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학기 지난 석사 1년차입니다. 대학원은 공부가 재밌어서 왔습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고 관심있는 분야로 진학했어요. 근데 공부머리랑 연구 머리는 다르잖아요... 공부는 사실 크게 생각과 고민없이 주어진 정보들을 흡수하면 되는 건데 연구는 꾸준히 고민하고 생각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내가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고민? 약간의 속풀이?는 입학하고 받은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예전에 연구실에서 어느정도 진행 하다가 좀 더 깊게 파고자 중단했던 걸 받았어요. 저는 이걸 연습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진행에 익숙해지고 하면서 테크닉적인 실험 연습, 스토리를 만들어보고 생각하며 실험도 계획해보는 그런 연습을 하는 중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이게 안하려던 거를 해보려니까 생각보다 하나도 되지가 않더라고요. 특히 생각하고 계획하고 고민하는 과정이요. 어떻게 스토리를 짜야할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생각을 해야하고 나아가야하는지 감이 잡히지가 않아요.
그래서 선배님들이랑 이야기해보면 이렇게 생각해볼수도 있고 저렇게 생각해볼수도 있고.. 등등의 이야기를 해주시는데 이게 확 와닿지 않더라고요ㅜㅜ맞는 비유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피겨 안무에 대해 기술된 책이랑 노래 한곡을 주더니 저보고 이제 가서 노래에 맞춰서 한번 해봐 하는 느낌이에요. 그냥 하면 된대요. 틀려도 되니까 해보면 된대요. 근데 저는 스케이트화를 신는 방법도 모르는 상태인 거 같아요.
근데 이게 제가 능력적으로, 학업적으로 부족하다 같은 피드백을 들으면 오케이 인정합니다. 사실이니까요. 저도 어떻게 하면 내가 성장하고 이 과정들을 잘 익힐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으니.. 받아들일 수 있는데..
너가 이 연구에 크게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너가 이걸 좋아하지 않아서 이런 상태인 거다...같은 말들을 들었어요. 지금까지 제가 해오던 노력들이 다 무시당하는 기분이 드네요. 저는 제가 하는 연구가 재밌고 좋아요. 그리고 내가 프로젝트 주인이 되어 담당하는 첫 연구니까 누구보다 잘하고 싶고(또 잘하는 걸 보여주고 싶고) 나도 흥미롭게 풀어나가고 싶고 데이터나올 때마다 희비가 교차하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 싶고요. 흥미로워요.
근데 저 말을 듣고나니까 갑자기 모든 의욕이 사라져요. 나를 잘못 본 거다 내가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 하는 욕구(약간의 분노..?)가 들다가도 이렇게 새벽까지 실험하고 공부해도 프로젝트에 관심이 없어 보이는 사람이 되는데.. 하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새벽버프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기분 상태?가 처음이라 어떻게 풀야야할지도 모르겠고요.. 뭔가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에 눈물이 나는데 고작 이런 걸로 분해하는 나한테도 화가나요.
쓰다보니까 저도 뭘 여쭤보려고 썼는지..가 긴가민가하네요. 다들 처음엔 어렵고 힘들었겠죠? 아니면 그냥 제가 너무 어렵게 생각하느라 못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도 계속 했어요. 쉽게 생각하자 쉽게 생각하자 해도....쉽게 생각하는 것도 어려워젔어요. 다들 어떻게 잘 하시는 걸까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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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개
2023.08.23
누적 신고가 20개 이상인 사용자입니다.
1학기 다닌 석사가 연구에 대해 논하고 내가 이래야 된다 저래야 된다 스스로 판단하기에는 너무 이른 것 같습니다. 일단 현재 주어진 수업 성적 잘 받고, 매주 연구미팅에서 의미 있는 고찰 결과 발표하겟다는 생각으로 한주한주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그와중에 꾸준히 논문 읽다 보면 시야가 넓어지는 순간이 올 것입니다.
오만한 노엄 촘스키*
2023.08.23
네. 연구는 말씀하신대로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하는 과정입니다. 사실 공부보다 100배는 어려운 일이에요.
그런데 누군가는 운이 좋아 친절한 사수/교수의 도움 + 좋은 주제로 쉽게 연구를 시작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아무 도움 없이 혼자 밑바닥부터 시작해냐가야 할 수도 있지요. 이런 경우 연구에 대한 열정이 아무리 많아도 처음엔 어려운게 당연한거에요.
님의 연구에 대한 열정을 제 3자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잘 모르는 선배가 내뱉은 말에 상처 받을 필요 없습니다.
전 처음에 미국 지도 교수로부터 연구에 소질 없다, 널 지원할 펀딩도 없다 취업을 알아봐라, 나중에 너에게 좋은 추천서도 못 써주겠다라는 소리까지 들었습니다. 전 당시 속으로 까고 있네라고 했죠. 지금은? 저보고 제 논문 실적이 자기 박사 때 논문 실적보다도 좋다, 교수 지원 시 매우 strong한 추천서도 써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선배가 님을 무시한 말? 역시 암것도 모르면서 씨부리는 겁니다. ㅎㅎ
2023.09.21
저는 이제 1기인데 제가 요즘 느끼는 감정이랑 정확이 같으시네요ㅠㅜ 저는 표현할 말도 못찾고 있었는데 스케이트화 비유 정말 찰떡인 것 같아요.. 쉽게 생각하는 것도 어려워졌다는 말도 정말 공감가네요.
그래도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고 버텨보려고 합니다! 엉덩이 무거운 사람이 이길 거라고 믿습니다!
2023.08.23
2023.08.23
2023.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