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이번에 사회과학계열의 박사 졸업을 앞두고 있는 사람입니다. 지금도 연구실을 지키고 있을 대학원생들에게 힘이 되었으면 해서 글을 써봅니다.
저는 전 지도교수님과 갈등이 있어 지도교수를 변경하여 졸업을 하게 되었고. 그 와중에 몇 년을 마음고생을 하며 살았습니다. 심리 상담을 받으러 간 곳에서는 상담으로 해결될 증상이 아니라, 정신병원에 갈 것을 권유하여, 한동안 우울증 약을 달고 살기도 하였습니다. 제가 가져가는 연구주제는 매번 지도교수님께 리젝을 당했고, 저는 저 뿐만 아니라 연구실 대부분이 논문실적이 없는 모습에 조바심을 매번 냈었습니다. 당시 이런 저를 보며 전 지도교수님은 인간이 덜 되었다, 게으르고 공부를 안 한다는 말을 종종 하셨고, 나중에 알고보니 저에게 말씀을 하실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이런 소문을 내셨더라구요. 이런 상황에서 저는 대학원을 그만두자 마음을 먹고, 그만두기 전에 미련없이 논문이나 한번 써보자 하고 친한 박사선배님 도움을 받아 연구를 시작했고, 반년도 안 지났을 때, Scopus 등재지에 해당 논문을 게재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2년간 4개의 논문을 더 게재할 수 있었구요. 그리고 열심히하는 모습을 좋게 봐주신 다른 교수님들의 도움으로 지금 무사히 졸업까지 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개인적 이야기가 길었습니다. 제가 대학원에서 연구도 제대로 못하고 헤매일 때, 가장 저를 힘들게 하던거는 전 지도교수님이 아닌 제 자신이에 대한 끊임없는 의심이었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게으르지? 내가 인격이 성숙하지 못해서 지도교수님이 연구를 못하게 하는건가? 등등 여러 자학적 생각들이 저를 갉아먹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그거는 전 지도교수님의 말씀을 빌려 제가 저를 스스로 옭아맸던 것이더라구요. 저 혼자 열심히 읽어온 논문들은, 지도교수님과 별개로 논문을 쓰기로 마음을 먹은 뒤, 반 년 정도의 짧은 시간 내에 논문들을 게재할 수 있게 했으며, 비록 최종 리젝당했을지라도 좋은 SCI급 저널에서 격려담긴 여러 리뷰들을 받을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제가 스스로 자학했던 제 인성에 대해서는 다른 교수님들의 진심어린 조언과 다른 어른들의 도움의 손길을 받으며, 내가 마냥 인간이 덜 된 망나니는 아니었구나라며 다시 인식을 하게 해줬습니다. 그리고 지금 대학원에서 마음고생하던 시절을 돌아보며 내린 제 결론은 내가 열심히 안 하던게 아니라, 그냥 나랑 안 맞는 곳에 있었구나였습니다.
'안 맞는 곳에 있으니, 사람이 몰리게 되고, 몰리다 보니 무례해보이게 된 것이었구나.' '안 맞는 곳에 있다보니 소진되고, 그래서 매일 무엇인가를 하는게 힘들었던 것이었구나'
결국, 저랑 전 지도교수님은 그냥 안 맞는 사람이었던 것이고, 제가 아직 어려서 이 상황을 지혜롭게 타파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갉아먹었던 것이었습니다.
가끔 여기 들어와보면, 저와 같은 고민을 가진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주변 환경과 맞지 않는 곳에서 차마 환경을 원망하지 못하고 자신을 갉아먹는 분들이요. 여러분은 그 나름에 장소에서 열심히 해왔습니다. 너무 우울해 하고 자책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연구는 몰라도 졸업은 본인의 노력이 아닌, 주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졸업이 멀어보여도, 본인이 잘못한 게 아닐 수 있습니다. 너무 본인을 자책하지 마시고, 스스로의 노력을 믿고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가 정 지쳤으면, 지금의 환경으로부터 도망쳐서 잠깐 숨을 돌리는 것도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아직 제가 인간이 충분히 되었나 고민을 합니다만, 주변 어르신들을 보면 본인이 인간이 되었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분들이 가장 인간성이 좋으신 분들이고, 그 분들도 끊임없이 노력하시더라구요. 왜 난 아직 인간이 되지 못했나 생각하지 마시고, 겸손하게 앞으로 나아가며, 좋은 교수님들과 박사님들을 만나, 그 분들의 이야기를 귀기울이다보면, 우리들 또한 인간이 되어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모두들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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