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 2600일 생존기] 2.컨택

누워있는 것을 좋아하는 '단형'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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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 2600일 생존기] 1.용감한 시작



결정의 시간


우선 저는 자대 대학원 진학을 결정했습니다.


학부 1학년 때까지는 학교 주변의 친척 집에서 지냈고 그 이후로는 집에서 통학을 했는데, 집을 떠나있는 게 힘이 들더라고요. (지금은 집 떠난 지 10년이 가까워 옵니다…)


대학원도 최대한 집에서 학교를 다니고 싶었습니다.


같은 이유로 해외 유학도 생각하지 않았어요.


여기에는 진로에 대한 제 고민도 같이 고려가 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사기업 취직을 염두에 두고 대학원을 진학했습니다.


내가 배운 것들이 실제 상황에서는 어디에 적용되는지가 궁금했기 때문에, 그 실제 상황들과 더 밀접하게 닿아있는 회사라는 선택지가 마음에 가장 와닿았습니다.


유학을 갈 수만 있다면 그 자체로도 아주 좋은 경험이고, 진로의 폭이 더 넓어질 수 있는 방향일 수 있겠죠.


그렇지만 제게는 집 멀리 떠난다는 큰 어려움을 짊어질 만큼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았습니다. (지금은 집 떠난 지 10년이 가까워 옵니다…22 ㅠㅠ 결국 언젠가는 집을 떠나게 되더라고요.)


컨택할 연구실을 선정하는 과정도 졸업 실험 연구실을 고르는 과정과 비슷했습니다.


지금 와서 보니 그래서 같은 곳을 갔나 싶기도 하네요.


저는 연구를 꼭 하고 싶었던 특정 분야가 있지는 않았고, 관심이 있는 분야들과 없는 분야들이 나뉘어 있을 뿐이었어요.


내가 어느 분야에 맞을지도 결국에는 해 봐야 알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있었고요.


그래서 과도 학부 전공 그대로 선택을 했습니다.


먼저 관심이 없는 분야의 연구실은 지우고, 최근 실적이 많지 않은 연구실들을 제외해 나갔습니다.


남은 연구실들을 쭉 훑어보니 그래도 좋은 경험이 있던 졸업 실험 연구실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저에게는 연구실의 좋은 분위기가 그만큼 인상적이었나 봅니다.


일단 그 연구실을 포함해 세 곳 정도를 희망 리스트에 올려두었습니다.


리스트를 놓고 여름방학 내내 계속 고민을 하다가, 결국 8월 초 어느 날, 거사(!)를 치르기로 합니다.


일단 교수님들을 뵙고 무슨 얘기라도 해 봐야 결정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면서 말이죠.





컨택메일: 기다림


제가 진학했던 곳은 소위 인기 랩은 아니었지만 매해 꾸준히 신입생들이 들어가던 랩이었는데, 제 컨택 시기(8월 초)가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물론 이것도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전 우선 졸업 실험 연구실에 연락을 해 보기로 했습니다.


계속 같이 미팅도 해 왔기 때문에 기억하시지 않을까 했는데, 나중에 답장 주신 것을 보니 다행히 기억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대학원 진학 관련해서 면담을 하고 싶다고, 나름 제 생각에는 일단은 그냥 여쭤보러 가는 자리 정도로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래서 객관적인 제 지표(학점, 연구 관련 활동 등)나 향후 희망 진로계획 같은 내용은 거의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면담을 신청하는 내용만이 되었습니다.


메일을 보낸 지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났습니다.


마음에 안 드셨나, 내가 메일에서 실수한 게 있나, 그냥 못 보셨나, 뭔가를 더 썼어야 했나, 이미 자리가 찬 실험실도 있다는데 얼른 다른 분들께 여쭤봐야 하나, 그러다 여기저기 다 연락하는 걸로 소문나면 어쩌지 등등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대략 5일 정도가 지나자 전 다시 메일을 쓰기로 합니다.


어떻게 다시 운을 떼볼까 괴로워하며 회신을 주시면 감사드리겠다는 메일을 여러 번 다시 쓰다가, 눈 질끈 감고 보내기를 눌렀습니다.


그러자 이번엔 다음 주 중 언제 시간이 되니 연구실로 찾아오라는 답장이 하루 만에 오더군요(기다리던 그 하루도 몹시 길었죠).


나중에 대학원에 입학하고 알았습니다.


교수님들은 하루에 기본 수십 통 이상의 메일을 주고받기 때문에 내 메일이 잊히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라는 것을요.




컨택메일엔 어떤 것을 담아야 했나


저는 직전 학기 졸업 실험을 통해서 교수님이 비교적 잘 알게 된 학생이었으니, 저 스스로를 알리는 데에 큰 부담이 없는 경우이기는 했습니다.


지난 학기에 자주 뵙던 학생인데, 한 학기 동안 연구실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면서 대학원에 관심이 생겨 면담을 요청하고자 한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죠.


졸업 실험에 열심히 임했기 때문에 저를 좋게 기억하고 계셨고, 이것이 나중에 입학하게 되는 데 좋은 영향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연구실 인턴도 마찬가지겠죠.


사실 당시 저는 면담이 곧 컨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일단 연구실에 대한 얘기를 나눠 보고, 분위기가 괜찮으면 컨택 얘기를 꺼내 볼 생각이었죠.


하지만 교수님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셨고(많은 독자분들도 마찬가지이시겠죠), 다음 화에서 자세히 풀겠지만 제가 교수님 연구실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컨택모드로 들어가셨습니다.


교수님이 졸업 실험을 하면서 저를 좋게 보셨기에 망정이지 그저 “면담이 하고 싶습니다!”라는 메일은… 지금 생각하면 참 용감했다 싶어요.


대학원생이 된 이후, 교수님께 보내면서 당시 연구실 대학원생 전부를 참조에 넣은 컨택 메일을 몇 번 받아본 적이 있습니다.


아마 연구실 홈페이지에 있는 구성원 이메일 주소를 전부 복사해서 보내셨던 것 같아요(받아본 바, 이렇게 까지는 안 하셔도 됩니다).


거기엔 자기 자신을 어필하는 다양한 내용이 있더라고요.


학부 학점이나 연구활동 경험, 관심분야는 기본이고 연구와 관련이 없는 자격증 취득 내역이라던가, 운동 경력이나 국토종주 경험 등 연구실에서 밤샘을 자주 할 수 있다는 체력이나 끈기에 대한 어필도 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저희 교수님께 이런 어필은 효과적이지 않았습니다.


컨택하는 학생이 연구자의 길을 가는 것을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입학과 졸업 후의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훨씬 큰 관심이 있으셨던 것 같아요.


그리고 컨택하는 학생들이 정식으로 교수님께 메일을 드리기 전에 연구실 구성원에게 미리 개별적으로 연락을 주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도 일 년에 한두 건 정도 받아봤던 것 같은데, 주로 다음 학기에 연구실에서 신입생을 뽑는지에 대해 묻는 연락이었습니다.


여기에 대한 대학원생의 답장도 교수님 답장처럼 받으실 수도 있고, 못 받으실 수도 있습니다.


특히 바쁘거나 해외 출장 중이거나 하면 대학원생이 답장을 놓칠 수도 있고요.


그래도 제 주변의 전현직 원생들 대부분은 자기 자신이 컨택할 때 생각하면서 잘 답변해 주는 편이기는 합니다.


다시 입학 전의 저로 돌아가서, 그렇게 저는 교수님과 면담 약속을 잡고, 셔츠를 곱게 다려 입고 8월의 어느 날 학교에 찾아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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