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환경, 교수님, 나쁘지 않은 인건비, 서울 상위권 학교 등 다 괜찮지만, 자퇴 고민 사유는 인간관계입니다.
학과 특성상 많이 폐쇄적인 분위기입니다. 타과와는 교류도 없고,
아침에 일어난 일 그날 오후면 옆방 사람들도 알고, 여초집단에 누구와 싸우면 정치질 잘 하는 사람이 이기는 곳입니다.
전 원래도 남에게 관심이 없고, 언변이 없어서 말로 오해사는 일이 많아 가만히 있으면, 제가 오히려 가해자가 됩니다.
박사거나 테크닉이라도 남들보다 뛰어날 정도로 좋으면 혼자라도 살아가겠으나, 여기는 제가 무조건 도움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고,
처음 질문할 때 타박을 많이 들어서, 질문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교수님께서는 사수 따라다니며 실험을 배우라는 입장이고, 모르는 건 선배들에게 질문을 하라는데, 사수는 여전히 어렵고, 맘 놓고 친한 사람이 없기 때문에 질문 하기도 어렵습니다.
초반엔 같은 랩실 다른 사람 실험하는 거 구경하고자 했을 때, 사수가 다른 사람 방해하지 말고, 시키는 거나 잘해~를 들은 뒤로, 다른 사람 실험도 볼 일이 없습니다.
아직 교수님께서 졸업 논문 주제를 안 주셨고, 언제 줄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딱히 친한 사람도 없고, 논문이나 수업 듣기도 바쁜데 집중은 안 되고, 그냥 자퇴하고 다른 대학원에 입학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여전히 연구가 재밌지만, 자신감은 뚝 떨어진 상태이고, 논문을 읽으려 해도 집중이 안 되고, 이상하게 모든 게 다 꼬여버려 여기서 더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자꾸만 나를 잃어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이도 적지 않아서 앞으로 6개월 공백이 두렵긴 하지만, 여전히 연구와 공부가 재밌어서 자퇴 후 타 대학원에서 다시 새출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게 엉켰을 때 풀기보다는 그냥 가위로 다 잘라 버리는 게 빠를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정도로 좋은 학교, 연구 환경, 교수님, 흥미있는 분야지만, 그냥 다 꼬였습니다.
도피가 최선의 선택이 아님은 알지만, 어디서부터 꼬인 걸 풀어야 할 지 엄두가 안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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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개
2024.03.12
강한자가 버티는게 아니라 버티는게 강한자입니다. 다른 대학원 간다고 해서 바뀔거란 보장은요? 그 좁은 랩실에서 정치질 싸움질 오지게 납니다. 뭐 모든 것이 좋은 연구실이 있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연구실은 각자 하자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최소 1학기 및 여름방학까지는 해보시고 결정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그때까지 해보고 진짜 아니다싶으면 그땐 어쩔 수 없죠
저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5년동안 버텼는데 원래 제 성격을 간과하니 결국 현타가 오더군요 사람마다 가진 특성과 재능은 달라요 본인에 대한 탐구가 먼저, 방향에 대해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본인이 바꾸기 어려운 약점이 상황과 정통으로 맞으면 남들보다 훨씬 에너지가 들고 본인이 가진 강점을 이용하기 어려워요 저 같은 경우 결국 사람, 환경 영향이 가장 덜한 분야로 옮겼습니다.
원래 뭣도 없는 것들이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그 작은 이점을 놓치기 싫어해서 그렇게 견제하더라구요. 어차피 그런 작은 그릇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이점정도는.... 작성자님이 말씀하신 것과 같은 성격과 비전이 있는 사람이면 금방 따라잡으실 겁니다. 연구환경, 교수님, 나쁘지 않은 인건비, 서울 상위권 학교 등의 메리트를 고작 그런 인간들때문에 포기하시는 건 너무 아쉽네요.
2024.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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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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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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