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중반에 즈음한 Weak AI (ML, NLP, CV, Robotics) 세계 10대 대학

CS 분야 대학원 생이라면 http://csrankings.org/ 는 아마 대부분 알고 있을거야. 혹시나 몰랐던 사람이나, 다른 전공자들을 위해 간단히 말하면 인종, 국적, 학교 네임벨류 배제하고 오로지 학회 실적으로만 학교와 교수 랭킹을 집계하는 사이트야. 세부 분야별로 집계 기준을 다양하게 볼 수 있어서 최근 대학의 수준을 객관적으로 엿보는 척도로 매우 각광받고 있어.

오늘은 소위 Weak AI 분야의 대표 학회들을 기준으로 봤을 때 세계 10대 대학이 어디인지 알아볼거야. 집계 기준의 되는 학회 리스트는 후술하는것과 같은데, 개인 분야 선호도에 따라 이견이 갈릴 수 있다고 보고 나도 이 모든 학회를 다 잘 아는건 아니야. 하지만 사이트에서 분류 기준을 이렇게 잡았으니 일단 존중하는 것으로 하자. 또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이 사이트에 모든 최신 정보가 정확하게 반영되어 있는 것은 아니니까 자잘한 오류에 거품무는 사람은 없도록 하자.

순위 링크: http://csrankings.org/#/fromyear/2020/toyear/2021/index?ai&vision&mlmining&nlp&robotics&world
기준년도: 2020--2021
AI General: AAAI, IJCAI
Computer Vision: CVPR, ICCV, ECCV
Machine Learning: ICML, NeurIPS, KDD
Natural Language Processing: ACL, EMNLP, NAACL
Robotics: ICRA, IROS, RSS

자 어디 순위표를 한 번 봐볼까.

1위 CMU. 역시 CS 한 우물만 수십년을 판 대학답게 교수 1인당 평균 13.5 편이라는 어마어마한 물량 공세를 자랑한다. NLP 연구를 중심으로 딥 러닝 라이브러리 자체 개발까지 컴퓨터 덕후 그 자체인 Graham Neubig 교수가 30편으로 리드하며 대부분 교수들이 매우 생산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AI분야 한국 출신 유명 교수, 연구원 중 다수가 CMU 박사인 경우가 많다.

2~3위 북경대 및 칭화대. CV와 Robotics 분야에서 중국의 성과는 이미 놀라운 수준을 넘어 학계를 리드하고 있다. 자타공인 전통의 응용학문 중심지인 미국과 대등한 수준의 실적을 자랑하며, 다소 부진했던 NLP 분야에서도 천문학적인 자금 동원력을 바탕으로 이미 월드 탑 클래스 언저리에 도달하였다. 최근 AI 분야의 트랜드 중 하나로 대학이 교수 겸직 허용이 있는데, 중국계 미국인 대학 교수들을 대거 영입하여 그 이득을 제대로 보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여 완전 통제 사회를 꿈꾸는 중국 정부가 있는 한 중국의 AI 연구는 오로지 앞을보고 달리는 폭주기관차와 같다.

4위 Stanford. 미국 동부에 하버드가 있다면, 서부에는 스탠포드가 있다. 미국에서 전통있는 최고 명문 중 하나인 이 대학에 무슨 수식이 필요하겠는가. NLP의 대가 Christopher Manning, CV의 중진급을 넘어 슬슬 대가로 대접 받고 있는 Fei-Fei Li, 천재 여성 로보틱스 신인 Chelsea Finn 교수에 이르기 까지, AI 분야에서 스탠포드의 아성은 대단했고, 대단할 것이고, 또 영원할 것이다.

5위 KAIST. 드디어 대한민국의 대학이 등장하였다. 5위 밖에 안된다니 대한민국 최고 대학원이라는 카이스트가 세계 무대에서 별 볼일 없다 생각할 수 있지만 인구 수 5000만, 경제 규모 10위 안팎의 국가인 우리나라의 정량 지표에 비교해 보았을 때 눈부신 성과가 아닐 수 없다. 후술할 대학들인 MIT, UC버클리, 코넬대 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웅장해지는 미국 명문 대학들을 당당하게 제치고 차지한 순위이니 박수를 쳐주도록 하자. 특히 황, 권, 신 (한국인이라 풀 네임은 언급 안하겠다) 교수 3인방의 연구실에서 각각 15편 이상의 실적을 내며 대한민국 AI 주권을 최전방에서 수호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 분들은 국가유공자로 지정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6위 UMD. CMU와 마찬가지로 CS 한 우물 수십년의 효과를 요즘 제대로 받고있는 대학. CV분야 유명 대가인 Larry Davis, 최근 이 대학으로 이직한 중진급 CV 및 로보틱스 학자인 Dinesh Manocha, Fairness 와 Economics AI 분야에서 두각을 나탄는 신인 John Dickerson 등 강력한 교수 라인을 갖추고 있으며 대학에서 한 우물 전략의 훌륭한 성공 사례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최근 독일의 막스 플랑크 연구소와 공동 학위 프로그램을 정식으로 론칭하며 유럽의 우수 연구 인력들을 흡수하고자 하는 포부를 드러냈는데, 향후 행보가 대단히 주목되는 대학이다.

7위 MIT. 이 세 글자를 읽고 지리지 않았다면 당신이 요로 결석에 걸린것은 아닌지 의심할 합리적 증거라 할 수 있다. Joshua Tenenbaum, Daniela Rus, Antonio Torralba, Leslie Kaelbling 등 원로급 대가에서 신인 교수까지 거를 타선이 없는 AI 분야를 포함하여 자타공인 세계 최고 종합 이공대학이다. 다만, 현재 AI분야 교수의 세대가 교체되는 과도기를 겪고있어 정량 성과에서 다소 밀리게되었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 현상일 뿐 세계 최고 인재들이 줄을서서 합류하는 MIT의 순위 탈환은 사실 시간 문제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8~9위 UCSD 및 UC버클리. UCSD는 캘리포니아 대학 시스템의 이공계열 투자 독식과, Qualcomm 에서 천문학적인 기부금을 유치한 것에 힘입어 현재 미국에서 가장 고속으로 성장하는 대학 중 하나이다. 60년대에 개교한, 미국 대학치고 비교적 역사가 짧은 대학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월드 클래스 연구 수준에 도달하였다. 전 세계 각 대학의 주목받는 신인 PhD 들이 상당수 교수로 임용되었으며 앞으로 어디까지 올라갈지 주목된다. 한편, 미국 주립대 수장으로서 UC 버클리의 권위를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전통의 머신러닝 대가 마이클 조던 교수, 강화학습 분야 양대 신성 Pieter Abbeel, Sergey Levine 교수, CV 대가 Alex Efros, 로보틱스 근본 족보 Claire Tomlin, 로보틱스 천재 Anca Dragan 등 거를 타선이 없다. MIT와 더불어 현재 한창 세대 교체 중인 대학인데, 이 대학에게도 최상위권 순위 탈환은 시간 문제일 뿐이다.

10위 코넬대 (및 코넬 공대). 미국의 이과강세 명문 종합대학인 코넬대학교와 뉴욕 분교인 코넬 공대는 꾸준히 이공계 전분야에서 상위권을 달리는 대학이다. 미국의 정통 명문 종합 대학답게 정량적 논문 수 실적에 비해서 임팩트 있는 논문이 종종 나오는 대학이다. 특히 Noah Snavely, Alexander Rush 등 코넬 공대 소속 교수들의 성과가 두드러지는데 대한민국에 인서울이 있다면, 미국에는 인맨해튼 효과가 있는 것일까. 정말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번외로 우리나라 대학들의 순위를 알아보자.

37위 서울대. 한, 김, 이, 곽, 윤, 정 등 적지 않은 수 교수님들이 연 5~10 개의 매우 준수한 논문 실적을 내고있다. 갑자기 37위라고 하니 우습게 보인다면 그것은 당신의 오산. 미국의 명문 공립대학인 미시간대학(Ann Arbor), 딥 러닝의 아버지 힌튼 교수가 속한 토론토대학,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순위이다. 최근 젊은 교수님들을 대거 영입하고, AI대학원 사업에 막바지 선정이 된 만큼 순위 상승이 기대된다.

119위 포항공대. 교수 한 분 한 분의 실적은 나쁘지 않은데 학교의 작은 규모가 서럽다. 미국의 최고 명문 공대중 하나인 칼텍 (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 순위가 184위에 그치는 점에 비추어 보았을 때, 대학 평가는 기본적으로 규모 싸움인 점이 정말 크다. 규모만 더 컷더라면 더 좋은 순위를 얻었을 대학.

148위 연세대, 160위 고려대. 우리나라 양대 명문 사립 종합대학. 인서울 버프 등에 힘입어 나름 우수한 인력을 유치하고, 우수한 신임 교원들을 최근 영입하여 꽤나 괜찮은 실적을 보이고있다. 잘하는 교수님들 이직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방어하느냐가 이 대학들의 향후 순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184위 유니스트. 울산에 위치한 대한민국 제2의 과학기술원. 최근 AI 분야 연구진들이 총장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타 대학 대비 상대적으로 새것이고 깔끔한 연구 시설, 연구원들이 대부분 학교에 살며 99% 연구에 전념하는 분위기 등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연세대, 고려대와 마찬가지로 잘하는 교수님들 이직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방어하느냐가 이 대학의 향후 순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305위 한양대. 우리나라 대학 중 AI 분야 탑티어 유명 학회에서 꾸준하게 활동을 한다고 할 수 있는 마지노선 대학. 최근 AI대학원 사업에 선정되며 순위 상승의 기대를 받고 있는 대학. 순위표에 집계된 임, 김 두 명의 교수님과 순위표에는 누락되어 있는 최 교수님 등이 한 해에 한 두편 정도의 실적을 내며 공대 명문으로 유명한 한양대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개인적으로 AI 분야의 석,박사로서 의미있는 연구를 하려면 정말 최소한 이 대학은 가야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