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 좋아요 미국 좋소 대학 - 커리어편

2023.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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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여기서 말하는 좋소란..
재학생 만명 수준의 박사 과정이 없는 R1, R2가 아닌 M1 학교를 말함.
여기서 박사 과정은 Ed. D와 같은 Doctorate 과정이 아닌 Ph.D.를 말함.
요즘 들어 Ph.D. 과정이 없는 학교지만 리서치를 많이 해서 (a.k.a. 펀드를 많이 따와서)
좋소에서 R2로 승격한 좋소 학교들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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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를 마치고 교수 임용 시장에 뛰어들면 많이들 하는 말이 ‘리서치 대학과 티칭 대학은 두 개의 “다른" 길이다’ 라는 것이다. 즉, 다른 커리어 패스를 가게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다르다" 라고 하지만 리서치 대학이 돈도 더 많이 주고 티칭 로드도 적고 인프라도 잘 되어 있고 하기 때문에 이 다르다는 말이 different가 아닌 better 혹은 worse 처럼 느껴진다. 더욱이 리서치 대학에 있음 테뉴어 못 받고 학교를 나가게 되어도 티칭 대학으로 갈 수 있지만 티칭 대학에서는 짤리면 큰일이고 연구를 잘 해도 리서치 대학으로 갈 수 없다고 하기 때문에 different보다 better 혹은 worse 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연차가 좀 쌓인 좋소 대학의 교수의 입장에서 느낀 점은 이 ‘다르다' 는 의미가 different를 한 80% better 혹은 worse를 20% 정도 내포 하는 것 같다.

먼저, 리서치 대학은 확실히 돈을 많이 준다. 그런데 이것은 리서치 대학 교수들이 수주 해야할 그랜트에 대한 오버 헤드의 선지급? 정도로 생각하면 되지 않나 싶다. 리서치 대학에서 그랜트 안 따는 교수는 없다 (tenure track 기준). 하지만 그랜트를 딴 다고 해서 테뉴어가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보통 리서치 대학에서 파이널 면접을 가면 학과장이나 학장이 대놓고 얘기 해준다, 테뉴어 받기 전에 혹은 첫 3년간 ‘얼마'이상 가져 오기를 희망한다고. 이 기준을 못 충족하면 중간 심사에서 짤릴 수도 있고 테뉴어 심사 올라 가기 전에 다른 학교 준비하라는 얘기를 들을 수도 있다. 석사 때도 박사 때도 그런 식으로 학교를 떠나는 교수님들이 가끔 있었다. 이런 식으로 좋소를 온 리서치 대학 교수님들은 좋소 대학의 교수자리를 너무 좋아한다. 어느 한 교수님은 파라다이스라고 했다. 그리고 연봉 차이는 계절 학기를 해서 채우면 된다. 어차피 리서치 학교에서도 여름에 일 하는 것은 똑같으니까. 그래서 이 점에서는 different.

둘째, 미래 커리어에 대한 문제이다. 리서치 대학에서 티칭 대학으로 가는 것은 그 반대의 경우에 비하면 매우 수월하다. 티칭 대학에서 리서치 대학으로 가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인데 어떤 사람들은 아예 “불가능"이라고 박사 말년차를 대상으로 하는 강의에서 말하기도 하더라. 개인적으로 봤을 때 이런 좋소 대학의 95% 이상의 교수들은 계속 좋소 대학에 있고 나머지 5%의 교수들은 리서치 학교로 옮겨 가기도 한다. 현재 학교에서도 있었고 옆 동네의 리서치 대학에도 좋소 대학에서 온 교수들이 있다. 지난 10년간 내가 있는 학교에서도 미국 R1으로 간 교수와 한국 서울 상위권 대학으로 간 사람이 10명 정도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계속 남아 있는 편이다.

그런데 여기서 잘 알아야 할 것은 좋소에 남는 95%의 교수 대부분이 그냥 남고 싶어서 남은 것이라는거다. 리서치 대학에서 테뉴어 못 받고 온 사람, 리서치 대학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싫어서 온 사람, 연구보다 티칭이 좋아서 온 사람등 이런 사람들이 많은 학교에서 리서치 대학으로 옮기려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그래서 이것도 different.

그렇다면 좋소 대학의 교수들은 리서치 대학 교수들과는 어떻게 다르게 커리어를 쌓는지 궁금해진다. 좋소 대학에서의 커리어를 보면 그냥 평교수로 지내다 은퇴하는 사람들도 있고 계속 연구를 하면서 좋소 대학의 평교수이지만 나름 학회에 이름을 알리는 사람도 있고 이것을 지렛대로 삼아 관리직으로 나아가는 교수들도 있다. 여기서 관리직이라 하면 학장, 학장급인 각 부서장들을 지칭한다. 이런 점에서는 리서치 대학과 크게 다를까 싶다. 리서치 대학도 테뉴어 받고 그냥 있다가 은퇴하는 사람 관리직으로 학교 옮기며 경력 쌓는 사람등 많으니까.

마지막으로, 두 커리어 패스에서 better 혹은 worse의 느낌이 확실히 나는 것은 연구 시설, 국제 협업 시스템, 학생들 지원 시스템등 이런 인프라이다. 이런 인프라의 차이가 개개인 교수의 커리어 플랜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좋소 대학들은, 적어도 내 생각에는, 지역 인재들을 교육 시키고 지역 주민들과 같이 더불어 성장하는 그런 역할을 한다. 하지만, 리서치 대학들은 그 지역만이 아닌 다른 리서치 대학들과 경쟁 해야 하기 때문에 그 지역을 벗어나 다른 지역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도와주는 인프라가 더 잘 되어 있다. 이것은 한국의 지방국립대와 서울대와의 관계와 조금 비슷한지도 모르겠다, 어느 국립대도 다녀보지 않아서 확언할 수 없지만.

여튼, 이런 인프라를 잘 이용하면 한국 유수의 대학과 그 학교의 교수들과의 협업도 잘 할 수 있고 한국내에서 나름 명성도 얻을 수 있다. 좋소 대학 교수들한테는 거의 불가능한 이야기이다.

두 교수 커리어 패스는 어찌 보면 어차피 대부분 평교수 하다 은퇴하는 마당에 뭐 그리 다를게 있나 싶기도 하다. 그런데 테뉴어 받고 은퇴 할 때까지 부교수로 팅가팅가 하던 석사 때 나이 든 교수님과 은퇴하는 날까지 매 학기 3-4 과목씩 가르쳐야 하는 나를 비교해 보면 역시 리서치 교수가 좋은 길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아.. 참고로 얘기하자면 R1 아니 R2라도 5년만 빡세게 해서 테뉴어 받고 그 다음에는 배 째고 놀자라는 세상 부러운 생각을 한다면 연구 대학이 좋은 선택이 될 수도 있겠다. 커리어 발전은 없지만 70이고 80이고 한 두 과목만 가르치면서 신선놀음 할 수 있으니. 믿기 어려운 이야기이나 내 박사 커미티중 한 명이 그러고 있다. 타과 교수인데 내가 박사 할 때 테뉴어 받고 부교수 됐는데 지금까지 부교수이다. 내가 이제 정교수 심사 올라갈 연차인데.. 양심이 있으면 연구는 하고 있겠지?

근데 이 사람은 공대가 아니라서 그럴 수도 있고.. 내가 예전에 포부에 차서 연구 대학들만 인터뷰 할 때 어느 학교의 공대 학장이 인터뷰 중에 그랬다. 자기 교수들 (공대 교수들) 모두 정교수가 되기를 바란다고 그 말은 테뉴어 받아도 놀지 말고 계속 하라는 뜻이지. 10여년전 대학원에 있을 때 은퇴 가까운 노교수들중에 일년에 한 과목 강의 하면서 수업은 더럽게 못 하고 시험은 어렵고 그런 교수들 있었는데 요즘은 그런 사람은 없는듯하다. 뭐.. 지금도 그러고 싶음 못 할 것도 없지만 그것은 개인의 선택이니...

안타깝게도 좋소에서는 테뉴어 받아도 매 학기 3-4과목씩 가르쳐야 한다. 녹화 해 놓은 강의 자료를 20년간 재활용 하지 않는 이상, 학생들 과제랑 시험 채점 대강 해서 모두 A를 주지 않는 이상 신선놀음은 할 수 없다. 어찌 보면 치매 예방에는 더 좋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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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에서는 좋소 대학에서 커리어 성장 시키는 법을 써 볼까 합니다. 좋소 대학이라고 뭐 특별히 다르거나 대단한 것은 없을 것 같기는 한데 궁금한 분들이 있을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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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개

2023.06.07

박사를 받을때까지, 생활하고 매일 보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 R1이다보니, 거의 대부분의 박사학생들은 R1 이 아닌 학교의 생활에 대해서 알기가 쉽지 않습니다. 학교나 교수의 삶은 모두 R1학교들과 같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작성자님께서 이야기해 주듯이, 다른 생활과 삶이 있습니다. 알고있는 세계가 R1이다보니, R1학교에서 교수자리를 잡지 못하면 인생에서 패배한것 같고, 실패했다고 느끼기 쉽상이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이런 글들은 소중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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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7

이 글을 보면 무조건 정해진 트랙에서 상위권 대학에 가야만이 성공한 인생이다 라는 문화가 우울감을 만들고 그런게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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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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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분야마다 다르지만 R1 교수는 대학원생 포닥으로 팀 잘 셋업하면 마치 관리자처럼 지내게 되는데 티칭 스쿨은 연구면에서는 계속 스스로 해야하지 않나요? 만약 인원 수가 좀 필요한 연구는 (실험 분야라던지) 제대로 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아닌가요? 게다가 학문적인 측면에서 거쳐가는 사람이 없으면 학회나 연구 흐름을 따라가기 조금은 어려울 것 같은데 학계에서 어떻게 스스로를 알려서 다른 길로 나갈 수 있는 건가요? 그런 사례를 잘 보진 못해서 어떻게 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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