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약물을 쓴다는 것 외에 둘이 하는 분야가 상당부분 겹치는 것 같은데, 둘의 차이가 무엇인가요?
또한 랩실에서도 심리상담가는 할 수 없고 정신과의사만 할 수 있는 학문분야/영역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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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개
쩨쩨한 알렉산더 플레밍
IF : 3
2023.10.01
환자의 입장에서 설명드리면, 의사들은 정신병의 원인을 "체내 화학물질 이상"으로 보고, 약물 치료가 주된 요법입니다. 우리가 드라마에서 상상하는 상담은 의사들이 안해줘요 ㅎㅎ. 그냥 증상 물어보고 약만 줍니다. 효과가 빠르지만 재발을 막지는 못하는 듯 합니다. 감기걸리면 약먹는거랑 똑같아요. 상담은 감기 안걸릴려고 기초체력을 기르는 것과 유사합니다. 생각의 습관을 바꾼다거나, 나의 감정을 살피는 연습을 한다거나, 등등의 행위를 통해 마음 운동을 하는거죠.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고 생각과 마음의 습관을 바꾸는 것이 매우 고통스럽지만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필요한 과정인 것 같습니다. 감기 걸리면 약먹고 다 나으면 운동해서 기초체력을 길러야 하듯 보통 약으로 증상을 없애고 꾸준한 상담치료를 통해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과정이 필요합니다.
생각보다 우리가 원하는 딥한 상담은 정신과의사들이 해주는게 아니에요. 약과 기계로 치료를 해주십니다. 심리상담사들은 진짜 상담을 주로 하시구요
2023.10.02
안녕하세요? 우선 저는 정신과 전문의이고, full time ph.d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위 댓글들에서 환자 입장에서 느껴지는 차이에 대해 잘 설명해 주신 것 같습니다.
정신과에서 관심이 있는 부분은 '병'인가 아닌가? 입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사람은 힘들고 괴로운 마음이 들 수 있지만, 질병은 완전히 다른 개념입니다. 정신과 의사는 진단과 그에 맞는 치료법을 적용하는 데에 특화된 반면, 숙련된 심리상담가들은 일상생활에서의 스트레스 관리부터 보다깊은 곳의 내적 갈등(유년기 트라우마에서 비롯된 애착의 문제 등)을 다루는 것에 더 관심이 있습니다. 정신과 의사도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심리상담을 배우고 그에 특화된 분야를 전공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숙련된 정신과 의사와 심리상담가는 서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의 범위를 나누어 협력하는 관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조현병, ADHD와 같이 약물 치료가 1차 치료이며 장기간 방치시 예후에 안 좋은 영향을 주는 병을 심리 상담만으로 치료할 수는 없기 때문에, 심리상담가 또한 내담자를 의사에게 의뢰할 수 있으며, 정신과 의사 또한 초기에 약물 치료로 볼 수 있는 이득을 거두었으나, 보다 깊은 마음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장시간의 상담이 필요한 환자를 상담자에게 의뢰할 수도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랩에서의 역할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심리상담사와 정신과 의사의 차이가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저는 의사라고 해서 과학적 진리에 가까이 있지 않다고 생각하며, 누구나 열심히 정진한다면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연구 내용이 의사 면허를 필요로 하는 것이라면 의료인이 팀에 포함되는 것이 좋겠습니다.
주저리주저리 적은 글이라 가독성이 어려울까 죄송스럽습니다. 질문 주시면 최대한 아는 바대로 답변드리겠습니다.
2023.10.01
대댓글 1개
2023.10.01
2023.10.02
대댓글 1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