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박사넷 평소에 눈여겨보고 있는 사이트이고 해서 오늘 몇자적어보려고 가입함. 대체로 높임말은 안쓰는것 같아서 따라 가겠슴. 생각보다 가입하는데 요구하는 정보가 너무 많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나는 현재 미국 소위 팡(faang) 이라고 불리는 대기업에서 하드웨어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음.
미국 탑대학원에서 박사했고 개인적으로 교수직과 회사취직을 두고 많이 고민했었음.
당연히 유학갈때는 교수가 목표였는데 대학원 생활하면서 바뀌기 시작함.
그 이유는 대학원에 있는 친구들이 교수보다 인더스트리 취직을 우선시해서 그 쪽 세계에 눈을 일찍 뜰 수 있었음. 한국처럼 교수가 이상해서가 아니라 교수직과 팡 기업에서 일하는 삶의 질이 넘사벽으로 차이가 나서 였음.
그럼 그 차이나는 정도가 어느정도인지, 미국 탑공대 대학원에서 학생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되는지 알려주겠음.
일단 미국 교수 삶의 질임.
연봉은 지역마다 차이가 조금 나긴하는데 공대기준 9개월 연봉이 9만~12만불 수준임. 나머지 3개월 연봉은 연구비에서 채우거나 여름에 강의를 하거나 하면 더 받을 수 있음. 그래서 열심히 일해서 연구비 잘따면 대략 1년 수입이 12~16만불 정도 됨. 연구비 아무리 많아도 저 이상 못받음. 따로 스타트업하거나 컨설팅하거나 해야 추가수입이 발생함. 업무 강도는 미칠듯이 빡셈. 테뉴어 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을 미친듯이 해야함. 교수된 친구들 보면 월화수목금금금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함. 강의도 준비할 것들이 많고 과제 딸려고 프로포절 미친듯이 써야함. 그러면서 연구도 해야함. 교수가 되기 위해 박사 졸업후 삶의질 최악인 포닥을 몇년 해야하는 것은 안비밀.
빅테크 삶의 질.
회사마다 팀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일하는 시간은 널널한곳은 9~10시출근 5시퇴근. 주말은 당연히 일안함. 금요일 오후부터 이미 주말에 놀기위한 준비시작함. 빡센곳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함. 하지만 주말은 당연히 일안함.
연봉? 이 부분은 연봉체계가 좀 복잡해서 설명이 필요함. 일단 현재 박사 갓 졸업한 신입 오퍼 나오는 거보면 (하드웨어 엔지니어 기준) 대략적인 평균이 기본급 15만불, 사인업 주식보너스 10만불, 사인업 현금보너스 4만불 정도 되는 듯함. 그리고 매년 퍼포먼스에 따라 현금 보너스 대략 (기본급의) 10~15프로 정도, 주식보너스는 (기본급의) 0~70 프로 정도 나옴.
주식보너스가 조금 복잡한데 RSU라고 해서 보통 주식 갯수를 보너스 주는 시점에서 고정하고 4년동안 나눠서 줌. 예를 들어 주식 10만불어치가 100주라고 치면, 매년 25주씩 4년동안 주는 것임.
그래서 주식보너스는 주가에 연동이 되고 회사 주가가 많이 오르면 내가 받는 연봉도 따라 올라가는 구조임. 그리고 이러한 구조에 의해서 첫 4년 동안 연봉 상승이 매우 가파름.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기본급 및 보너스는 프레쉬 박사 레벨임. 승진하면 승진 보너스가 있고 기본급 및 보너스 범위에 큰 상승이 있음.
현재 4년전에 들어온 사람들은 대부분 연봉 40만불 이상임. (연봉 더 궁금한 사람은 levels.fyi 보셈)
그럼 삶의 질이 비교가 됨?
미국 교수는 일 미친듯이 하고 (탑대학의 경우) 연봉 16만불, 빅테크는 쾌적한 근무시간에 연봉 40만불+ (4년차).
그래서 네이처 사이언스 써도 빅테크를 가는 사람들이 많음. 나도 IF는 큰차이없는 자매지는 써서 어느정도 자격요건이 되었지만, 박사 졸업후 포닥과 테뉴어 받기 까지 내 젊음 10년을 바쳐서 희생할만한 가치를 못느꼈음. 교수가 테뉴어 받고 몇년 지나서 삶이 조금 편안하게 될시점이면 빅테크는 이미 교수 평생 수입만큼 벌게됨.
옛날에는 돈벌려면 하던 전공 버리고 파이낸스로 갈아타야 큰 연봉을 만질수 있었는데 요즘에는 빅테크 엔지니어가 파이낸스 못지않게 혹은 (워라벨 대비) 더 많이 벌고 있음.
전공 살리면서 똑똑한 사람들과 임팩트 줄 수 있는 큰 프로젝트 하는 것도 학계에서는 절대할 수 없는 꽤 괜찮은 경험임.
한국 교수들의 임금 수준과 삶의 질은 여기 게시판에 오는 사람들은 잘 알테니 굳이 안적겠음.
그리고 실리콘밸리 생활비가 비싸서 연봉 높아도 별 의미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린말임. 생활비 엄청 비쌈. 그래도 개인기준 월 1천만원이면 럭셔리 아파트에 럭셔리 차 몰고 다니며 하고 싶은거 하면서 살 수 있음. 월1천만원해도 일년에 1억2천임. 연봉 5억이면 세후 3억좀 안되고, 그래서 하고 싶은거 하면서 살아도 일년에 1억 5천은 충분히 모을수 있음. 여기 집값이 서울 강남 수준인데 연봉 5억쯤 되면 충분히 살만함. 사람은 적응을 정말 빨리하는 동물이라 삶이 럭셔리해지기 시작하면 지출이 늘어나고 더 높은 연봉을 바라게 되고 그럼. 그렇게 계속 위를 바라보면 생활비가 비싸서 삶이 팍팍하다 소리 하는 사람 많이 보임.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결론은,
'돈 AND 워라벨' 크게 상관없고 교수직의 장점이 최고임 --> 교수해도 불만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음. ('돈'은 상속받을 재산이 많거나 맞벌이면 해결되는듯함. 워라벨은 답이 없음)
그렇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빅테크 회사원의 삶이 교수의 삶보다 좋다고 많은 내주변 탑공대 대학원생들이 생각하는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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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많은 댓글 달아줘서 감사함.
혹시 오해할 수 있어서 몇 자 더 적어보면, 교수직은 굉장히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함. 하지만 교수직에 도전할 정도라면 굉장히 좋은 대우를 해줄수 있는 다른 옵션이 있다는것을 알리고 싶었음. 특히나 흑수저이거나 워라벨을 포기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굉장히 좋은 옵션이 될수있음. 나한테 가끔씩 한국대학교수들이 지원하라고 연락오는데 그럴때마다 꽤나 생각하게 되지만 난 현실적인 이유로 지금 가는 길을 계속 가려함. 매일 운동하면서 건강챙기고 하고 싶은 취미활동도 하고 통장보면 뿌듯하고 그럼. 그리고 무엇보다도 하는 일이 꽤나 챌린징하고 재밌음. 학교에서는 배울수없는 다른 종류의 깊이 있는 일을 하고 있음. 학교에서 기본적인 컨셉과 원리를 배우고 연구하는데 그것과 실제 제품사이에 어마어마한 지식의 갭이 있음. 연구하는데 있어서 제일 중요한것 중의 하나가 '문제 정의' 혹은 '문제 발견' 일텐데 실제 제품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면 학교에서 모르는 어떤 문제들이 있는지 그리고 어떤 문제들이 중요한지 알게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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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4개
2022.07.05
예전부터 빅테크 다니는 분에게 궁금했던 점 질문해봅니다.
1. 언어적 문제와 비자 문제는 괜찮은지?
2. 미국은 해고가 매우 자유롭다고 아는데 최근 몇 년간은 호황이라 상관 없었지만 경기 침체가 진행될 경우 잘릴 가능성을 고려할 필요가 없는지?
테크에 대해선 맞는 말인데 교수 연봉은 학교에서 주는거랑 외부에서 받는거랑 다르니까 좀 다를 수 있고(적어도 국내는)...
사실 미국남는데 있어서 제일 중요한건 본인이 문화적 차이를 받아 들일 수 있냐 없냐가 큰거 같음. 주변에도 보면 돈도 무시할 순 없지만 여기서 평생 살 생각이 있냐 없냐에 따라 돌아갈지 남을지가 결정됨.
2022.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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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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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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