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실에서 탈출 할까 말까 고민중인 학부연구생입니다.

저는 자대 연구실에서 일하고 있는 학부생입니다.
미래에 대학원을 가고 싶어서 관련 공부 및 경험을 쌓기 위해 지원했습니다.
교수님도 처음 연구실 설명회에서 좋은 분이신거 같고 출퇴근 자유에 페이도 나쁘지 않아서 지원했습니다.

저는 이번년도 학부 2학년 1학기에 처음 랩실에 들어갔습니다
들어가자마자 교수님께서 진행중인 기업과제중 하위 카테고리에 있는 프로젝트 하나를 받았습니다
총 2달이 걸려 이론, 실험의 끝을 내고 프로토타입을 제작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생깁니다.

저는 교수님이 실험은 잘했다, 1주일 동안 제작해보라는 소리를 듣고 굉장히 좋았지만 한편으론 막막했습니다
제가 제작을 해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무슨 부품을 써야하고 프로그램을 어떻게 짜고 이런것을 하나도 모르는 백지 상태에서 제작을 시작했습니다.
5일 동안 생각을 해본 결과 제 머릿속에는 아이디어가 생겼고 이를 통해 제작을 해보기전 목업을 만들어보았습니다
하지만 목업 자체가 3D프린터의 정확성에 비해 좋을리가 없어 목업은 바로 폐기 했습니다.
그리고 연구실의 친한 형한데 카티아를 배워가며 핵심 부품의 설계도를 제작했습니다.

그다음주 미팅날에 교수님은 1주일 동안 설계도 하나 띡하고 만든거냐 하는 소리와 함께 화를 내셨습니다.
본인이 했다면 이미 끝마칠 일을 얼마나 질질 끄는거냐 하면서 화를 냈습니다.
이어폰에서는 펜을 던지는 소리와 함께 고성이 들려왔습니다.
연구를 뭐라고 생각하냐, 돈만 받으면 다냐 이런 식으로 저에게 화를 내셨습니다.
저는 반박할 수가 없었고 제가 부족해서 그런가 하는 생각으로 미팅을 끝내게 되었습니다.

저는 제가 부족한걸 압니다. 캐드도 못하고 카티아도 못하고 이제 막 전공과목을 듣고 있는 상태입니다
기계 제작? 한번도 해본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리니어 모터란 부품이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한마디로 백지 상태입니다.
하지만 백지상태의 학생에게 피드백이 아니라 고성을 지르실 분인줄은 몰랐습니다.

'딱보면 열심히 했는지 안했는지 안다' 이걸 계속 들어본 저로썬 저한데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시험기간이라 제작에 소홀해진건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저에게도 문제가 있다는걸 인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너무 과한 기대를 하신건지 아니면 제가 못나서 내쫒으시려고 하신건지 모르겠지만 저에게 화를 내신 교수님이 점점 미워집니다.

저는 지정된 사수도 없고 모든걸 거의 혼자 진행했습니다.
이론 공부도 그냥 교수님이 교과서 하나 준걸로 독학했고, 이해를 못해 시간이 걸리자 교수님이 한번 꾸중을 주신적도 있습니다.
이후 실험도 혼자 계획을 짜고 진행했습니다. 실험을 진행하다보니 뭔가 앞뒤가 안맞아서 다른 아이디어를 제출했습니다.
다른 아이디어가 있어 교수님께 말씀 드렸더니 진행하고 있는 실험이나 열심히 하지 뭔 말도 안되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이게 맞다라고 하면 본인은 어떻게 생각해야하는거냐 이러시기도 하셨습니다.
솔직히 이렇게 혼나게 될줄도 몰랐고 이게 이번주 문제의 전조현상 이였나봅니다.

혼나는게 누적되다 보니 이제 저는 자신감도 없어졌고, 우울합니다.
이제는 랩실에 들어갔던것이 문제였나 싶기도 하고요
지도교수님이 좋은분인줄 알았더니
스파르타에 무인도에 떨어뜨려놓고 알아서 해라 이런방식일 줄은 몰랐습니다.
알아서 하다가 아웃풋이 안나오면 채찍질 하는게 이 랩실의 분위기 일줄은 몰랐죠
제가 소달구지가 된거 같은 느낌입니다. 소도 가는 길이 보이면 알아서 걷길 시작하는데
저는 온통 길없는 갈대밭에 혼자 놓인 상태인것 같습니다.

이 랩실 탈출해야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