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학부연구생 후 자대 대학원에 진학하여 석사 1학기차, 즉 석사 3주차를 지내고 있는 학생입니다.
처음엔 연구라는 것이 재미있어 보여 자대 학부연구생에 지원하여 랩실에 들어갔습니다. 들어가서 시작한 업무는 제가 컨택할 당시 지망하던 분야와는 다른 분야의 업무였지만 동료 학부연구생들과 함께 일하며 지식의 저변도 넓히고 연구의 희노애락을 맛보며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원이 장래 희망이기도 했고, 학부 전공 수업과는 달리 직접 부딪혀가며 배우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랩실 교수님과 사람들도 좋아 자대 랩실 석사 진학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제 여건상 박사과정까지는 불가능할 것 같아 석박 통합이 아닌 석사 과정으로 생각을 굳혔고, 랩실에서 기존에 하던 업무로는 내가 2년 석사를 졸업하더라도 이 분야를 안다고 할 수 있을지와 주변 연구자들이 석사 과정으로만 해당 분야의 공부를 끝낸 저를 이 분야의 연구자로 인정해줄지에 대한 고민을 하던 차에, 랩실에서 처음 컨택할 당시 지망하던 업무를 하던 사람들이 모두 나가게 되어 그 업무를 맡아 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새로 시작하는 입장에서 힘든 점도 많고 물어볼 사람도 없었지만 교수님 오피스도 자주 두드리고 장비도 자주 손보며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막막했긴 하지만 석사 1년 먼저 시작해서 데이터 뽑는다는 마음 가짐과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 라는 마인드로 일했습니다. 하다 보니 이 분야에도 지식이 들고 들인 시간과 노력이 조금이나마 답을 해주며 정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일주일 전 교수님이 석사 주제 관련 미팅을 하자고 하신 후, 1년동안 하던 업무는 새로 온 학생에게 가게 되었고, 저는 전혀 별개의 업무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새로 받은 업무는 저희 랩실에 할 줄 아는 이가 교수님 포함하여 아무도 없으며, 관련 장비조차 없습니다. 학교의 다른 랩실에도 거의 빌릴 수 없는 상황입니다. 선행 연구 자료를 검색해도 잘 나오지 않아 더욱 막막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걸 2년동안 맨땅에 헤딩을 해도 10%는 하고 나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1년간 고생하며 정들었던 일을 다른학생에게 모두 전수하고 새로운 일을 하게 된 상황과 앞선 상황이 겹치니 자연스레 의욕도 나지 않게 되었습니다. 와중에 교수님과도 다른 일로 인하여 교수님이 저를 좋게 생각하지 않으시는 것 같아 더더욱 의지할 곳이 사라진 느낌입니다.
연구실 출근할 때 횡단보도에서 맞은편에 달려오는 저 차가 나를 치면, 계단을 내려가다가 굴러 떨어지면 상황이 좀 나아질까 싶은 마음으로 하루하루가 지나가는 느낌입니다. 집에 돌아오면 그저 울다가 자고 다시 출근하게 됩니다. 이정도 고민은 석사 1학기차나, 새로운 주제를 맡게 된 모든 이가 하는 고민인데 괜히 나약하게 생각해서 오버하는건지, 자기 연민에 빠져 남들은 다 하는 일을 못하는건지 하는 의심이 듭니다. 또한, 이런 마음가짐으로 석사 과정을 시작하는게 맞나 하는 생각과 동시에 2년동안 했는데 앞서 예상한대로 10%도 하지 못한 채 2년이 끝나버린다면 어떡하지 하는 마음도 듭니다.
동일 과 다른 랩실 사람들이나 저희 랩실 사람들에게 말하기에는 너무 누워서 침뱉기 같은 상황이라 익명의 힘을 빌려 글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먼저 학위과정에 뛰어든 선배 연구자분들의 의견을 묻고 싶습니다. 쓴소리도 달게 받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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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2025.03.18
그러니까 아직 지도교수님이랑 이야기를 안해본거죠? 일단 대화를 나누고 서로간의 생각과 의견을 공유하고~~~~난뒤에 뭐 이러쿵 저러쿵 결정하면 됩니다.
2025.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