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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에 대한 후회.

2022.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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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건동홍 국숭 라인의 학교를 재학하고 있습니다.
익명의 힘을 빌려 모든 것을 날 것 그대로 솔직하게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이게 또 익명의 힘 아닐까요?..ㅎㅎ

소위 '융합'학과라 불리우는 곳을 재학하고 있고, 신설된 지 얼마 되지 않는 학과입니다.
A학과라 칭하겠습니다.
저는 현재 4학년 1학기 재학 중이고요.

왜 이 학과를 들어갔느냐?
가장 큰 이유는 장학금이었습니다.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부모님이 제 등록금을 부담해줄 수 있는 상황이 전혀 아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등록금을 부담해야 했고 당연히 학자금 대출을 받아야 했었지요.
그러던 중 A학과를 알게 되었고, 이 학과는 4년 전액 장학금을 주었고, 그것에 혹해서 그 학과를 들어갔습니다.

신설 학과 답게 시스템은 아무것도 짜여져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제가 입학 전에 들은 이야기, 홈페이지에서 본 것들은 다 확정이 아닌 것들이었고,
실제로 강사/교수진도 충분히 채용이 안 된 상태였습니다.

"융합" 계열의 학과 답게 커리큘럼은 이 학과 저 학과 여러 가지를 짬뽕시켜놓았습니다.
공학 계열만큼 수학 / 프로그래밍을 깊이 있게 배우지도 않고 (수학 과목 : 선대 / 확통만 존재, 이 과목들도 서울 중상위권/상위권 학교만큼의 분량/깊이를 배우지 않음. 프로그래밍 과목 : 자료구조 / 알고리즘 등도 마찬가지.) 다른 계열의 학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는 그래서 학교 학사제도를 활용해서 다른 공대 과목들도 이수를 하게 되었습니다.
전 아직도 우리 학과 커리큘럼을 통해서 학생들이 무엇을 배우기를 바라고 사회에서 어떤 분야로 나가기 위한 기초를 제공하는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집중이수제도'라는 1~2학년 커리큘럼에 특수한 제도를 집어넣었습니다.
이 제도는 3학점 과목은 매주 3시간 정도 한 학기 동안 수업을 하잖습니까?
근데 이걸 한 학기의 절반 동안 매주 6시간 정도 수업을 하는 겁니다.
1~2학년 때 이 제도에 맞춰 커리큘럼이 진행됐고 수업이 진행됐고 코로나 때는 온라인 강의가 진행됐습니다.
진짜 적폐 그 이상 이하도 아닌 것 같았습니다. 특히 온라인 강의 때는 한 주에 2시간 정도 분량 강의만 올라왔으니깐요.
그럼 왜 학과에선 이 제도를 시행했냐?
1~3학년 때 최대한 많은 과목을 이수하게 하고, 4학년 때 인턴십을 수행하게 하기 위함이랍니다.
제가 저학년 때 학장님이 학생들에게 이야기했던 발언입니다.
하지만, 4학년인 지금 인턴십은 흐지부지되고 물론 일부 학생들은 개별적으로 수행하지만, 대다수의 학생들은 4학년 1학기 말 시행되는 졸업전시회(졸업작품 제출)때문에 인턴십은 생각하지도 못하는 그런 시스템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1학년 때만 집중이수제도를 하고 2학년 1학기 대다수 과목은 정상적인 커리큘럼으로 바꾸었더라고요.

다음은 단과대학의 책임자 격인 학장님 / 학부장님 등의 캐릭터입니다.
소위 말하는 창의적인 것 / 겉보기에 멋있어 보이는 것 / 화려한 것 등을 추구하는 그 성격, 그리고 그때그때 바뀌는 사회 트렌드 (ar, vr, 메타버스, 인공지능, etc.)를 쫓아나가기 위해 과목 수업 내용이 일정한 체계가 없는 것.
기초를 쌓아나가는 것을 중요시하기보다는 프로젝트를 통해 결과물을 뽑아내는 것을 더 중요시하는 것.
그 결과물은 앞서 언급한대로 멋있어보이는 것..
단과대학의 대표 결정권자가 이런 스타일을 과도하게 추구하는 성격 때문에 더더욱 우리 학과는 무언가 사회에서 특정한 어떤 분야로 나가기 위한 기초를 제공한다는 느낌보다는 그냥 트렌드를 쫓아서 이것저것 다 해보자는 학과로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내실이 없다고 할까요.

그리고 저희 학과 교수님들께서는 대학원에 목숨을 걸어 제가 2학년 때부터 어떻게든 대학원을 만들려고 안간힘을 쓰고
결국 현재는 대학원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적지않은 학생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대학원을 가고자 하고 있고요.
사실 근데 대학원 가서 무얼 더 해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왜 이런 이야기를 여기다 하냐?
사실 별 이유 없습니다. 이걸 누구에게 이야기하겠습니까?.. 그냥 여기다가 몇 마디 떠들어 보는거죠....
그냥 저는 빨리 이 학과를 졸업하고 싶은 마음 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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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개

IF : 2

2022.05.11

융합,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학과 등은 나라에서 유도하는 방향(관련 학과 신설 등으로 인한 지원금 혜택)이기도 하고 학생이 부족한 대학이 인기 끌만한 키워드로 도배된 학과 신설 등이 많아요.
사실 융합이 뭔지, 인공지능이 뭔지 모르는 분들이 학과나 대학원부터 만들고 교수를 뽑는데, 최상위권 대학이 아니면 관련 분야 전문가들 모시는게 쉽지 않습니다. 특히 인공지능쪽은 산업계와도 경쟁해야되니 더더욱 심하죠...
학과장이나 대학원장 등이 구체적인 비전을 못그리는 상황에서 임용되는 교수들도 전공 일치도가 떨어지니 학과 운영이 잘 되기 힘듭니다.
수십년간 운영되며 커리큘럼이 탄탄하게 쌓인 전통적인 전공학과에 비해 부실할 수 밖에없기도 하구요.
아무튼 결국 학생들만 피해자가 되죠.
새로 생긴 수많은 학과들은 국가 지원 사업 끝나거나 유행 지나면 결국 학과 통폐합 될겁니다. 경쟁력 없는 대학이면 학교도 통폐합 할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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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우치는 칼 세이건*

2022.05.11

건국대시죠...? 학부생이신데 학과 돌아가는 걸 생각보다 잘 알고 계시네요.
애초에 융합학과 교수들이 어디서 왔는지 알면 학과가 정상적으로 돌아갈수가 없어요...근데 신입생들은 그거 알고 피해서 도망가기도 힘들고...
물론 새로 뽑은 교수도 있겠지만 원래 다른 전공과에 계시던 교수님들이 전문성도 없이 트렌드에 편승해서 맛한번 보자 식으로 옮겨온 터라 지금 사태가 벌어진거죠. 저는 융합대학원 전 세대라 겪어보진 못하고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는데 역시나는 역시나군요...

제가 봤을 때 장점은 딱 3개에요. 나머지는 다 단점임.
1) 장학금 (그래도 이건 꽤 크긴함)
2) 학교다니면서 조금 노력했다면 취업시 그래도 할말이 있음. 트렌드 쫓아가는 학문(학문이라고 하기도 좀 그렇긴함)이니깐...
3) 4+1 석사학위제도 1년이라도 단축하는게 은근 도움이 됨.

주제넘게 조언드리면 4+1 제도가 정말로 운영이 되고 석사 1년만에 확실히 졸업이 보장되면 빠르게 석사학위만 따는 걸 추천드림.
1년 석사졸업--> 타대 박사과정 / 병역은 관련 코스 많으니 중간에 해주면 되고...
<ps. 박사과정 바이럴 아닙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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