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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과정을 마치며 대학원에서 느낀 점들

IF : 2

2021.06.01

43

115193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8월에 박사 졸업 예정인 대학원생입니다.
먼저 대학원을 준비하는 모든 분들, 그리고 현재 대학원에서 열심히 연구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응원의 말을 전합니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대학원 생활도 시간이 흐르니 그 끝이 다가왔네요.
이것 저것 정리하다 보니 지난 대학원 생활 동안 느꼈던 것들, 그리고 기억나는 것들이 머릿속에서 맴돕니다.

본 글을 통해 작성하고자 하는 내용은 사견이 많은 단순한 저의 경험들과 생각들입니다.
그러기에 특별한 결론없이 경험담만 늘여놓은 내용들도 있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의견에 대하여 혹여나 반문하시는 분들이 계실 수도 있기에 글 작성에 조심스러운 마음이 큽니다만,
앞으로 대학원을 선택하시는 분들, 또는 힘든 시기를 겪고 계실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이렇게 글을 적어봅니다.

대학원에서의 고충들을 극복하고 학위 취득에 성공한,
한 사람의 경험담으로 가볍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ㅎㅎ






- 대학원을 선택한 이유

저는 기계공학 전공으로 학부는 인서울 대학교, 대학원은 SPK로 진학하였습니다.
대학원에 진학한 이유를 묻는 질문들에 대해선 구색 좋은 말들로 다양하게 답변하곤 합니다.
...왜냐하면 대학원에 간 이유가 정말 단순하거든요..
대학원에 진학한 가장 큰 현실적인 이유는 군대 전역 이후 복학버프로 따놓은 높은 학점이 아까워서 입니다.
또, 학부 졸업 이후 바로 사회생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만큼 철이 들지도 않았었구요..

공부를 하다보니 학점이 잘 나오고, 그러다보니 학부 공부에 재미를 느끼고, 그렇게 대학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다행히도 제가 관심이 많았던 분야의 연구실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하게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저는 '연구'라는 것에 큰 흥미를 가져서 대학원에 진학한 것이 아닙니다.
제가 흥미있는 분야에 대한 '관심'과 공부에 대한 '재미'가 대학원을 진학한 가장 큰 요인이었습니다.

뒤에서 설명드리겠지만, 이러한 이유 때문에 대학원 생활에 힘든 점들이 많았습니다...








- '연구'를 잘 몰라서 힘들었습니다.

모두 알고 계시듯이 대학원은 본질적으로 '연구'를 하는 곳입니다.
대학원생들은 학위 과정을 통해서 연구를 하는 방법에 대해 배우게 되며, 결과적으로는 주체적인 연구자로서의 역량을 익히는 곳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대학원을 진학하기 이전에, 이 '연구'라는 것에 대해서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 또 잘 할 수 있을지 곰곰이 고민해보시기를 권유해드립니다.
실제로 학부 때부터 해오던 공부와, 대학원에서 요구하는 공부법이 많이 달라서 고생하는 친구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그랬구요...

학부 때는 단순히 시험 문제를 잘 풀고, 성적을 잘 받기 위한 피상적인 공부법만을 해왔습니다.
그냥 내용에 대한 깊은 이해없이 단순히 암기하고 문제를 푸는 공부법이었죠.
그러다보니 성적만 좋았을 뿐, 저의 연구 능력 향상과는 전혀 별개의 공부를 해왔던 것입니다.

연구를 위한 공부는 많이 달랐습니다. 똑같은 수식을 공부하더라도, 이 수식이 가지는 수학적인 의미, 물리적인 의미, 각 변수들이 가지는 의미 등, 실제 공학적인 문제를 풀고 연구에 적용하기 위한 깊은 이해가 필요합니다.
또한 '연구'란, 교재에 실려있는 문제와 달리 실제로 내가 풀고자 하는 문제들을 스스로 찾아나가야 하고, 또 연구로서의 가치를 가지기 위해선 문제를 풀기 위한 다양하고 창의적인 접근법이 요구됩니다.

저는 이러한 것들을 모른 채 단순히 문제 풀듯이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학위 과정 초기에는 연구가 너무나 어렵게 다가왔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스스로에 대한 자책과 회의감 등 소위 말하는 슬럼프가 찾아오게 되었죠.

결과적으로는 이러한 것들을 깨닫고 연구의 궤도에 오른 게 박사 과정 3년차 때 입니다. 남들에 비해 상당히 늦었지요...
그러나 그때부터 저는 제가 하는 연구의 가치가 무엇인지, 또 어떤 방향성을 가지는지 마법처럼 머릿속에 정리가 되었습니다.

연구를 해보지 않았거나 혹은 연구 능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대학원 진학을 만류하려는 의도가 아닙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이러한 연구 능력을 기르기 위해 대학원이 존재하니까요.
그러나 대학원을 진학하기로 마음먹으셨다면, 앞으로 짧게는 2년, 길게는 5~7년 동안 연구를 해야 할 연구자로서, 과연 연구가 무엇이고 또 이를 위해서 나에게 부족한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열심병'에 걸리지 말자.

제가 생각하는 연구를 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끈기'와 '끝없는 호기심', 그리고 '꼼꼼함'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문제를 다루더라도, 그 문제를 정확하고 깊게 이해하고, 또 문제 해결을 위해 끊임없이 '왜?'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면밀하고 논리적인 해답 과정을 얻어가려는 끈기있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대학원 학위 과정 동안은 저런 일련의 연구 절차가 '잘' 그리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죠.

대학원에 와서 느낀 것들 중 가장 큰 것은,
'누구나 다 열심히 하고 있다. 그러나 열심히 하는 사람들 모두가 잘 하는 것은 아니다.' 입니다.
정말 모든 대학원생들은 밤낮 가리지 않고 열심히 삽니다. 본인의 연구 때문이든, 또는 연구실에서 하는 과제 때문이든 말이지요.
그러나 마냥 열심히만 하는 '열심병'에 걸린 사람들도 꽤나 많이 봐왔습니다.
일과 연구의 진척을 위한 효율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하지 않고, 주어진 일들에 시간을 들여 마냥 '열심히'만 하는 것이죠.
왜냐면 그래야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연구에 대한 부담이 덜어지며 마음이 편해지니까요.
제가 그랬습니다...

중요한 것은, 연구를 위해서 정말 해야할 일들, 그리고 생각할 것들이 무엇인지 학위 과정 중에선 끝없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의 경중을 따져가서 먼저 해야 할 일을 끝내며 업무의 효율을 높여야 하고,
하던 연구가 잘 풀리지 않는다면, 막힌 상태로 가만히 있지 말고 끊임없이 다른 대안을 생각해야 합니다.
예시로, 다루는 문제에 추가적인 가정을 더하여 문제를 단순화 시키는 등 단계적인 성취를 얻어가는 방법도 좋습니다.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 차라리 자리를 박차고 퇴근해서 (퇴근이 가능하다면...ㅠ) 숙면이나 운동 등으로 몸과 정신을 리프레쉬 시키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슬럼프가 찾아오기 쉽상입니다.
나는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는데 왜 아무런 성과도, 연구의 진척도 없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실제로는 내가 들인 노력 중에서, 연구의 성과를 위한 노력이 많이 없는 게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신기한 건, 풀리지 않을 것 같던 일들도 시간을 투자하면 어떻게든 해결이 됩니다.
본 내용에서 말씀드리고 싶었던 것은, 뭐든지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시고 최대한 슬럼프에 빠지지 않도록 스스로를 잘 돌아보며 연구에 임하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 '발표' 그리고 '글쓰기' 능력

대학원 과정 중 가장 중요한 건 우선은 영어지요.
영어로 듣고 말하고 쓰고 읽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면 정말 많은 어려움이 따릅니다.
이건 뭐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듯 합니다.

영어 이외로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바로 '발표' 능력과 '글쓰기' 능력입니다.

대학원 진학을 희망하시는 분들에게 정말 정말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대학원에서 앞으로 여러분들을 평가하는 것은 수치로 표현된 점수가 아니라, 여러분들의 연구 내용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발표'와, 그리고 논문 혹은 보고서와 같은 문서로 작성된 '글' 입니다.
이 말인 즉 슨, 아무리 연구 내용이 훌륭하더라도 본인의 연구를 발표와 글로써 다른 사람들에게 잘 전달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어집니다.
이 부분에서도 고생하는 친구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물론 이러한 능력들도 주기적인 랩미팅이나 학회 참석, 논문 작성 등을 하며 교수님 및 연구실 동료들의 피드백을 통해 대학원 과정 중에 자연스럽게 길러지긴 합니다.
다만 자신이 생각했을 때 발표나 글쓰기 능력이 미숙하다고 느끼시는 분들은 좀 더 집중해서 능력 향상을 위한 노력을 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 어떤 학교, 어떤 연구실이 좋은가

이에 대해선 정말 수많은 질문과 답변들이 여기 김박사넷을 포함하여 많은 커뮤니티에 존재합니다.
근데 정말 어쩔 수 없는 건, 아무리 많은 정보들을 가지고 있더라도, 실제로 연구실에 들어가 생활에 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습니다.
보여지는 것과 실제로 행해지고 있는 게 다른 연구실들이 수두룩 합니다.

그래서 저는 대학원 및 연구실을 선택하는 과정에 있어서, 딱 잘라 이러이러한 것들을 보고 선택해라. 라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사람마다 중요한 점들도 각각 다르고, 또 누구에게 좋은 연구실이 누구에겐 나쁜 연구실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제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하여 말씀드리자면, 연구실 성과, 환경 등을 다 제쳐두고서
어쨌든 본인이 하고 싶어하는 연구가 가능한 연구실로 가는 게 저에겐 1순위 입니다.

저는 아무리 힘들더라도, '나는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다' 라는 생각이 힘든 상황들을 버텨낼 수 있는 힘을 줬었습니다.
이건 너무 뜬구름 잡는 소리여서 대부분에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는 않겠네요.. ㅎㅎ;;

대학원 진학에 앞서서 이런 저런 생각들로 인해 많은 두려움이 있으실 겁니다.
그래도 결국 내 선택은 내가 하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본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보시기 바라겠습니다.







본 글에서 담지 못한 이야기들도 많은데, 이것들을 모두 쓰기엔 글이 너무 산만해질 것 같아 이만 줄이겠습니다.
쓰다보니 너무 두서없고 정리가 되지 않아서, 중간에 글을 그만 쓸까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욕을 많이 먹을 것 같네요..ㅠ

그래도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이 계시다면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혹시라도 다른 물어보고 싶으신 게 있으시다면 답글로 달아주시면 답변해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무탈한, 그리고 건강한 대학원 생활을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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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3개

2021.06.01

누적 신고가 50개 이상인 사용자입니다.

고생많았습니다
고생한 만큼 앞날의 영광과 행복이 있기를 바랍니다,,,,,

2021.06.01

박사과정 마치시는 것을 축하드리며 후배 연구자로서 선배님의 가르침을 마음에 담고 나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06.01

정성에 추천누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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