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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의 삶과 정치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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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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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략 10년 전 대학원을 졸업하고 공대 재직중인 조교수입니다.
나는 꼼수다, 김어준 뉴스공장 등을 챙겨보는 진보신당 당원이었지만, 전 정권에서 좌파의 부조리함과 모순을 느꼈고 서서히 보수주의자로 돌아섰습니다.

김박사넷에 주로 방문하시는 분들은 주로 2030이지만, 더러는 저처럼 40대도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작년 R&D삭감에서 크게 타격받은 분들도 많겠죠 (저만해도 랩 연구비 절반이 날아가는 일을 겪었습니다)

계엄령 이후 불과 2개월 사이에 전 국민의 1/3가량이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그건 우리나라가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는 자각이죠.
저는 공대 조교수의 시각에서, 대학원생들의 삶에 정치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이 글은 특정 정치인에 대한 지지의견이 아닙니다.
정치인은 정치 집단과 이념을 일시적으로 대표하는 수단일 뿐이지, 한 나라의 방향성을 긴 시간 결정하지는 않으니까요.

(1) 대학원생이 느끼는 불안과 우울함의 원인
모 탑스쿨 공대 기준으로 40-60%의 대학원생이 우울증, 강박 증세를 느끼며 정신과 처방을 받아본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조금 과장된 통계치일 수도 있지만, 학생들과 개인 면담을 통해 느끼는 현상과 크게 다르진 않다고 봅니다.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인구구조가 노령화되는 것은 불가피하다쳐도, 훨씬 이전에 비슷한 현상을 겪은 나라에 비해 한국의 대학원생들이 느끼는 공포와 불안은 비정상적으로 높습니다.

저는 유럽과 미국에서 대학원 생활을 했고, 빅테크에서 연구원 생활도 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제가 느끼는 한국의 (공대) 대학원생들의 실력은 전 세계 어디에 가서도 인정받을만 합니다. 특히 성실성과 적극성, 주어진 상황에 빠르게 적응하는 능력이 탁월하죠. 반대로 자존감과 회복력(이른바 멘탈이라고 불리는)은 최하위권에 속하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로부터 꾸준히 가스라이팅 당한 것처럼, 약간의 꾸중이나 공격에도 버티지 못하는 것이 한국의 대학원생들입니다.

멘탈이랑 정치가 무슨 관계냐고 생각하실 겁니다.
하지만, "직접 결정하고 어려움을 극복하여 효능감을 느낀 경험"이 쌓여야 멘탈이 강해집니다. 이는 "개인의 자유와 성과에 대한 공정한 보상"을 강조하는 우파 가치관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죠. 반면, 모두가 살기 좋은 사회를 추구하는 좌파 가치관은 사회 구성원 (특히 뛰어난 능력을 가진 자들)의 성장에 무관심합니다. 심지어 블라인드 채용이나 지역균형발전제도, 외국인 특별 전형과 같은 정책을 통해 "남다른 노력에 대한 보상"을 적극적으로 깎아내리기도 하죠.

여러분의 부모님들은 아마도 "열심히 하면 언젠가 인정받고 보상받을거야"라고 말씀하셨을 테지만, 그건 "모두가 행복할 권리를 가진 세상"을 꿈구는 좌파 사상과 대척점에 놓인 부모님 세대의 경험입니다.

정치와 이념은 대학원생의 삶에 아주 깊이 관여되어 있으며, 여러분이 느끼는 불안, 초조, 우울감의 상당 부분은 언론과 정치가들에 의해 주입된 무기력증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2) 특정 세대 집단에서 공유되는 자부심과 성취감
외부의 위협에 대항해서 승리하거나, 내재된 모순을 바로잡은 세대는 자부심과 성취감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훈장을 얻게 됩니다.
E.g., 80년대 학번은 민주화 운동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를 얻어냈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E.g., 90-00년대 학번은 IMF를 극복하고, 2002월드컵에서 승리의 경험을 획득했죠.

안타깝게도 (혹은 운 좋게도) 10년대 이후는 자신의 힘으로 무언가를 극복하고 성취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큰 어려움 없이 윗세대에서 갖추어놓은 시스템에 따라 시키는대로 암기하고 시험보면 물질적인 풍요가 따라왔죠. 게다가 복지사회로 변해가며,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굶을 걱정은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의대 진학, 대기업 취직, 재테크 성공 <- 이런 것으로 개인의 문제는 해결되지만, 세대 집단이 공유하는 성공과 승리의 경험은 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윗 세대가 만들어놓은 사회가 풀지 못한 문제는 무엇이고, 우리 세대는 그걸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은 당장 탑티어 논문 내는 것이나 좋은 직장에서 고연봉을 받는 것보다 훨씬 어렵고 가치있는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3) MZ는 이기적이다?
저는 X세대입니다. 요새 학부/대학원생들과 함께 일하다보면 집단(e.g., 연구실, 기업)에 대한 소속감 혹은 심리적 지분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을 느낍니다. 개인의 이익과 집단의 이익을 분리해서 보는 성향이 강하죠.

하지만 그걸 "이기심"으로 해석하긴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기심이라하면, 타인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개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성향인데, 제가 접한 MZ세대는 "남들보다 적지도 많지도 않은 기여도" 혹은 "기여한 만큼 인정받는 공정함"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이거든요. 제가 보기에 이것은 이기심이 아니라, '노력에 대한 보상체계'가 박살났다는 인식에서 출발합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년간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실제로 큰 성과를 이뤘습니다. 하지만 그 부작용으로 "노력이 보상받지 못하는 사회"가 되었죠.

좌파는 국가의 책임을 극대화함으로써 따뜻한 사회를 꿈꾸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구성원 개개인을 무기력하고 이기적으로 만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파는 개인의 선택과 책임을 강조하기 때문에 무한 경쟁의 냉혹함이 있지만, 개인의 자발적인 노력이 모여 집단 전체가 이익을 보는 선순환 구조를 추구하죠.

(결론)
(당연한 이야기지만) 저 같은 X세대 꼰대가 주는 정답은 아무 가치도 없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스스로 원하는 사회적 변화를 찾고 적극적으로 추구해야 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돌이켜 봤을 때 자랑스럽고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 거에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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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개

2025.02.09

유럽 미국이 한국보다 훨씬 좌판데 뭔소리임

2025.02.09

미국 탑스쿨에서 포닥 중인데, 미국인들의 시선에는 대한민국은 어려가지 문제점이 있지만 매우 우수한 인프라와 인력이 있어서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나라라는 애길 들었습니다. 우리나라는 과거 일부 극소수의 리더에 의한 추진력과 훌륭한 국민성 때문에 한강의 기적을 보였던 경험이 있는 국가입니다. 그 당시보다 더 성장가능성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보편적이고 균일한 행복을 위해서 스스로 성장의 기회를 놓치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저도 학부 대학원 시절 주위의 비판과 사회적 편견, 그리고 가스라이팅 속에서 버티고 이겨낼 수 있었던 이유는 결국 내 삶을 규정하고 움직이는 것은 사회가 아닌 나 자신이라는 믿음 때문이였던 것 같습니다. 미국에 온 지금 여기 분들과 비교해도 한국 사회는 충분히 평등하고 행복하다고 판단합니다. 적어도 길거리를 돌아다닐 때, 거지가 거의 없고 평균적으로 대부분 깨끗하고 안전한 동네이거든요. 지금은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비전과 희망을 주는 리더. 개인의 성장뿐만 아니라 국가적 성장도 이륙할 수 있도록 강력하게 추진하는 리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2025.02.09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ㅎㅎ 공감되네요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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