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전문연을 계획하고 올해 자대 대학원에 진학한 학생입니다. 작년 가을부터 심한 우울증 및 공황을 겪고 있으며, 그로 인해 올 봄 통합과정 1학기 도중 휴학을 신청하고 휴식중입니다.
여름방학 중 복귀를 생각하고 교수님께 면담을 드렸는데, 교수님이 연구가 아닌 길을 찾아보는게 어떻겠냐, 군대를 가는걸 생각해보라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근거는 크게 두가지 인데, 첫번째는 정신적인 어려움이 낫지 않았다는 점 입니다. 멀쩡한 사람도 망가뜨리는게 연구의 압박인데, 견딜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는 겁니다.
두번째는 제가 연구에 재능이 없어 보인다고 하십니다. 입학 전 학부 인턴 4개월+ 입학 후 휴학까지의 2개월 간 보여준 게 너무나 없다는 겁니다. 확실히 정신질환이 오면서 능률이 떨어진 것도 있지만, 이건 할 말이 많습니다. 현재의 랩에 도착하기 전, 학부 시절 다른 인턴 중에는 괜찮게 평가를 받았고, 결과물을 특허 등록하며 과제기여도 해 보았습니다. 학부시절 논문 쓰는 분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연구 관둬야 할 놈 취급을 받는 건 좀 억울합니다. 랩에 들어오면서 교수님이 넓게 주제를 하나 던져주셨는데, 알고보니 교수님이 잘 모르시는 분야였습니다. 학부 인턴 내내 도움 없이 공부만 했고(이때 겪은 주제찾기의 압박이 우울증의 시작이었네요), 입학 이후에는 이제 겨우 감을 잡은 상태에서 제안서 쓰다 항복하고 휴학했는데, 너무 빠른 시기에 결과물을 요구 하시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정말 긴 시간 바라온 연구의 길을 출발선에 서자마자 포기해야 하나, 혹은 길게 미뤄야 하나 고민이 됩니다. 지금 입대를 결정하면 시기상 1년 정도를 버리게 되는 것도 저를 망설여지게 합니다.
이젠 정말 어떤 선택을 할 의지나 에너지 자체가 남아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그래도 연구에 도전해보겠다고 강하게 밀어 붙여서 돌아갔을 것 같은데, 지금은 쉽지 않네요.
교수님이나 랩실 사람들은 다들 좋으신 분입니다. 다른 길을 찾아보라는 말도 나가라는 압박이 아니라 정말 저를 걱정해서 하시는 말이라고 느꼈습니다.
글이 상당히 횡설수설 하게 써진것 같습니다. 제가 추한거 압니다만, 선배님들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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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개
2024.05.15
저는 당장은 다른길 찾는게 나아보입니다. 석사나 통합 초기의 경우 사수의 연구를 따라, 이미 만들어진 프로젝트를 따라가면서 무언가를 만들어 내면서 배우면 됩니다. 하지만 박사부터는 누가 만들어준 프로젝트가 아니라, 내가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프로젝트로 만들고 수행해가는 과정이 메인이 됩니다. 그런점에서 박사과정동안 우울증의 원인이 되는 주제찾기의 압박은 계속 해서 반복될겁니다. 즉 스스로 무언가를 찾고 해내야하는걸 스트레스로 느낀다는 부분에서 박사과정에는 적합하지 않아 판단하셨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정신이 무너진 상태로 지금 학위를 시작하면 스스로 크게 무너지거나 학위를 이어가더라도 제대로된 퍼포먼스를 내긴 힘들겁니다. 차라리 치료받으면서 요양을 하거나, 군대를 가도 우울증이 문제가 되지 않을것 같다면 군대라도 다녀와서 미래에 다시 학위로 복귀했을때 부담이 없도록 해놓는게 좋아보입니다.
2024.05.15
덧붙이자면, 조급해하지마세요. 인생의 2~3년 늦는건 아무런 데미지도 주지 않습니다. 스스로의 능력부족이나 답답함으로 스스로를 자책하지 말고, 어떻게 해야 이런 부분을 메꿀수 있을까, 해결할수 있을까에 초점맞춰서 바라보세요. 문제를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정신이 무너지지만, 문제를 문제로만 받아들이면 해결할 방법이 보일겁니다.
2024.05.15
2024.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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