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을 잘 달진 않지만, '제가 아이 인생을 망친 걸까요...' 라는 내용 때문에 지나칠 수가 없네요.
서강대나 한양대나 인생 살면서 큰 차이가 없습니다. 더 큰 차이는 학생 개개인이 만들어나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양대 나와서 백수로 살수도 있고, 서강대 졸업하고 MIT 유학갈수도 있죠. 다 본인이 하기 나름입니다.
그런데, '본인이 하기 나름'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꺾어버리는 것이 바로 지금 부모님이 하고 있는 치맛바람입니다. 1. 컴퓨터쪽 전문가도 아니신것 같고 2. 취업분야 전문가도 아니신 것 같으며 3. 심지어 학생때 공부를 잘하신것 같지도 않군요. 즉, 길라잡이로서의 역량을 아무것도 갖추지 못했으면서 티끌같은 디테일에 집착하고 계신다면, 자녀의 성장에 가장 중요한 '본인이 스스로 해내는 능력'을 처참하게 짓밟는 결과밖에 남지 않습니다. 자녀분 죽을때까지 평생 케어하면서 사실건가요? 설사 그런 능력이 된다 하더라도, 그 방법은 가장 사랑하는 자식이 가장 덜 사람답게 사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부모가 해야 할 역할은 사람으로서 최소한 갖춰야 할 도리를 할 수 있도록 가이던스만 주고, 나머지는 자녀가 스스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To do list를 적는게 아니라 Not to do list(열심히 노력하지 않고 결과만 좋기를 바라는 태도 등)만 어른의 관점에서 교육하는 것입니다.
이런얘기 해도 바뀌시지 않을 가능성이 99%라는걸 알고 있지만, 1%의 가능성 때문에 남깁니다. 솔직히 말하면 학부모님은 전혀 걱정 안되고, 저 환경에서 자라고 있을 자녀분이 매우 걱정됩니다.
왜냐하면, 첫째, 그런 사람들 인성이 안 좋다고 교수 안 시키는 사회는 결국 연구능력 가진 사람들을 사장 시키는 거죠.
폰 노이만이나 아인슈타인 같은 사람들도 여자 문제나 가족 문제 있었던 걸로 아는데
그런 이유로 그 사람들에게 연구자의 길을 걸을 기회를 안 줬다면 지금 세계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인슈타인이 조강지처(밀레바)를 버렸다는 이유로 평생 특허국 직원만 했다고 상상해 보세요.
역으로 말해서, 대한민국 사회는 인사 잘하고 싹싹하다는 이유로 그저 그런 업적인 사람 교수로 뽑고 연구력 좋지만 사회 생활 잘 못하는 사람은 안 뽑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경향이 혹시 그 많은 R&D비용을 들이고도 한국 사람은 노벨상 못 탄 이유 아닐까요?
둘째, 그런 사람들이 교수 같은 전문직이 못 되면 어디로 갈까요? 우리 시화에서 최상층 계급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이 두 부류가 있는데,
한 부류는 교수고 다른 하나는 국회의원이죠.
그렇다면, 우리 정치가 개판인 이유가 성격은 더러운데 머리는 좋은 사람들이 학계보다는 정계로 몰리기 때문이란 생각은 안 드시나요?
그들의 좋은 머리로 정적을 몰아낼 방법을 찾아내는데 골몰하게 하는 것보단, 고체물리나 유체역학의 문제들을 풀게 하는 게 낫겠죠.
세째, 인성이니 교육자로서의 자질이니 이런 걸 주된 기준으로 해서 교수를 뽑으면,
과연 훌륭한 인성을 가지고 스승으로서의 인격적 자질을 잘 갖춘 이들이 교수 될까요?
그런 기준으로는 결국 면접으로 뽑을 수 밖에 없게 되는데,
결국 인맥과, 최악의 경우에는, 비리를 동원하는 사람이 교수되는 겁니다. 인성교육 참 잘 되겠네요.
마지막으로 첨언하자면, 머리 좋은데 인성 나쁜 사람이 교수되는 걸 반대하는 분들은 두 가지 착각을 하는 듯합니다.
하나는 초중등학교 교사들과 대학 교수들에게 같은 자질을 요구하는 거죠.
초등학교 교사들이나 중고등학교 교사분들의 경우 당연히 교육자로서의 인품이 가장 중요한 자질이 됩니다. 피교육자들이 선생님에게 강한 인격적 영향을 받는 청소년들이니까요.
그런데, 대학생이 아동입니까? 대학생이면 투표도 하고 결혼도 하는 나이인데, 주변에 성격 더럽지만 머리는 좋은 교수가 있다면
과연 그 영향을 받아 똑같이 나쁜 넘이 될까요?
그렇다고 생각하는 분은 혹시 자신이 mz세대면 아직 어린애라고 생각하는 꼰대는 아닌지 한번 잘 생각해 보세요.
또 한 가지 착각은 뭔가 하면
어떤 사회 X가 있을 때, 인성을 기준으로 착한 시민들의 집합 A, 나쁜 시민들의 집합 B, 평균인 시민들의 집합 C가 있다면
B는 나쁜 넘들이니까 벌주고, A에게는 명예와 돈과 권력을 몰아주자, 이게 옳다는 착각이죠.
제 의견으로, X가 민주적인 사회려면, 착한 A에게는 명예를 주고, 성격 더러운 B들에게는 능력만 있다면 돈을 주고, 가장 쪽수가 많은 C에게는 주권자로서의 권력을 주는 게 맞습니다. 즉 나쁜 넘들이건 좋은 넘들이건 상관없이 뭔가를 나눠 주고 모든 시민들이 자기에게 부여된 걸 토대로 행복을 추구하게 하는 게 맞다는 거죠. 뒤집어 말하자면, 나쁜 넘들을 길들이고 개조해서 강제로 착한 넘들로 만들자.... 이거 가장 위험하고 전체주의적인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카카오 계정과 연동하여 게시글에 달린 댓글 알람, 소식등을 빠르게 받아보세요
댓글 6개
2023.10.15
물론 학계의 전체적인 연구 수준과 성과는 잘 나오겠죠. 하지만 대부분의 연구는 교수+대학원생으로 이루어져 있다는걸 아셔야 합니다. 아인슈타인처럼 머리가 좋은 사람들을 예로 드셨는데, 아인슈타인은 본인의 머리만으로 모든 성과를 이뤘지 않나요? 대학원생, 연구자와 함께 이뤄낸 건 아니지 않나요? 머리가 특출나게 좋고 인성이 그닥 좋지 못한 사람을 연구계에서 요긴히 써야 한다는 건 동의합니다. 그 능력을 낭비한다면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니까요. 하지만 교수를 시켜야 한다는건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능력이 특출나고 인성이 더러운 교수는 이미 우리 학계에 널려있습니다. 대학원생들이 힘들어하고, 우울증까지 걸렸다는 글이 한두개가 아니니 잘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교수는 연구자이기도 하지만 교육자이기도 하지 않습니까? 학부생을 가르치던 대학원생을 가르치던 무조건 교육을 해야하는 직업입니다. 교육자로서의 최소한의 자질을 갖추지 못한다면 교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2023.10.15
대댓글 1개
2023.10.15
2023.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