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충북권 지방대에서 수학을 전공했는데요, 딱히 원하던 과가 아니었던지라 1, 2학년 때는 공부에 흥미를 붙이지 못했습니다. 한 2학년 쯤에는 학교 출석 자체를 안하게 되더군요. 물론 성적은 한심한 수준이었습니다. F가 여러개 있었습니다. 그러다 중간에 2년 정도 병역을 마쳤고, 3학년으로 복학하면서 취업의 무게가 조금씩 실감이 났습니다. 그래서 학부 3학년인데 고등학교 참고서를 구입해서 처음부터 공부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고등학교 수학, 대학교 1, 2학년 수학, 복학을 했으니 3학년 전공과목 이렇게 세 공부를 한번에 하게 된겁니다. 전혀 기초가 되어있지 않다보니 자연스레 수업을 이해할수 없었어서, 기초부터 다지고 조금씩 성적을 올려보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래도 꾸준히 하니 밑바닥에서 시작했던 학점이 서서히 높아져 가, 4학년 1학기쯤에는 전과목은 아니더래도 A+, A도 취득했습니다.
그러다 2020년에 졸업을 하고, 코로나 전국 확산이라는 핑계아닌 핑계가 생겨 집에서 1~2년 정도를 백수로 보냈습니다. 취업 준비야 했지만 뜻대로 되지는 않더군요. 어쩌다 닿은 연으로 지금은 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게 곧 계약만료된다는 것입니다. 아무 생각도 없이 당장 앞날에 충실하자는 식으로 도피하듯 근무하다보니 어느새 연장이 더 이상은 안되는 지점까지 오고 만겁니다. 여러 고민을 하다 지인이 대학원에서 석사를 취득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왠지 저도 대학원 문을 두드려보고 싶어졌습니다. 어찌됐든 제가 배운 것은 수학뿐이니까요... 하지만 제 주변에는 대학원에 진학한 사람이 아주 적고 대학 동기, 선후배들과도 이제는 거의 교류하지 않아서 정보를 얻는 것이 제한적입니다. 그래서 관련 정보나 사실을 잘 알고 계시는 여러분께 질문을 드리고자 몇자 적어봅니다.
첫째로 궁금한 것은 스펙의 중요성입니다. 전 학교 생활을 성실히 하진 않았어서 대외활동이라던지 내세울 만한 이력이 없습니다. 많이 얘기하시는 학부인턴, 연구경력, 심지어 동아리나 수상실적이 아예 부재합니다. 학점은 3.4~5(4.5만점) 정도인데요, 1, 2학년 평균이 엄청 낮고 3, 4학년이 그나마 높아서 턱걸이로 맞춘 성적입니다. 영어는 취준생 때 토익과 토플 점수를 받아놓았습니다. 토익은 990, 토플은 110입니다. 지금까지는 대학원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이력서도 거의 백지인데요, 이런 스펙으로도 될까요?
둘째로는 컨택이라던지 사전 준비입니다. 많은 커뮤니티에서 교수 컨택이라던지 연구실, 실험실 알아보기 등을 제시하던데요, 수학도 실험실이 있나요? 있다면 어떤 식으로 해야 하나요? 자소서도 써야하고 연구계획서도 요구하는 것 같습니다. 자소서나 연구계획서는 어떤 식으로 쓰면 좋을까요?
셋째로는 적합도인데요, 제가 대학원에 진학하면 잘 할수 있을까요? 공부가 너무 좋고 학구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나름 성적 올려본 경험도 있고 아예 맹탕은 아닌거 같은데... 성격은 특별히 예민하거나 인간관계에 힘들어하는 타입은 아니고 무난합니다. 시키는 일은 성실하게 끝내는 편입니다.
올해 가을학기 모집하는 대학원들이 지금 몇군데 있어서 4월 초쯤에 원서라도 넣어볼까 합니다. 요강을 보니 성적컷을 대놓고 써놓지야 않았지만, 보통 대학원에는 우수한 인재들이 높은 학점을 들고 올테니 제 것이야 별볼일 없겠죠. 특출난 스펙도 없어서 대학원 생활은커녕 합격이 가능한지조차 의문인 상태입니다. 필기시험도 보고 면접도 본다던데 2020년에 졸업하고 3년 가량 공부와는 멀어진 사람이라 많은 점에서 불안해집니다. 공부야 하면 된다지만, 면접에서 교수들이 절 적합한 학생이라고 생각할 거라는 보장이 없기도 합니다. 조언해 주실수 있을까요? 이제 내년이면 서른이라, 공허한 위로나 격려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냉정하게 저한테 현실을 깨우쳐 주셔도 감사히 받아들일 준비는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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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2023.03.28
특히 수학과 박사를 도피식으로 가면 말로가 매우 안좋을겁니다... 40살에 박사수료로 백수될수도 있어요.
2023.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