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박사넷에는 스펙 좋으신분들이 많네요. 그러다보니, 어린 나이이신데도, 현재의 스펙이 남들보다 뛰어나지 않다고 벌써부터 좌절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안타까워 글을 남깁니다.
저는 제목 그대로, 최하위권 고등학교 (모의고사 수원시 꼴찌) -> 수도권 공대 (서울 x) -> skp 석박 -> 현재 미국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고, 제 얘기를 조금 해볼까 합니다.
다른분들도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이런 사람도 있구나,, 불가능한것만은 아니다, 라는 메세지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우선 저는 제목과 앞에서 말씀드린것과 같이, 수원시 최하위권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고등학생 때는 친구들과 같이 어울려 노는 것이 더 중요했었나봅니다. 따라서 저도 공부에는 관심이 많지는 않았지만, 공부에 관심이 전혀 없는 친구들 사이에서, 조금이나마 내신이 좋았던 저는 수시로 수도권 내에 공대를 가게 됩니다. 대학교 1학년 때는 당연히 놀아야지, 라는 생각으로 정말 열심히 놀았습니다. (회로이론 100 점 만점에 2점 맞은 기억이 나네요ㅎㅎ)
군대를 다녀온 이후에서야 공부를 시작하게 됩니다. 이 당시, 저는 아침 5시에 일어나서, 도서관에 6시까지 등교, 식사 또는 수업을 제외하고는 도서관에서 살았고, 밤 10시 하교, 11시 취침 (일주일에 정해진 하루는 친구들과 밤새 술마시고 놀았음/일주일에 유일하게 노는 시간이라 다음날 시험이나 과제가 있더라도, 미리 다 끝내놓고, 무조건 놀았음). 이런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군대다녀와서 정신차리고 공부해서 올 A+ 받는 상상을 하며 공부했으나, 학점 4.0 을 받습니다. 나는 진짜 열심히 했는데, 나는 공부할 머리가 아닌가? 등의 생각을 하게 만들더군요. 하지만, 남들은 고등학교 때, 엄청 공부를 많이 했을 텐데, 3~4개월만에 따라잡는다는 거는 욕심이지,, 라는 생각으로 계속 대학 생활을 합니다. (당시에는 기초가 많이 부족하여, 진도를 이해하고 따라가는 것에 훨씬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였지만, 점점 수업들을 따라가는 시간이 줄어들었습니다.) 이후 학점은 점점 더 좋아졌던거로 기억합니다. (방학때마다, 편의점, 술집 (서빙), 노가다등 뛰며 생활비 벌었습니다. 2~3달에 3~4백 모아서 한학기 생활함)
그럼에도, 저는 남들에 비해 스펙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많이 하였어서, 다양한 프로그램등에도 참여를 합니다. 당시, 대학생 수학경시대회가 있었고 (수학과/비수학과), 경시대회 (비수학과)에 참여했었습니다. 입상은 하지 못하였지만, 당시 공부한 수학이 대학원 입학시 자기소개서나, 이후 대학교/대학원 수업에 많은 도움을 주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또한, 자대 연구실에서 인턴생활을 합니다. (당시 연구실 교수님께서, 저를 데려가고 싶어하셔서 중간에 불편한 상황이 생기기도 했는데, 제가 하고싶어하는 연구의 주제가 달랐고 다른 학교를 지원하고 싶어하는 것을 아신 후에는, 많은 지원을 해주셨습니다.) 당시 연구로, 국내 유명 논문경진대회에서 수상을 하게 됩니다.
이후 skp 의 한 연구실에 문 닫고 겨우 들어갑니다. 컨택을 했을 때, “TO 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일단 지원해봐라.” 라고 교수님께서 말씀하셨고, 최종 면접후에도 같은 과의 다른 연구실은 어떠냐,, 라는 말씀도 하셨지만, 제 지도교수님께서 하는 분야의 연구를 하고 싶어서, 다른 연구실 생각해본적 없다고 말씀드렸고, 그렇게 제가 하고 싶은 분야의 연구실(Machine Learning 랩/15년도) 에 들어가게 됩니다.
대학원 생활에서는 수료전까지는 수업, 공부에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제 첫 탑티어 논문은 석박통합 5년차 때 처음 나왔습니다. (석사, 학사분들도 top 티어 논문 쓰시는 거 보고 많이 놀라고는 합니다.) 첫 top 티어 학회에서 제가 발표한 논문을 보고, 다른 해외 박사생이 자기의 연구분야를 적용하는 연구를 같이 해보자고 제안하여, 교수님의 허락하게 같이 연구를 진행합니다. 아이디어, 실험, 모두 제가 진행을 하였고, 제가 1저자로 탑티어 논문을 하나 더 작성하게 됩니다. 한 주제에 대해서 연결되는 연구를 진행하였고, 졸업논문을 매우 쉽게 작성하였습니다.
대학원 생활 중, 교수님 덕분에 해외 기업 인턴을 할 기회가 생기게 됩니다. 당시 machine learning 분야에서는 인턴들을 많이 뽑았고 (한국의 경우 네이버, 카카오등), 같이 연구했던 해외 박사생의 경우 구글에서, 같은 연구실 학생의 경우 현 메타 에서도 인턴을 하였었습니다. 저는 당시 미국에서 인턴생활이 계획되어 있었는 데, 코로나로 인해, 한국지사와 계약하고, 미국분들과 일을 합니다. (당시의 연구로 탑티어 학회 논문 게제) 9명의 인턴 중 3명에게만 인턴 연장을 제안하겠다고 하였다가, 결국 그 인턴 3명에게 full-time offer 를 제안합니다. (제가 입사한 2021년의 경우, AI 연구원들을 필요로 하는 회사가 많아서 취업이 조금은 쉬웠던거 같네요.) 그렇게 저는 한국에서 학위 (2015-2021)를 마무리하고 미국으로 넘어와 현재까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와이프가 학자금 다 갚아줍니다..) 연구실 입학 할 때는 문닫고 겨우 들어갔지만, 취업은 손가락에 꼽힐만큼 잘 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로 일반화를 할 수는 없겠지만, 학부가 좋지 않아도, 스펙이 별로여도, 잘 풀리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는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포기하지 마시고, 다들 즐거운 연구생활 하시기를 바랍니다.
3줄 요약 - 고등학교, 대학교 좋은 학교가 아니더라도, 좋은 대학원 충분히 갈 수 있고, 한국의 대학원에서도 미국 기업 갈 수도 있다. - 좋은 학부 출신 아니어도 연구실 생활 충분히 잘 할 수 있으며, 입학성적이 졸업성적이 되지는 않는다. - 다들 열심히 화이팅 합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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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5개
2023.02.23
여기에서, 그리고 블라인드같은곳 같이 박사학위자보다 석/박사 과정학생 혹은 학부생이 많은곳이나 "학부!!!" 이런얘기하지, 생각보다 박사학위자가 많은곳에서는 그사람 능력으로 평가받는 경우가 많죠. 잘하는 사람이 spk학부출신이라 하면 '역시 spk출신들은 잘하네!'가 될 뿐이고요. 본인 능력만 훌륭하면, 당연히 어디든지 갈수있습니다. 주변에 잘하는 박사/교수들이랑 친하게 지내는편이지만 인서울 중위권 학부면서도 미국탑대학 교수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물론 월등한 능력을 갖는것 자체가 쉽지않은 길이지만요. 저또한 spk에서 학위를 받았지만, 선배중 상당히 능력있던분은 학부가 조금 안좋은곳이였는데, 학부를 본인의 아킬레스건이라 생각하면서 본인 실력으로 그걸 매꾸려고 노력하시더라고요. 지금은 잘풀리셔서 상위권 대학에서 교수로 임용중이신데, 가끔 만나면 오히려 학부가 안좋은게 본인의 동기부여가 될때도 많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여튼 학부가 좋든 안좋든, 본인이 어떻게 생각하고 그걸 어떻게 활용하는지 등의 태도가 훨씬 중요한것같습니다.
2023.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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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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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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