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슬퍼하고 있을 당신에게

누워있는 것을 좋아하는 '단형' 님의 글입니다.




대학원생에겐 슬프고 힘들어할 일이 너무 많다.


열심히 한다고 해봐도 주로 잘 안되는 실험과 논문 생각만 하면 마음 한편이 무겁고 머리가 답답해지고 그렇다.


더 스트레스 받을 걸 잘 알면서도 사람 마음은 그렇지 않아서 자꾸 옆에 동료나 다른 연구실에 간 친구의 상황과 나를 비교하게 된다.


자꾸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를 본다.


때로는 내가 딱히 보려고 하지 않았는데도 그 모습들이 보이곤 한다.


그러면서 예상한 그대로,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 한 번도 어김이 없이.


‘건강한 스트레스’라는 말들을 한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적당히 긴장감을 높여 주어서 오히려 도움이 되기도 한다고.


어떤 사람들은 ‘메기 효과’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어느 이상으로 슬프고 힘든 사람에게 그런 말은 별 위로나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가 수조 속 미꾸라지라면 그 수조는 이미 메기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위험천만한 공간인 것을.




다른 사람에게 내 힘듦을 이야기하기에도 좀… 그렇다.


잘나가는 동료에게 얘기하자니 이해를 해 줄지, 결국 내가 못해서 그렇다는 날이 선 얘기를 듣게 되지는 않을지, 무엇보다 그도 바쁜 대학원생이고 나름의 고충이 있을 텐데 붙잡고 내 얘기를 하는 게 잘하는 일일지 몰라서 그렇다.


선배도, 교수님도, 다른 연구실에 있는 친구들도, 대학원이 아닌 다른 길을 가는 지인들도 그렇다. 


지금도 아주 극복하지는 못했지만 난 나 자신을 스스로 옭아매는 경향이 있었다.


그 어떤 대상보다 나에게 한없이 엄격하고 가혹해서 심할 땐 없는 스트레스도 만드는 타입이랄까.




처음 연구실에 들어왔을 때 한 2년 동안은 결과가 안 나와서 미칠 것 같았다.


흔히 말하는 금손과 똥손 중에 내 동기들은 금손이었고 나는 똥손 그 자체였다(시간이 좀 지난 지금도 손은 별로 안 좋다).


지금 생각에 처음 2년이지 그때는 끝이 안 보이는 터널을 지나는 것 같았다.


다음 랩 미팅 발표는 어떻게 하지 하는 걱정부터 허무함과 허탈감에 사로잡혀 하루하루가 괴로웠다.


아무리 해도 자꾸 안된다고 누군가에게 하소연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말하는 나 자신이 더 없어 보이진 않을까 걱정이 됐다.


괴로워하는 것도 오래 하면 무서운 습관이 된다.


시간이 지나고 상황이 천천히 좀 나아지고 난 이후에도 난 어디에선가 갖가지 이유로, 때로는 이유 없이도 항상 슬퍼하고 있었다.




결국에 얘기를 하기는 했다.


지인들을 붙잡고 구구절절 털어놓는 대신 절박함 반 호기심 반 학교에서 운영하는 두 달짜리 집단상담 프로그램에 가봤다.


매주 정해진 주제로 명상도 하고 서로의 이야기도 들어주는 시간들이었다.


사람이 고통받는 이유는 참 다양했다.


하지만 한 번도 내가 고민해본 적이 없는 종류의 힘듦도 마법같이 다 이해가 되었다.


힘들었겠다. 괴로웠겠다. 그럼에도 잘 살아가고 있구나.


그리고 상담사 선생님의 진행 아래 모두가 서로에게 말했다. “괜찮아.”


그저 ‘괜찮다’는 말이 듣고 싶었나 보다.


내게 가장 필요한 건 인정과 잘한다는 말보다 괜찮다는 말이었던 것 같다.


들을 때마다 마음을 차분하게 안정시키는 느낌이라서 좋다.


그다음부턴 기분이 묘하고 불안할 때 가슴을 쓸어내리며 스스로에게 괜찮다는 주문을 거는 게 습관이 되었다. 그러면 기분이 조금 나았다.


집단상담에서 얻은 게 또 하나 있다면, 그때 자기 이야기를 끝낸 참가자들에게 한 것처럼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괜찮다는 말을 자주 많이 해야겠다는 다짐이었다.


그래서 여기서도 한 번 해 보려고 한다.


그렇게 힘들어도 괜찮아. 조금 못하고 느려도 괜찮아. 조금 오래 걸리고 돌아가도 괜찮아. 안 돼도 괜찮아. 처음엔 그게 당연한 거야. 그 어떤 말로도 위로가 안 될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다 괜찮아.





- 연구실 출근을 시작하고 나서 자꾸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혀 슬픈 신입생들, 또는 몇 년째 쳇바퀴처럼 반복되며 힘에 부치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대학원생들에게 이 글을 드립니다.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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