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포장이나 꾸밈없이 제 심정을 어딘가에 토로하고 싶어서 이렇게 익명을 이용하게 되네요. 솔직한 표현에 혹시나 치열하게 공부하고 계시는 분들이 제 말들이 거슬리고, 한심해보여 불편하실수도 있다고 미리 말씀드리고 싶네요..
먼저 학위 과정을 꿋꿋하게 버티고 계시고, 당당하게 학위를 취득하신 분들 너무 존경스럽고 부럽습니다.
저는 더이상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매일매일이 정말 힘드네요. 이제 더이상 낮아질 것도 없는 자존감에 더 힘든 것 같습니다.
일단 지금 저는 연구가 싫습니다. 즐겁게 열심히 연구를 하고 계시는 분들은 불편하실수도 있지만, 저는 연구라는게 하찮아서 그렇다는건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로 저는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하고 제 논문을 작성하고 연구하는 능력도 없고 의지도 없습니다.
제가 문제겠지요.. 저는 제가 뭘 원하는지 뭘할때 즐거운지 정말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게으르고 우유부단하고, 장점이 없는 것 같다고만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보니 이걸 억지로 꾸역꾸역 버텨서 운좋게 학위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연구직으로서 살아갈 생각을 하면 암담하게 느껴집니다.
교수님이 오는 카톡만 봐도 심장이 덜컹하고 숨이 가빠지고, 유튜브에서 제 전공관련 영상을 우연히 보기만 해도 갑자기 불안해집니다.
그래서 자퇴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도 다 압니다. 사년차나 되서 조금만 버텨서 어떻게든 악바리로 학위를 마치는게 옳다고 6살짜리 제 조카도 그렇게 말할 것 같네요.
하지만 정말.. 너무 힘이듭니다. 남은 학위를 버틸 자신도 없고, 버틴다 하더라도 이렇게 하다보면 학위도 못 받고 그저 영혼없이 출근해서 인건비만 갉아먹는 그런 학생이 될 것 같습니다.
더 문제는.. 이것도 버티지 못하면서 제가 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가장 괴롭습니다. 아마 아무것도 못하겠지요. 그런데도 한심하게 일단 여기서는 도망가고싶다는 생각만 듭니다.
몇달째 매일 퇴근 후 집에가면 급격하게 몰려오는 우울감에 정말 모든걸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만 합니다. 가끔 쉬는 날에는 아무것도 하기 싫어 누워만 있고 친구들 연락도 계속 무시하다보니 하나 둘 연락이 끊기더라구요.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래서 매일 퇴근 전에 오늘은 우울감에 지지말자 지지말자 하면서 집에 가도 매일 밤 멍만 때리다가 잠든게 몇밤째인지 모르겠습니다.
친구는 무조건 정신과에 가서 약을 처방받으라고 하는데 별로 내키지는 않습니다. 먹는다고 뭐가 달라질지도 의문이고, 그저 의미없이 느껴집니다.
제가 왜 이런말들을 여기에 올리는지, 그래서 어쩌라는건지는 웃기지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누군가 해결책을 줄 수 있는것도, 이런 복잡하고 한심한 생각들을 이해해줄 수 있다는 것도 아닌걸 알지만 이런 한심한 생각들을 솔직하게 말할 사람이 없기에 뒤에서 이렇게 익명으로 글을 남기는 거겠죠
결론은 모두 화이팅하시고 행복하세요. 저는 그저 모두 대단하고 멋있게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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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2024.04.09
교수님 잘 설득해서 석사 전환하고 석졸이라도 하시는거 추천드립니다
2024.04.09
나도 비슷한 성격인데. 웬만하면, 학위는 마무리 하는게 좋아. 직장 들어가도 비슷한 상황 반복에 반복이거든. 나도 박사할 때 초반에 정신적으로 너무나 힘들었는데, 어떻게든 잘 마무리했고. 박사 마치고 첫 직장은 대기업이었는데 그때도 진짜 조금 시간 지나니, 일요일에 잠이 잘 안올 정도로 스트레스 받았었고, 또 이직 했는데, 여기도 또 다른 종류의 스트레스가 있더라고. (그래서 요즘은 차라리 퇴근 후 열심히 재테크 연구 중) 그냥 비슷한 상황이 어차피 평생 죽을 때까지 반복적으로 발생될거라고 생각하고, 그 중 하나라고 생각해.
2024.04.11
정신과 약이 생각보다 직접적인 효과가 있다고 들어서 저는 추천드립니다. 주변 보면 치료받고 다시 잘 마치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2024.04.09
2024.04.09
2024.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