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전문직으로 진로 변경을 꿈꾸는 친구들을 위한 글을 남기고 떠나려고 한다. 잠시나마 아즈매에게 너무 많은 응원을 해줘서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아즈매가 여기 눌러 앉을까봐 걱정하는 친구들도 있겠지만 이제 더 할말도 없다.
0. 주의사항 개인적 경험에 기초하기 때문에 모든 전문직에 적용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그리고 나는 연구 열심히 하는 대학원생들을 전문직의 길로 유인하는 피리부는 아즈매는 되고 싶지 않다. 연구가 맞는 사람은 전문직이 안맞을 가능성이 높으니 그냥 하던거 하는게 좋다.
1. 전문직 라이센스를 따기 위한 고비를 넘어야 한다. 나만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학교에서 배운 공부는 대부분 주어진 지식에 따라 차근 차근 논리를 이해해서 어떠한 결론에 이르르는 과정을 학습하는 것이 었다. 일종의 뇌의 CPU를 고도화하는 과정이었달까. 반면 전문직 공부는 많은 정보를 뇌의 메모리에 담는 과정이다. 실제 전문직 일을 하려면 많은 정보를 뇌에 머금고 있어야 한다. 느낌이 전혀 다르다. 학교에서 배운 공부는 탑을 쌓는 것과 유사했다. 기초를 닦고 그 위에 개념을 쌓고 그 위에 또 개념을 쌓는다. 전문직 시험은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에서 맵을 탐색하는 것과 유사하다. 일단 쭉 대충 스캔하고, 또 다른 길로 대충 스캔하고, 또 다른 길로 대충 스캔하고 하다보면 전체 맵이 대충 머리에 들어오게 된다. 스캔 횟수를 늘릴수록 속도를 높여서 시험장에 뇌의 메모리에 가장 많은 잔상이 남아 있도록 하게 하는 게임이다. 학교 공부랑은 또다르다. 나는 개인적으로 암기가 싫어서 수학이랑 물리를 좋아했었기 때문에 전문직 공부가 잘 안맞았다.
2. 전문직과 학벌 전문직 시험을 통과 후 직장에서 어느 정도 수련을 거쳐야 오롯이 한명의 전문직 몫을 할 수 있게된다. 첫 직장 잡을 때는 학벌이 어느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전문직 시험 합격 후 좋은 수련처(네임 벨류도 있고 수련도 제대로 할 수 있는 곳)에 가기 위한 경쟁이 있고 그때 어느정도 학벌을 본다. 그러나 학벌이 낮다고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전문직의 종착지는 자영업이다. 전문직이라도 고용으로 있으면 그냥 직장인일 뿐이다. 전문직의 장점은 비교적 적은 리스크 대비 리턴으로 자기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연차가 쌓일수록 비지니스 능력이 중요해지며 학벌의 영향력이 낮아진다.
3. 전문직과 돈 비지니스니까 천차만별이다. 식당도 잘되는데 있고 망하는데 있지 않은가. 요즘 제일 돈 잘번다는 피부과 의사도 망하기도 한다. 우리 동네에 피부과가 새로 생겼는데 어머니가 한번 가보시더니 의사가 불친절하다고 다신 안가야겠다고 하셨다. 아니나 다를까 곧 망해서 병원 넘기고 사라졌다. 의사는 개원에 고가의 장비가 필요해서 대출은 잘 나오지만 리스크가 좀 있는 편이다. 변호사는 사실 컴퓨터랑 사무실만 있으면 되니까 비교적 리스크가 덜하다. 공통적으로 전문직들은 자기가 하는 일에 비해 받는 돈이 적다고 생각한다. 사업 수완이 있고 사람 대하는 스킬이 좋은 친구들(이런 친구들이 또 전문직 시험은 어렵사리 겨우겨우 통과한 경우가 많다)이 저년차때 개업해 크게 성공을 하기도 하고 나처럼 범생이는 그냥 고용으로 초식하며 산다.
4. 고용 전문직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지니스에 성공한 전문직들을 보며 부러워한다. 고용 전문직은 나를 그렇게 봐주는 사람들이 있으면 좀 머쓱하다. 하지만 고용 전문직도 물론 일반 직장인 대비 장점은 있다. 대기업 대비 돈 좀 더 받는 건 어차피 그걸로 집 살만큼은 아니니까 패스. 나는 그것보다는 1) 존중 받으면서 일하는 점 2) 이직이 자유로운 점 3) 경력 단절 후 재취업이 쉽다는 점이 좋은 것 같다. 3)은 여자에게 너무나도 큰 장점이다. 잠시 애 낳고 애 좀 키우다 나타나도 된다. 물론 돈이 부족하면 그냥 계속 일할 수 밖에 없겠지만. 생각보다 전문직들도 돈에 쪼들려 산다. (물론 애들 영어 유치원도 보내고 대치동 사는 분들도 많다) 2)도 좋다. 나는 운좋게 너무 좋은 관리자(상사)들을 만나서 사람 스트레스 없이 일했지만 가끔 사람 스트레스 받는 전문직들도 있는데 이직이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그냥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된다. 따라서 사람 스트레스가 비교적 적다. 다만 나이가 들면 설곳이 위태롭다는 문제가 있다. 전문직도 직장인은 나이 앞에 장사없다.
5. (잠시 논외로) 닮고 싶은 상사 같이 일했던 나의 첫 직장 상사를 보면서 나도 저런 관리자가 되어야 겠다고 생각했었다. 그의 특징은 1) 칭찬을 자주한다. 2) 싫은 소리는 짧고 명확하게, (메신저로 싫은 소리 하시면 ^^를 붙이시곤 했는데 그래서 나는 ^^이 붙으면 조건 반사처럼 반성을 하게되었다) 3) 사소한 이야기도 잘 듣고 기억해 뒀다가 일 분배할때 고려해준다. (정말 점심시간에 밥먹다 지나간 말로 한 말이었는데 그걸 기억하고 계셨다는 것에 크게 감명 받았다) 4) 책임을 진다. 5) 힘든 일을 하급자에게 미루지 않는다. 혹시 여기 교수님 계신다면 참고 부탁 드린다.
6. 전문직이라고 행복한가 절대 그렇지는 않다. 또 나름의 고충이 있고 또 서로서로 비교하며 불행하게 산다. 내또래 전문직들은 재테크 얘기를 많이 한다. 좀 더 나이가 있으신 분들은 자녀 공부를 걱정한다. 대부분의 전문직들은 자기 자식이 공부를 안해도 될만큼 자기가 잘번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므로 자식들의 성적에 큰 관심을 기울인다. 예전 직장에 비전문직 스탭분은 부동산 투자로 큰 돈을 버셨고 자녀도 s대에 합격한 반면 전문직 선배님은 서울에 집이 없고 자녀가 공부를 잘 못해 그 비전문직 스탭분을 매우 부러워 하셨다. 정말 인생사 요지경이다.
7. 박사 전문직도 있기는 있다 나 아는 사람은 생물학 박사 졸업 후 의전에 갔다. 공대 박사 출신 변호사도 가끔 있다. 정말 박사가 잘 안맞음에도 박사 졸업을 마침내 해낸 후 자기 길을 찾아 떠난게 아닌가 싶다. 정말 그 삶의 끈기가 존경스럽다.
전반적으로, 전문직 라이센스를 따른 과정의 고비를 넘기는 리스크를 테이크 할 수 있고, 사업에 소질이 있고 사람 대하는 능력이 좋거나, 아니면 고용으로 일해도 의기소침해지지 않을 사람에게 추천한다. 모두 각자의 길에서 화이팅 하시길!
카카오 계정과 연동하여 게시글에 달린 댓글 알람, 소식등을 빠르게 받아보세요
댓글 23개
2023.06.07
글쎄요 박사 졸업하면 그래도 박사 대우해주는 곳에서 일하고 싶네요. 대부분 하고싶은거 하고 살려고 박사 하는거라
2023.06.07
대댓글 3개
2023.06.08
대댓글 2개
2023.06.08
대댓글 3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