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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좋아요 미국 좋소 대학 교수의 교수직 지원 후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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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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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좋소 대학 시리즈 글을 썼던 좋소 대학 교수입니다.

저번 글 (https://phdkim.net/board/free/57515)의 제목을 '임용 후기'라고 했었는데, 임용 후기는 아니라서 이번에는 제목을 수정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저번 글에 다 담지 못한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1. 왜 이직 생각이 없으면서도 잡마켓에 나왔나?

테뉴어를 받고 연차가 올라가도 알게 모를 불안감이 있습니다. 임포스터 신드롬일 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능력을 외부에서 객관적으로 검증받고 싶었습니다. 학과 내나 같은 캠퍼스가 아닌 외부 사람들에게 말이죠. 현재 직장이 위험하거나 그런 것은 아닙니다. 주립대라 망할 일 없고, 아직까지는 전망 좋은 전공이라 학생들도 매해 늘어나는 학과입니다. 하지만 언젠가 이 학교를 떠나고 싶거나, 타의에 의해 떠나야 할 상황이 온다면, 혹은 AI 기술의 발달로 학과가 통폐합된다면 (테뉴어는 학과에서 받는거라 해당 학과가 사라지게 되면 테뉴어가 무효가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의 실적과 실력으로 다른 학교에서 오퍼를 받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검증차 교수직을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2. 교수 임용은 대학 입시가 아니다.

입결에 민감한 한국인 입장에서는 자신이 공부한 학교의 랭킹에 자신을 투영하기 쉽습니다. 좋은 학교에서 박사를 받고, 훌륭한 연구 실적을 가지고, 좋은 교수 밑에서 포닥까지 했으면 탑스쿨 교수는 따 놓은 당상이겠지? 그렇지 않더라도 랭킹 낮은 학교는 오퍼 받기 쉽겠지? 하고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대학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원하는 교수상이 있기 때문에 그 교수상에 맞지 않으면 인터뷰 기회조차 오지 않습니다. 이 교수상은 커미티 멤버, 현재 연구 트렌드, 학과 사정에 따라 매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희 학과는 그동안 인터뷰 대상이 오로지 현직 교수였는데, 올해에는 너무 사람 뽑기가 어려워서 ABD들도 인터뷰하고 있습니다. 그 전에는 티칭 학교라 티칭이 검증된 교수만 인터뷰 했었죠.

이런걸 알게 되니 박사 때 만만하게 생각하며 지원했던 랭킹 낮은 학교들과 티칭 스쿨들에서 연락이 오지 않았던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논문과 그랜트 수주 경험보다 다른 것을 더 중요하게 보았기 때문이죠. 물론 논문 실적과 그랜트 수주 경험이 마이너스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일단 일루석으로 나아가면 이루석으로 가기 위한 좋은 플러스 요인이 되겠죠. 하지만 일루석으로 나가는 조건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3. LLM 혹은 Generative AI를 잘 이용하자

이직이 아닌 구직 체험이라 추천인들은 알고 지내는 같은 학교 타과 한국인 교수님들과 오랫동안 알고 지낸 한국 대학의 교수님께 부탁드렸습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추천서는 직접 써서 드렸는데 큰 시간을 들이기는 그렇고 해서 ChatGPT를 이용하여 추천서를 작성 하였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생성형 인공지능의 경우 프롬프트의 퀄리티에 따라 산출물의 퀄리티도 달라집니다. 그래서 한장 정도 되는 추천서를 작성하기 위해 상당히 구체적인 내용을 프롬프트에 작성 하였습니다. 언제 알게 되어서 그동안 어떤 코웍을 하고 어떤 교류를 하고 학생들을 위해 어떤 교육을 할지 논의 하고 그리고 앞으로 어떠한 연구를 같이 할 계획을 가지고 있고 나를 종합적으로 어떻게 판단하는지를 반페이지 분량 정도로 적어서 ChatGPT에 추천서로 쓰게 한 후 그 산출물 결과를 다듬어서 사용 하였습니다. 결과는 꽤 괜찮았습니다.

4. 꾸준한 자기 정리

실제 이직을 위한 지원 패키지가 아니라 최소한의 노력만 들였는데 평소에 미리미리 실적 정리를 하였다면 최소한의 꾸밈으로도 최대한의 효과를 누렸을 것 같습니다.

테뉴어 받고 그간 실적 정리를 안 하다보니 그동안 이룬 성취에 대한 정리가 잘 안 되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교수로서의 실적 혹은 교수 지원자로서의 실적은 논문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을 위한, 학교를 위한, 학과를 위한, 그리고 속해 있는 커뮤니티를 위한 모든 자신의 행위가 실적이 될 수 있습니다. 지역 비지니스를 위해 웹페이지나 앱을 만들어주고 대학원생들과 함께 스터디 그룹을 만들거나 지역 내 밋업을 운영하는 것도 좋은 실적이 될 수 있겠죠.

5. 스토리텔러가 되자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 아무리 실적이 좋아도 그걸 스토리텔링으로 잘 풀어내지 못하면 전달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지역 비지니스에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실적 분석 및 예측을 가능하게 하는 앱을 만들어 줬을 때 그 앱이 어떤 임팩트를 가지고 올 수 있는지 그리고 이런 지원이 지역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스토리를 잘 만들어 내야 합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구슬들을 잘 모아 꿰매어 하나의 보물로 만들어야 합니다. 단순히 실적만 나열해서는 좋은 교수 지원자가 될 수 없습니다.

혹시 누구는 말 잘 못 해도 논문 실적 좋으니 교수가 되던데? 한다면 평상시 말을 잘 못하는 사람일지라도 인터뷰에서는 논문 실적을 바탕으로 자신의 비전을 제대로 전달 하였을 것이고 적어도 미국에서는 논문수만 많다고 자신의 비전도 제대로 제공하지 못 하는 사람이 교수가 되었다면 아주 엄청나게 운이 좋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돌이켜 보면 박사 때는 논문 쓰고 졸업하고 취업 후 살길 찾느라 시야를 넓게 가지지 못 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의 시야를 가지고 그 시절로 돌아간다며 조금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그렇다고 해도 지금의 삶이 나쁘지는 않습니다. 여유로운 삶이라 이렇게 김박사넷에 글을 남길 수 있으니까요. 보니 좋소 교수 시리즈를 일년 반정도 전에 썼던데 아마 일년 반정도 후에 다른 주제로 글을 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 모두 건승하시길 바라며 제 글이 필요한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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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개

2024.05.24

5번 공감합니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그냥 의미 없이 연구했거나, 잡다하게만 많이 했으면 프로라고 보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확률상 그런 연구원은 교수가 되어도 한 분야에 있어 크게 성공하지 못합니다

대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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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6

4의 꾸준한 자기 정리의 예시는 어떤게 있을까요?
단순히 google scholar 정리 등을 넘어서 어떤 준비를 해야하는지 알면 너무 소중한 정보가 될 것 같습니다. 소중한 시간 내주셔서 써준 양질의 글 너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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