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민거리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석사 졸업을 앞두고 있는 학생입니다. 요새 박사과정진학에 대해 고민이 있습니다. 저 같은 사람은 박사진학을 하는게 좋을지, 진학한다면 자대에서 계속 공부하는게 좋을지, 타대를 가는것이 좋을지 참 고민입니다. 주변에 조언을 구할 사람이 없어 다른 분들의 의견을 듣고자 글을 올려봅니다.
2. 자기 소개 저는 지거국에 재학중입니다(학,석사 동일 학교를 나왔습니다). 제 분야는 컴퓨터비전 & 인공지능 이라고만 말씀 드리겠습니다(너무 디테일해지면 혹시나 저를 아는 사람이 보게될까봐 그러니 너그러운 양해부탁드립니다). 저는 석사과정동안 소위 말하는 2티어급 학회(BMVC, WACV, 3DV, ACCV 정도)에 논문을 1편 게재했습니다. 이 정도면 내 위치가 어느정도인지 궁금해서 다른 학교 학생들의 논문실적을 찾아보았는데, 개인적으로는 SPK에 석사2년차~박사1년차생들의 평균정도 실력쯤 되는듯 하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이 정도 연차에 압도적인 실적을 내는 아웃라이어분들도 계시는걸 알기에 ‘평균’정도 하는것 같다고 생각됩니다. 저는 대학원 와서 탑티어(CVPR, ICCV, ECCV, NIPS, ICML, …) 한개만 내고 나가고싶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지금은 그 목표를 이루지 못해 석사를 마치고 연구실에서 6개월~1년정도만 더 있으면서 마지막 도전을 해보고 나가려고합니다. 이래도 못낸다면 그냥 현실을 받아들이려고 했습니다. 지도교수님과 이런 얘기를 하니, 차라리 박사과정을 하는건 어떻냐고 하시더군요. 저는 사실 박사생각을 살면서 해본적이 없어서 속으로는 거부감이 많이 들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정말 박사과정을 하는게 맞을까 라는 고민도 너무 많이 됩니다. 무엇보다도 무엇을 따져서 결정해야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지금 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사회에 나오면 어떤 세상이 펼쳐져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저는 학위에 대한 욕심은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학벌에 대해서는 다소 열등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으면 제 학벌이 저의 발목을 잡게되는 일이 발생할까봐 두렵습니다. 그래서 최악의 상황에는 제 또래 사람들에 비해 경제활동도 늦게 시작하고 저에게 낮은 학교라는 타이틀이 따라다니며 제가 부당한 대우를 받을까봐 무섭습니다.
3. 현재 랩실 환경 3-1. 단점 제가 지금 랩에서의 박사과정진학을 꺼리는 이유 중 또 다른 하나는 같이 공부하는 학생들의 수준입니다. 저는 대학원 생활하면서 좋은 실적을 내기위한 조건이 3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개인의 연구능력, 두번째는 교수님의 지도능력, 세번째는 랩실의 공부분위기 입니다. 이게 학교가 낮은수준의 학교라 그런지 대학원에 온 학생들을 보면 목표의식이 없습니다. 랩실에 목표를 품고 공부하는 사람이 저 혼자밖에 없는것처럼 느껴집니다. 종종 제가 학생들에게 졸업전까지 달성하고 싶은 목표가 있는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해서 물어봅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실적목표, 실적욕심은 없고, 졸업하면 취업되겠지~ 어디든지 가지 않을까? 이 정도 마인드입니다. 문제는 교수님은 학생들의 자유를 ‘너무’ 존중해주신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학생들은 출근도 안하는 경우도 많았고, 놀생각 밖에 없습니다. 저는 다같이 연구에 대한 토론을 하며 아이디어를 갈고 닦고 싶은데 학생들 중에는 그럴 사람이 없다는걸 석사과정동안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다같이 공부시키려고 정말 괜찮은 아이디어(교수님도 연구주제의 novelty, 실현가능성에 대해서는 인정하셨습니다)를 탄탄하게 짜서 같이 공부하는 학생에게 준적도 있습니다만 자기가 계속 고민해서 연구를 책임지고 이끌어가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모르는게 생길때마다 저한테 물어보고, 제가 해결해줍니다. 결국 안하는 사람은 떠먹여줘도 안하고, 다같이 으쌰으쌰하는 분위기를 바라기는 글렀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점은 연구로써 괜찮은 동료라고는 생각안돼도 형, 동생, 친구로써는 괜찮은 사람들입니다. 적어도 연구실에 정치질, 기싸움 같은 쓸데없는 에너지 소모같은건 없습니다. 교수님은 본인과 토론을 하면 된다는 마인드 이신것 같습니다만 솔직히 대학원 나온 사람들은 알겁니다.. 뭔가 잘 다듬어지지 않은 연구 아이디어에 대해서도 쉽고 자주 논하고 싶을때는 옆에 있는 동료만한게 없다고 봅니다. 그런데 연구동료들의 태도가 아쉽기도 하고, 랩실에 제 위로는 박사과정 학생이 없어서 제가 박사과정을 한다면 어쩔수없이 교수님만 바라보고 해야될것 같습니다. 참고로 연구실이 오래된 연구실이 아니기 때문에 졸업생들은 석사만 몇명있고 많지는 않습니다.
3-2. 장점 단점만 말씀드린것 같으니 장점도 말해야 겠네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왜 같은학교로 석사를 지원했냐고 물으신다면, 그저 교수님 한분만 보고 왔습니다. 개인적으로 교수님의 인품을 존경하고 있고, 연구에도 정말 큰 도움 주십니다. 석사월급은 풀로 받고있어서 경제적 어려움은 없고, 박사과정때도 풀로 주신다고 약속해주셨습니다. 교수님께서 꾸준히 과제를 잘 따오셔서 솔직히 굶고 다니는일은 안생길 것 같습니다. 연구에 있어서도 언제, 어떤 질문을 해도 항상 다 받아주시고 학생의 주장은 끝까지 들어주십니다. 교수님으로부터 날카로운 비판은 언제나 들어오지만 비난은 한번도 받은적 없습니다. 그리고 교수님과의 토론은 대부분 도움이 많이 되고, 재밌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교수님과 연구하는데 있어서 아주 궁합이 잘맞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괜한 잡일같은거는 전혀 안시키시기 때문에 아주 특별한 일이 있는게 아닌이상 제 하루를 연구에 온전히 쏟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박사과정을 쭉 이 연구실에서 한다면 아마 1~2개정도는 탑티어 학회에 accept 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4. 마무리하며 저는 개인적으로 연구하는게 재밌긴 합니다. 그래서 박사과정을 해도 스트레스 많이 받지 않고 할 수 있을것 같기는 합니다.. 그런데 중요한건 저는 개발도 재밌어 합니다. 즉, 지금 석사신분으로써 개발직으로 취업하나 연구직으로 취업하나 어차피 재밌게 일을 할것 같고, 일도 잘할것 같긴합니다. 그래서 박사를 해야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제가 과연 낮은수준의 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게된다면 학벌이라는 타이틀이 저를 괴롭히는 일이 생길까요? 있다면 어떤식으로 생길까요? 저는 주변에 박사선배가 없어서 정말 아무것도 모릅니다..
또, 저와 비슷한 처지에서 공부하고 박사를 마치신분이 있다면, 아니면 그런분을 봤다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5줄요약 - 탑티어학회를 노리고 6개월~1년정도 더 있으려니 박사과정이 고민된다. - 현재 랩실에서 공부할때 단점 : 학교수준과 학생들 수준이 마음에 안든다. - 현재 랩실에서 공부할때 장점 : 교수님이 좋다. - 낮은 수준 학교 박사학위가 가져오는 단점이 있을지 걱정된다. - 학교수준을 떠나서 박사를 하면 뭐가 어떻게 좋을지 잘 모르겠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카카오 계정과 연동하여 게시글에 달린 댓글 알람, 소식등을 빠르게 받아보세요
댓글 3개
IF : 5
2022.12.14
미련을 버리고 취직하는게 1순위 아닐까 싶습니다. 교수가 그맘때쯤 타이밍에 박사 오라고 하는건 뭐 놀랍지도 않은늘상 있는 일입니다. 탑티어 학회 나가면 이력서에 한줄 더 생기긴 하겠지만 박사를 안간다면 그 장점은 정말 자기만족 딱 하나 아닐까 싶네요.
만만한 쇠렌 키르케고르
IF : 1
2022.12.15
비슷한 라인에서 학,석사한 사람이고 연구실에서 느끼는 바도 거의 비슷했는데요 (인품은 좋으셨지만, 많이 바쁘셔서 지도가 아주 부실했던 것만 빼면요). 저는 맨 처음에 염두를 두었던 건 아니지만 석사 후 6개월 정도 연구원으로 있다가 어찌 돌고돌아 해외 박사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저도 좋은 논문만 싣고 싶어하는 마음만 컸었지, 박사는 확신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돌이켜 생각해보니 이 루트가 그나마 그 상황의 고민거리들을 가장 많이 해결해주고 만족할 수 있는 길인 것 같습니다.
2022.12.14
2022.12.15
대댓글 1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