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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과 실험 연구실을 거쳐가면서 드는 생각..

2023.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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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이론 연구실에 들어갈때는 엄청난 계산법과 무엇인가
남들이 하지 못하는 그러한 계산을 할것이라 생각하고 들어갔었는데
막상 가보니, 계산 노가다 연구실이였고. 그냥 A라는 실험 결과를 계산으로
재표현하고 계산으로만 얻을수 있는 특정 데이터를 추가적으로 밝히는
그정도의 연구실이였음. 나는 상당히 실망했고 생각보다 따분한 이 작업에
실험 연구실로 옮겼음.

실험 연구실가니까 여기는 그냥 기존에 없던걸 계속 만들어 내는 재미가 있지만,
너무 안되는 경우가 많고. 공정은 오히려 계산보다는 간단한데, 이걸로 제대로 된
결과를 하나 만드는데 생각보다 힘들었고. 그 결과 또한 이미 예상되는 재미없는 결과들의 연속이였음.

그리고 시간이 어느정도 지나 뒤돌아 보니.
결국 연구라는게 이론이든 실험이든 다 똑같은 맥락의 연구실이라는걸
느끼게됨. 오직 다른건 그냥 연구를 하게 해주는 '수단'뿐임.

지루하고 하다보면 단순하게 그지 없어보이는 과정의
끝없는 반복, 여기서 정말 특이한 연구는 할수 없지만 그안에서
조금의 의미있는 데이터를 쌓아가는게 연구이고. 이게 쌓이고 쌓이면
어느순간은 남들이 보기에는 정말 신기하고 의미있는 연구를 했구나
하고 바라봐준다는 걸 깨달았음.

그래서 나는 더이상 수천번 반복한 이 실험이 노가다라
생각이 들지 않음. 오히려 수천번의 작업 끝에 능숙해지고
매일 비슷비슷한 데이터들 사이에서 조그만한 차이를 인식하게 되고
그것에 대해 탐구하게되는 내 자신으로 부터 연구자로서의 자부심이 느껴짐.

가끔 혹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연구실에 와서
1년 정도 지나면, 어느정도 자신이 하는 연구실의 '수단'에 대해
익숙해지고. 그냥 이 작업만 반복하는 '기계'로 생각하며 슬럼프에 빠지는 걸
많이 봤음. 근데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잘 하고 있다"라고 말해주고 싶음.
그리고 그 기계적으로 나온 데이터들을 아껴주고 아무리 쓰레기 같은 데이터여도
그러한 데이터가 나온 의미를 되짚어 보는 '반복' 작업을 쌓아 올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연구자로서의 자부심이 느껴지는 경지에 오를 것이라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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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개

직설적인 마르셀 프루스트*

2023.08.13

LK-99는 무려 20년이 넘게 노가다 함....ㅋㅋ 이론적인 접근법을 주로 하여 연구하는 입장에서, 온전히 실험기반 접근법을 활용하여 연구하는 분들은 끈기와 인내가 참 대단한 듯.

대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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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3

아예 수학과로 오셨으면 계산 노가다와 의미없는 데이터 누적 따위에 회의감을 느끼지 않아도 됐을텐데...!

2023.08.13

이론에서 배운 경험들이 실험연구하실 때 도움이 되셨나요? 실험하실때 인사이트가 생긴다던지 데이터를 분석할때 도움이 된다던지요. 계산 경험이 도움이 되셨을것 같은데, 어떤 부분이 가장 도움이 많이 되셨을까요? 저는 반도체소자 시뮬레이션쪽 하다가 직접 만들어보고 싶어서 소자 실험쪽으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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