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연구실 이전에 자대 다른 연구실에서 질병관리청과 협업해 국내 질병매개곤충 감사 사업에 투입돼 1년 간 업무를 봤었고, 본 연구실에 들어온 지는 이제 1.5년 정도 된 상태이며 랩세팅부터 지금까지 실험에 투입되어 이것 저것 업무를 봐온 상태입니다. 졸업까지 봤을 때 총 연구실에서의 경력은 3년 정도 될 것 같아요.
이전 연구실에서는 감사 진행 현황에 대한 중간, 최종 보고서를 작성한 것 외에 별다른 이력은 없고, 현재 연구실에서는 이번 달 초에 학부 졸업 논문을 작성한 것 외에 별다른 이력이 없습니다.
최근 본 연구실의 교수님께서 제가 작성한 졸업 논문을 보고 실제 저널에 투고할 논문을 함께 작성하자고 제안을 주셔서 준비 중에 있어요. 제안 주신 내용은 랩세팅 때부터 지금까지 진행한 동물 실험을 발전시켜 프로토콜 논문으로 작성하자는 것인데요.
학부 졸업 논문이 큰 영향력이 있는, 말 그대로 정식 출판된 논문이 아닌 그저 학교의 졸업 요건 충족의 일환으로 작성되는 글이지만 그럼에도 열심히 준비한다면 뭔가 향후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제 나름 열심히 문헌도 조사하고, 실험에서 뽑은 데이터(그리 대단한 데이터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로 이것 저것 엑셀이나 다른 통계 프로그램으로 분석도 하고, 분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래프나 실험에 대한 간단한 schematic illustration을 벡터 그래픽 제작 툴을 사용해 그려 figure set을 구성해서 작성해봤어요. 여담이지만 분야는 생명과학이지만 사실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미대를 희망했었을 정도로 그림을 좋아해서요.
큰 뜻 없었던 노력이었는데 교수님께서 제 졸업 논문을 보시고 이런 제의를 해주신 것은 너무 감사드리지만, 사실 프로토콜을 실험 참고 용으로만 접해서 이걸 논문으로 발전시키는 게 얼마 만큼의 중요성을 갖는지가 궁금해요.
이기적이고 편협한 사고방식일 수도 있지만, 사실 현재 연구실과 과거의 연구실에서 접했던 분야 모두 실제로 제가 대학원에서 배우고 싶은 분야와는 거리가 좀 있는 편이라서요.
대학원은 Ethology나 Behavioral Ecology, Ecology and Evolutionary Biology 분야를 희망하고 있어요. 아마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국내에서 이 길을 걷기엔 그 장이 너무 협소해서 몇 년 전까지는 학부 졸업 후 유학을 목표로 하고 있었으나 최근 가세가 많이 기울어져 그럴 형편이 되질 못해 국내 석사 후 박사 유학으로 목표를 바꿨습니다.
자대에서도 해당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이력을 쌓기엔 해당 분야로 연구하고 계신 교수님이 전무해, 본 연구실에 들어와 동물 실험을 하면서 동물 실험과 랩 내 실험에 대한 기초 지식을 쌓으려 들어왔구요. 아무 이력 없이 대학원을 준비하는 것보단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고, 그리고 본 연구실의 교수님께서도 흔쾌히 허락해주셔서 해당 연구실에 들어와 여지껏 일하게 된 상황이에요.
이런 상황에서, 현재의 저는 대학원 입시를 주력해야 하는 게 맞는 상황임이 분명하나, 지금 이렇게 논문을 준비하면 대학원 입시 준비에 주력할 수는 없게 되어 상당히 고민이 돼요. 프로토콜 논문을 준비하기 싫은 것도 아니고, 이런 기회가 찾아왔다는 게 '열심히 하니깐 기회가 오는 구나' 싶기도 하고 그간 헛되게 안 살았던 걸 누군가 알아봐 준 것 같아 기쁘기도 하지만... 뭔가 이 찜찜함과 미묘한 신경 쓰임이 해결되지가 않아 고민 차에 글을 쓰게 되었어요.
교수님께선 제가 졸업 논문에 제시한 자료를 바탕으로 조금만 더 발전시키면 충분히 빠른 시일 내에 투고가 가능할 것으로 보시고, 가능하다면 올해 안에 출판을 목표하고 계신 상황이라고 말씀해주셔서요. 그렇게 된다면 해당 논문의 성격과, 제가 가고자 하는 대학원의 분야 간 괴리가 있을지언정 그것이 저한텐 소중한 이력 한 줄이 되리라 믿어 의심친 않아요. 그러나 이 논문을 지금 시기에 준비하는 데에 많은 시간이 투입되는 만큼, 대학원 입시에 있어서 뭔가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고민되기도 하고.... 또 그걸 생각했을 때 대학원 입시에 주력하자니 논문 투고가 늦어지면 실질적으로 해당 논문에 관한 내용을 대학원 입시 때 이력으로 쓸 수도 없을 거고....
너무 너무 고민되네요... 선배님들이라면 저한테 어떤 충고가 필요할까요?
혼자서 이것 저것 생각하며 달려왔더니 최근 머리가 잘 안 돌아가는 건지 요즘 많이 지치네요.. 그래서 글도 되게 주절주절 길게 쓴 것 같고, 제가 읽어 봐도 대체 질문이 뭔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그냥 수정 안 하고 제 막막함이 전달되기를 바라며 글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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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개
2024.07.21
요컨대, 1. 자대 학부 연구생을 하고 있고 타대랩 다른 연구 분야로의 진학을 목표하고 있다. (자대 교수와 협의된 바) 2. 열심히 쓴 학부 졸업 논문을 보고, 자대랩 교수님이 이걸 발전시켜서 논문 하나 쓰자고 하셨다. 3. 근데 원하는 분야와 관련된 것도 아니고, 대학원 입시에 방해될까봐 논문을 진행할지 고민된다. 라는 내용의 문의로 이해했습니다. 막막한 심정은 이해하나, 양질의 답변을 받으시려면 간단하게 요약이라도 적어주시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이력으로 쓸 수 없더라도 논문 출간까지의 과정을 한 번 겪어보시는 건 학위 생활에 큰 도움이 되실 겁니다. 본인 제자가 아닌데 그런 기회를 주시는 교수님께도 감사 인사 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교수님께서도 연구 실적이나 뭐.. 다른 목적이 있으실 수 있지만, 어쨌든 논문 한 편 출간하는 데까진 지도교수가 신경 쓸 일이 많거든요.
또 살다 보면 어떤 경험이든 내 목표와 무관해 보이더라도 언젠가 결국 도움이 될 때가 많더라고요. 고등학생 때 미대를 희망하셨던 경험이 논문 figure에 도움이 되었던 것처럼요. 앞으로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니, 기회에 대해 너무 배타적으로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좀 냉정하게 말씀 드리자면 원래 목표하시던 대로 유학을 준비하는 상황이라면 이해하겠지만, 사실 국내 석사에서 대학원 입시가 다른 일 다 제쳐두고 준비해야 할 만큼 품이 많이 들어가는 일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한 번 질러보고,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업무량의 폭을 넓혀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ㅎㅎ
2024.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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