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하는 것에 대한 주저함..

정말 나만큼 열심히 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열심히 해본 적이 언제 였던가를 생각해 보니 그 때는 한번도 무언가를 정말 열심히 했는데 그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거나 실패를 하거나 한 경험이 없던 때 였네요.. '열심히 하면 잘 될거다'라는 생각이 전제로 깔려있을 때 였던거 같습니다.

그런데 살다보니, 그리고 공부를 하다 보니,

수업과 평가가 진행되는 방식과, 제가 알고싶은게 항상 나란히 가지는 않더군요..
(오래 지나서 보고 나니, 학부때 봤던 Cengel의 engineering thermodynamics에서 저자가 어떤 이론에 대해 어떤 증명을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수학적인 오류가 있는 틀린 증명이더군요.. 그 과목을 수강할 당시에는 그냥 '뭔가 이상한거 같은데..' 또는 '이해가 잘안가는데..' 정도였는데, 지금 와서 보니 수학적으로 틀린 증명이더군요.. 대우의 논리에서 집합론적으로 일치하지 않는.., 교수도 아마 몇년째 그대로 가르치고 있을 거 같고, 학생들도 아마 거기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있을거 같더군요.. 적어도 제가 수강할 때는 그런 걸 본적이 없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때 부터 제가 질문을 하면 교수가 당황을 하거나, 동문서답을 하는게 대부분이었기에, 어느 순간부터 잘 이해가 안가는게 있어도 수업을 하시는 교수님들께 질문을 하는 것도 스스로 자제했던거 같습니다.

그래서 오랜 시간 열망하던게 사실 수학과의 핵심 전공 중에 하나인 '해석학'이었습니다.
무언가 잘 모르고 있는거 같다는 심한 갈증을 느꼈고, 그것을 해소해줄 수 있을만한게 해석학이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다만, 그로 인해 수학과를 기웃거릴 때는 이미 보통의 대학생들은 취업준비를 한창 열심히 하는 그런 나이였죠.. (전공을 바꾸기 위해 수학과를 기웃거린게 아니라, 뭔가 잘 모르고 있는거 같은데 거기에 대한 답이 수학과에 있을거라고 확신했기에 내 전공 하면서 추가로 공부를 좀 해보려고 기웃거렸었습니다..)
수학과에서도 한 교수님은 "이거를 지금 또 하려고 하면 시간도 최소 2년은 걸릴텐데 지금 취업준비 해야하지 않냐" 그렇게 말씀해주셨죠..

가끔 내가 최근 몇달간 혹은 지금 인생을 잘 못 살고 있는가 싶어서 돌아보면,
내가 겉으로 드러나는 '인생을 잘 못 살았던 때' 이전에는 그런 시기가 있었네요..
열심히 살았는데, 그게 내가 생각하기에 그 만큼의 평가나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을 때.. 혹은 내가 원하는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돌이켜 보니 그렇네요..

과거에 한번은 학교에 상담센터에 가서 '정말 열심히 하던 나의 모습'과 '놈팽이 같던 나의 모습' 중에 어떤게 진짜 내 모습인지 모르겠다라고 상담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저의 이야기들을 쭉 들어보시고 하신 대답은 '지쳤다.' '내 안의 다른 자아는 지쳐있는데, 내 안의 또 다른 자아가 너가 한게 뭐있다고라고 하면서 지친 것을, 휴식이 필요한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쉬어야 하는데, 내가 쉬지를 않으니까 나를 멈춰 세우기 위해 나를 멈춰 세울만큼 큰 걱정거리 같은게 생겨나고 그게 마음의 불안정한 상태로 이어지는 거다.' 였습니다.

그 이후로는 그 이전처럼 미친 듯이 한 적은 없었던거 같은데,

언제부터인가 열심히 하는 것 자체에 대해 마치 주저함이 있는거 같이 느껴지네요..
가끔 그렇네요.. 헬스장에서 무거운 바벨을 앞에 두고 들기 전에 뜸을 들이는 것 처럼, 언제부터 그런게 생겼는지 책상 앞에 앉아서 시작하기 전에 뜸을 들이는 일이 잦아진 거 같고..

가끔은 솔직히 인생이 이미 실패한거 같이 느껴지기도 하고,
이제는 진짜 내가 지금부터 열심히 한다고 해도 어느 정도까지 될까 싶은 생각도 들고..

아침에 눈을 뜨면 얼른 일어나서 하루 동안 쓸 수 있는 시간을 길게 가져가고 싶어하고, 하루를 시작하는 것에 설레임을 느끼는 것이 다시 가능해질지..


물론.. 이 글을 올림과 동시에 저는, 현재 시각 16:15 (휴일이라고는 해도) 하루의 공부를 시작하기에는 다소, 아니 어쩌면 많이 늦은 시각이기는 하지만, 할 일을 시작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