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대학원 생활 자체가 저의 연구자로써 후달리는 적성, 교수님과의 케미, 게으름으로 인한 노력 부족 등등으로 정말 하위 1%의 대학원생이라고 해도 모자람이 없던지라, 정말 미니멈한 성과로 시쳇말로 '물박사'로 학위를 받게 되었습니다. 박사과정 중에 지도교수님한테 여기서 시간 낭비하지 말고 다른 살 길을 찾아봐라 라는 말까지 들었는데 그게 뭘지를 모르겠고 또 박사 학위 실패자로 남는게 너무 두려워 사회생활 그냥 버티는 거라는 말을 이럴 때 쓰는 건가 싶어서 그냥 아득바득 어떻게든 버텼습니다.
포닥 정출연은 관심 분야도 아니거니와 연구에 뜻이 없으니 꿈도 못꾸고, 그나마 기업들에 이력서를 넣고 있는데, 기업은 논문 실적 안본다고들 하지만 제 이력서나 면접에서 제가 아무리 입을 털어도 제 전문성이나 능력이 모자람을 귀신 같이 파악하고 기술 면접에서 항상 탈락되는 거 같네요. (첨언을 약간 하자면 사회 스킬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면접 분위기는 항상 밝은 편이라 그런 쪽이 탈락 원인은 아닌 것 같구요.)
연구 분야도 다소 올드하고 이미 포화된 쪽이라 기업에서 크게 관심을 보이지도 않는 것 같구요. 그리고 졸업 분야랑 상관없어도 문제 정의 능력이나 돌파 능력을 어필할 수 있을텐데, 제가 제 자신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면 조금 똑똑한 학사 수준 정도 밖에 안되는 것 같습니다. 석박 7년을 했는데도요. 소위 말해 전문성에서 오는 insight가 아니라 그냥 지성인이면 할 수 있는 수준의 insight?라고 생각이 됩니다. 실제 연구 수행이나 결과 분석 스킬도 포함해서요.
모르겠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천성이 시키는 것만 기계처럼 하고 별로 머리 아프게 사는 걸 싫어하는데, 그렇다고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곰곰히 생각해봐도 아무 것도 떠오르지가 않고, '그나마' 잘하는게 이 분야라고 생각해서 해온 건데 박사를 끝내고 결과들을 보니 그것도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상황이 우울한지라 글 자체가 우울한데 위로나 격려를 받으려고 쓴 글은 아니고요, 어쨌든 저도 자살할 수는 없으니 뭐라도 경제활동을 하는 하나의 사회인이 되긴 해야될텐데,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 현실적으로 막막해서 혹시 이런 선례는 없으셨나 해서 글 써 봅니다. 공학 박사 학위는 있지만 연구직에는 영 소질이 없는 인간은 어떻게 살면 좋을까요? 적당히 이번 기회만 날 포장해서 어디에 취직하더라도 연구라는 분야로 가면 평생 이런 고민과 무능감에 빠질 것 같아 다른 길을 가고 싶은데, 학부부터 대학원까지 주변에서 봐온 길이 포닥, 정출연, 기업연구소, 창업 정도라 너무 막막하네요..
혹시 제 글 보고 기분이 안 좋아지셨다면 죄송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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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8개
IF : 2
2023.11.17
여러가지 이유를 자기에게서 찾고 계신데, 이제와서 반성하실 필요는없고.... 지금 해야할건 절실하게 일자리 알아보시는거같네요. 여기저기 다 지원서 넣고... 다 떨어지면 더 낮은 수준의 회사 다 지원하시고.... 그래도 안되면 전공 포기하고 다른 분야라도 지원해야죠.
만약 그래도 다 떨어지면 그 때 반성 좀 하시고 태도를 바꿔보세요. 수동적이고 게으른 사람은 어디서든 싫어합니다. 그러고 취업에 필요한 추가 이력을 더 쌓아보세요. 스타트업이라도 취업해보시거나 어디 정출연 포닥 같은거라도 넣어보시구요...
2023.11.17
2023.11.17
2023.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