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새로운 발견, 발전의 최전방에서 일한다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와 막연히 연구직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나름의 경험을 통해 생명과학 분야에서의 실험이 가장 흥미로웠고, 잘 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 들었습니다. 타 분야에 비해 실험의 이론이 직관적으로 다가왔고, 예민한 저의 성격이 꼼꼼함이라는 장점으로 승화되어 적용되는 걸 느꼈기 때문입니다. 중학교 시절에 과학에 흥미를 느꼈고, 고등학교 시절에 여러 실험 과목을 접해보며 위와 같은 경험을 했으며, 대학교 진학시 학부 과정 동안에 세부 분야 결정하기를 목표로 설정하였습니다.
뚜렷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최근, 직업 가치관이 흔들리고 있다고 느낍니다. 대학원생분들과 대화를 나누어 보면 다시 선택한다면 바이오를 안할 것 같다, 나도 내가 평생 연구할 줄 알았는데 그냥 취업하고 싶다, 취업해도 타 분야에 비해 페이가 적다, 확실히 시간이 오래 걸린다 등의 의견이 들립니다. 저는 이게 부정적인 이야기라고 받아들여지지 않고,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라고 느껴집니다. 부모님께 재정적으로 힘이 되어주고 싶었기에 해외 포닥, 그 후 어떻게 될지 모를 불안정한 커리어가 막막했습니다. 또한, 취업이라는 선택지를 생각하고 있지 않았던 저였기에 취업을 생각한다면 상업적으로 메이저한 세부 분야를 선택하는게 불가피하게 되는건가 하는 막연한 두려움과 선택지가 제한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눈을 넓혀보자는 생각을 했고, 상대적으로 화학계열보단 프로그래밍, 전기기학 쪽이 좋아서 뇌과학, 컴퓨터, 전자공학 등을 급히 접해보고 있습니다만 이게 맞는 건지 회의감이 드네요..
회의감의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다들 쉽지 않다 말하는 바이오더라도 내가 잘하면 되는건데, 내 능력에 그렇게 자신이 없나 하는 슬픔, 그래도 줏대있게 나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내가 한눈팔고 있을 때 한 층 더 성장하고 있을텐데 싶은 비교와 조바심, 페이와 안정성에 조금 더 확신을 얻고는 싶으면서 오랫동안 꿈꿨던 것을 조금 놓아주긴 싫은 내 모습 등..이 있습니다 ㅎ..
사실 아직 연구직이 제게 맞는 일인지도 장담할 수 없고, 바이오 뿐만 아니라 몇 분야를 제외한 대부분의 분야가 비슷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선택이 후회를 덜 하는 선택이 될지 감이 안잡히네요..! 6개월 이상의 학부연과 하계 인턴을 해봐도 이렇다할 느낌이 오지 않네요 ㅎㅎ 이건 아닌데? 싶지도 않고 이거다! 싶지도 않은.. 이상합니다 하핳
철없는 학부생의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연구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해 보이는 여러분의 뒤에도 이런저런 고민의 시간들이 있었다고 믿으며 글을 마칩니다!
P.S. 여러분의 연구 분야 선택 계기와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무엇인지 여쭙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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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개
2024.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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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5
댓글 감사합니다.
2024.01.11
계기: 취업은 생각한 적 없고, 마침 연구 분야가 재밌어 보이는 랩이 있어서. 하지만, 다른점은 분야에 대한 미래가 밝았음. 힘: 흥미를 잃지 않을 것 현황: 미국 대가 랩에서 포닥 중
대댓글 1개
2024.01.25
댓글 감사합니다. 흥미를 잃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선택이 최고라는 걸 느끼게 된 요즘입니다.
2024.01.11
비슷한 계기로 생물학을 전공하고 유학중인 사람입니다. 저도 비슷한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요, 이런 고민들은 해결되지도 않거니와 나보다 훨씬 앞서간 사람들도 똑같이 고민하고, 또 그 고민속에서 여전히 살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 뭔가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더라고요,, 경력, 불안정성, 조급함 등등.. 이런 고민들은 무언가를 한다고 해서 혹은 어떤 상황에서 벗어난다고 해서 한 방에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 내가 선택한 길에 있어선 끝없이 고민하고 해결해나가야하는 하나의 '태도'에 가까운 것들이라 생각해요. 무언가를 하기에 앞서 고민이 많으신 타입 같은데, 구슬도 서 말은 꿰야 보배라는 말이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고민들이 본인의 커리어를 구성해나가는 데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오히려 생각을 혼탁하게 하여 지금 명확히 집중해야 될 것에 집중하는 데에 방해가 될 때도 있습니다. 연구자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면 무엇을 포기하고 대신에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를 스스로 납득할 수 있을 만큼 명확히 하려고 노력해보세요. 그 다음 최소 석사, 박사까지 낙장불입의 마음으로 부딪혀보세요. 인생 한 번 뿐인데 미련이 남을 선택지를 그대로 남겨두기는 좀 그렇지 않습니까?ㅎㅎ
대댓글 2개
2024.01.25
댓글 감사합니다. 길을 선택하는 데에 있어서 부가적인 것이 저의 주된 동기를 가렸던 것 같습니다. 이런 불안감을 들여다보지 않고 석사 이상의 학위를 밟게 되었다면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있다는 기쁨을 온전히 즐기지 못했을 듯 합니다. 선배님의 조언처럼, 해결되지 않는 문제에 괴로워하기 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노력하여 나아가도록 하겠습니다.
2024.01.26
제가 말씀드리고 싶었던 부분을 잘 짚어주신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남들이 일반적으로 하지 않는 선택을 할 때에는 생각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때마다, 소위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일을 해야하는 이유는 본인 마음속의 동기부여 딱 하나뿐이니까, 스스로를 믿으시고 꽉 붙잡고 가셔야 합니다.
2024.01.12
연구직에 이상한 환상 같은걸 가지고 선택하지 마시고 철저하게 현실적으로 보고 진로를 결정하세요.
내가 최선을 다해야지만 성공할 가능성이 보이는 길보다 내가 적당히만 해도 괜찮을거 같은데? 이런 길을 고르는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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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5
댓글 감사합니다. 제가 교수님들과 랩 구성원들을 바라보며 느낀 연구직에 대한 감상은 환상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환상이라고 하더라도 모두들 길을 결정할 때, 가슴을 설레게 하는 동기가 있었기에 이끌린다고 생각합니다. 적당히만 해도 괜찮을 것 같은 선택지에서 성취를 느낄 수 있는 가치관도 있음을 알게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2024.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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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5
2024.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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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5
2024.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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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5
2024.01.26
2024.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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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