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인서울 중하위권 대학교를 졸업 후 ist 중 한 곳의 석사과정생으로 입학하게 된 신입생입니다.
현재 고민은 제가 대학원을 진학한 이유가 딱히 없다는 겁니다.. 물론 그럼 왜 갔냐고 하면 답할 수는 있습니다. 저는 그냥 공부가 재밌거든요. 엄밀히 말하면 제가 공부하는 분야가 너무 재밌습니다. 다른 건 솔직히 많이 재미없었어요.. 물리라던지.. 역사나 사회라던지.. 제가 지금 생명을 전공하고 관련 세부 분야로 진학을 한 건데. 어렸을 때부터 유난히 생물 공부가 재밌고 찾아보면 찾아볼수록 지금 제 전공 분야가 너무 재밌습니다. 지금 제 세부 분야도 확고했어요. 저는 이 랩실을 대학교 입학 전부터 알고 있었거든요. 당연히 대학원까지 갈 생각으로 대학교를 진학, 전공도 생명과학과로 정했고 4년 내내 당연히 대학원 가서 더 공부할 생각뿐이었어요. 그래서 관련해서 과제를 하거나 논문을 읽을 일이 있으면 이 분야 논문들을 찾아 읽고 그랬습니다.
학부 인턴을 했을 때도 발표가 너무 무섭고, 랩미팅 잘 모르겠는 게 많아도, 나름의 첫 사회생활이라 선배님들과 교수님들을 대하는 게 너무 어려워도, 퇴근이 너무 늦어서 잠이 부족해도 즐거웠습니다. 새로운 걸 알아가는 게 재밌었고 신기했습니다. 물론 재미와는 별개로 제가 연구적으로(단기 인턴이라 연구 자체에는 참여는 안했지만 논문 discussion과 같은 아이디어 제시와 같은 창의성 부분)는 부족했습니다. 그때는 생애 첫 인턴이자 본격적인 연구적 아이디어 제시를 해본 적 없는 초짜니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보냈죠..
그리고 진짜 대학원에 왔습니다. 근데 이제 사람들이 그래서 졸업하고 뭐할건데? 학위따면 뭐할건데? 라고 물으면 생각해놓은 게 하나도 없다는 겁니다. 그러게요.. 뭐할까요? 저는 그냥 막연히 연구원을 하지 않을까. 아님 뭐.. 어디 취직할 수 있지 않나. 아님 미국으로 포닥을 나가지 않을까? 너무 먼 미래고 불확실하다보니까 생각조차 잘 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뭐.. 학교 다니고 공부하다보면 정해지지 않을까. 지금 너무 아무것도 아는 게 없어서 그런 거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근데 며칠 전 랩실 선배분 중 한분이 박사까지 따면 뭐할거냐 라고 물었을 때 그건 잘 모르겠다고 하니까 그건 좀 힘들텐데/좀 아닌데.. 같은 뉘앙스로 말씀하셔서 그게 너무 신경쓰이네요.. 제가 잘못된 길을 걷는 건가 싶기도 하고요.
지금은 석사생으로 입학했지만 1년 후에 석박 통합으로 전환을 할 수도 있고 이대로 석사만하고 졸업을 할 수도 있는 선택지가 있습니다. 너무 시기이른 고민이 아닌가 싶지만서도 주변에서 통합으로 바꿀건지 여쭤보는 사람도 많고.. 특히 가정 형편이 그렇게 좋지 않은 상황에 박사까지하는 건 너무 제 욕심이 아닐까. 내가 연구머리가 없을지도 모르는데, 아직 목적도, 원하는 연구 내용도 딱히 없으면서 그냥 저 통합까지 하고싶은데요. 라고 말하는 건 무책임한 게 아닐까.. 잘못 선택한 것이 아닐까 등등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근데 또 이대로 석사만하고 갈거냐고 한다면 그건 또 너무 싫습니다. 박사까지하고 싶습니다. 이대로 석사만하고 나간다면 허무하고 슬플 거 같아요.
다른 대학원생분들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진학하게 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석사/박사 생활에 대해서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글을 썼습니다. 지금 논문을 읽는 와중에도 좀 신경쓰여서 갑자기 글을 쓰게 됐는데요.. 좀 주저리주저리 쓴 거 같지만 양해부탁드립니다.
카카오 계정과 연동하여 게시글에 달린 댓글 알람, 소식등을 빠르게 받아보세요
댓글 7개
IF : 5
2023.02.25
너무 생각 많이 하는게 오히려 독이 될 때도 많습니다. 어차피 지금 단계에선 뭘 하겠다 저걸 하겠다로 고민을 시작해봐야 그 끝은 '그래 좋은데 일단 해보고 다시 판단해보자'로 귀결될거예요. 생각하신대로 좀 해보는 과정이 일단은 필요하구요,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과 가는 길을 최대한 많이 보고 들으며 자료수집을 해보세요. 1) 내가 좋아하는 것이 뭔지 2) 이게 할만한지 3) 집안 사정이 크게 세 가지 boundary condition이어 보이는데 각각에 대해 수시로 객관적으로 잘 판단해 보시구요.
딱 잘라 말할게요. 아무 걱정 말고 계속 하세요. 그 누구도 강제로 쫓아내지 않습니다. 학계에서 떨어져 나가는 건 본인이 포기하고 제 발로 걸어 나갈때입니다. 긴 시간이 흐른 뒤에 학계에 남는 사람은 결국 별 생각 없이 계속했던 사람입니다.
2023.02.25
제가 봤을 땐 글쓴이가 멀리 바라볼 필요가 없어요. 분야 공부가 재밌어서 대학원 진학했다잖아요. 자기의 passion도 살릴 수 있고요. 제 생각엔 직업/카리어 선택할 때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뭔가 힘들어도 내가 관심이 많아서 계속 그 일을 할 수 있다/ 행복할 수 있다.
가르치는게 괜찮으세요? 답변이 좋다/괜찮다/나쁘지 않다 그 중에 하나라면, 교수 되는게 추천해요. 싫다면 연구원이나 R&D 쪽으로 가는 게 더 유리할듯하고요. Simple 하게 요약하자면: 어떤 카리어가 내 passion을 살릴 수 있을까/내가 행복할 수 있을까 그 질문의 답을 찾는게 필요해요 :)
2023.02.25
대댓글 1개
2023.02.25
2023.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