023.06.04
2023.06.04
대댓글 1개
2023.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