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을 잘 달진 않지만, '제가 아이 인생을 망친 걸까요...' 라는 내용 때문에 지나칠 수가 없네요.
서강대나 한양대나 인생 살면서 큰 차이가 없습니다. 더 큰 차이는 학생 개개인이 만들어나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양대 나와서 백수로 살수도 있고, 서강대 졸업하고 MIT 유학갈수도 있죠. 다 본인이 하기 나름입니다.
그런데, '본인이 하기 나름'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꺾어버리는 것이 바로 지금 부모님이 하고 있는 치맛바람입니다. 1. 컴퓨터쪽 전문가도 아니신것 같고 2. 취업분야 전문가도 아니신 것 같으며 3. 심지어 학생때 공부를 잘하신것 같지도 않군요. 즉, 길라잡이로서의 역량을 아무것도 갖추지 못했으면서 티끌같은 디테일에 집착하고 계신다면, 자녀의 성장에 가장 중요한 '본인이 스스로 해내는 능력'을 처참하게 짓밟는 결과밖에 남지 않습니다. 자녀분 죽을때까지 평생 케어하면서 사실건가요? 설사 그런 능력이 된다 하더라도, 그 방법은 가장 사랑하는 자식이 가장 덜 사람답게 사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부모가 해야 할 역할은 사람으로서 최소한 갖춰야 할 도리를 할 수 있도록 가이던스만 주고, 나머지는 자녀가 스스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To do list를 적는게 아니라 Not to do list(열심히 노력하지 않고 결과만 좋기를 바라는 태도 등)만 어른의 관점에서 교육하는 것입니다.
이런얘기 해도 바뀌시지 않을 가능성이 99%라는걸 알고 있지만, 1%의 가능성 때문에 남깁니다. 솔직히 말하면 학부모님은 전혀 걱정 안되고, 저 환경에서 자라고 있을 자녀분이 매우 걱정됩니다.
김박사넷에서 심리학 전공자분께 조언 받는 게 어려울 것이라는 점 이해합니다. 그래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글 올립니다.
저는 21년에 지거국 심리학과 신입생으로 입학했습니다.
입학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부모님께서 사고를 당하셨고, 저는 그것을 수습하기 위해 8개월 가량을 보냈습니다.
결과적으로 1학기 학점은 0.00이 되었고, 2학기 수강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부모님께서 회복하시자 저는 바로 군대에 입대했고, 현재 전역을 앞 두고 있습니다.
전역을 앞에 두고 사회가 가까워져오니, 그 동안 외면하고 도망쳐왔던 현실이 눈에 들어옵니다.
전공을 살리면서 돈을 벌고 싶었다면, 이렇게 살아서는 안됐다는 사실에 부끄럽습니다.
그래도 뭐라도 해보려고,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못 들어본 과대를 찾아가, 석사 진학하신 선배님들을 만나 뵐 수 있겠느냐 말했습니다.
정말 감사하게도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현실이 조금 어려운 모양이더군요.
대학원 가신 선배들 중
임상/상담을 제외하면(이 분들은 수련하시느라 바쁘긴 한데 정작 자기 미래를 잘 모르겠어서 답해주기가 뭐하다 하셔서...)
대다수는 9급 or 임용고시 행이었고
특이한 한 선배님이 컴공에 심리 복전하셔서 4.4로 졸업하신 분이었죠. 좋은 인지랩 들어가셔서 LG쪽으로 취직하셨더군오.
그런데 그 분께서는 "정말 전공을 살릴 거라면, 재수를 해라. 그런데 재수 성공을 해도 대학 생활이 험난할 거고, 좋은 랩에 와도 성공을 보장하기는 어렵다. 나도 운이 정말 좋았다."
라고 말씀하셔서 조금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인지심리학 전공이라면 매우 좋겠지만, 김박사넷 특성 상 어떤 전공이든 심리학을 하셨다면, 현재 관련 업계가 어떤지, 취업은 어떻게 하고 계신지 짧막하게라도 한 마디 던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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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개
2023.10.27
해외에서 심리학 석박통합 중 입니다. 저는 연구를 하고 학계에서 계속 일을 하고 싶은게 확실했고 지금도 확실해요. 대가 랩에서 풀펀딩임에도 불구하고 디파트먼트 경제상황상 넉넉하게 살 수 있는 수준 아니고, 굉장히 바쁘고 공부도 끝이 없지만 행복해요.
제 질문은, 심리학 전공을 "왜" 살리고 싶으신건가요?
심리학은 전공을 살려서 안정적인 직업을 딸 수 있는 학문은 아니에요. 물론 심리학 전공 후 HR 쪽이나 마케팅쪽으로 빠지는 경우도 많지만 그런 것은 제 생각에 심리학 공부를 "살려서" 일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컴공/심리 복전 후 인지랩에서 일하신다는 분도 흔한 케이스는 아니네요.
대부분 심리학을 딥하게 공부하는 학도들은 1) 직접 사람들을 만나고 돕고싶어서 (상담/임상), 혹은 2) 연구를 계속 하여 분야 및 많은 사람들에게 기여하고 싶어서 (연구/임상연구) 입니다. 그리고 1번, 2번 모두 취직도 어렵고 돈도 많이 못 버는 경우가 대다수죠. 그래도 학문과 그 의미때문에 공부하는 거라고 생각하고요 (북미같은 경우 그래도 임상심리사들은 취직걱정, 돈걱정 덜하긴 합니다).
학부로 왜 심리학을 선택했는지, 아직도 흥미가 있는지, 영어 논문에 파묻혀 살고, 치열하게 실적 쌓으며 개고생해도 이것만큼 재밌는게 없는게 맞는지 생각해보세요. 공부할 기회를 놓쳐 이 부분에 아직 확신이 없다면 재수를 하시던 복전을 하시던 플랜을 짜셔야겠죠.
안녕하세요. 지금 서울에서 학부생 중심의 200명대 심리학회 운영 중인 학부생입니다. 인지심리학 전공자들은 위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임상보다는 수요가 더 적다고 느껴지고, 뇌인지과학으로 이미 많이 뻗었기 때문에, 석사 정도로 해서 취업하는 루트는 사실상 없다고 보여집니다. 최소 국내박사, 웬만하면 해외박사가 필요한 루트라고 생각이 듭니다. 또한, 재수를 해서 조금이라도 더 좋은 학교를 가라는 것도 매우 타당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는 분도 경북대에서 중앙대로 같은 이유로 옮기셨고, 서강대에서 연세대로 옮기신 분도 있었습니다. 사실 뇌인지도 관심있어 하시는 분이 매우 많지만 국내에서는(사실 해외에서도) 잡으로 연결되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가장 실력자들 말고는 결국은 끝까지 도전하지 않습니다. 지역 자체는 최소 서울로 올라와야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심리학을 좋아하고 정말 사랑한다는 사람이 제 주변에 깔려있지만 진짜 좋아하는 사람, 진짜 연구자의 길을 걸을 사람은 거의 없다고 느낍니다. 심리학도 실용학문이라고는 하지만, 컴퓨터공학... 이런 거에 비해선 외국에서도 기업에 일자리가 딱딱 있고 이러지 않습니다. 학교에서 수업들도 먼저 들어보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도 미리 교과서나 논문들 살펴보시고요.
2023.10.27
대댓글 2개
2023.10.27
대댓글 1개
2023.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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