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랩에 대한 내 생각

이 세상엔 장점만 존재하는 혹은 단점만 존재하는 것은 거의 없다. 신생랩도 마찬가지다. 신생랩도 역시 장점과 단점이 공존한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장점이 나에게는 단점이 될 수 있다. 나는 석사를 신생랩(제가 석사 1기 졸업생), 박사는 나름 유명랩에서 학위를 받았다. 내경험을 잘 생각하며 장단점 각각 3개씩 얘기해보겠다.

내가 생각하는 장점은 내 사수가 교수님이라는 것이다. 사수는 대학원생활과 앞으로 연구자로써 본인의 가치관에 중요한 존재이다. 사수가 일을 거지같이 하거나 실력없는 사람이라면 본인 데이터는 물론 실험적인 기반도 흔들리게 된다. 하지만 교수님이 내 사수라면? 사수 능력에 대한 의문이 줄어든다. 특히 실험의 디테일과 원리라던지 깊게 배울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장점 2는 세팅을 처음부터 해야하기 때문에 많은 걸 배울 수 있다. 생물분야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아시겟지만 실험에서 세팅이 80이다. 세팅만 잘잡혀있고 optimal한 값만 잡는다면 결과 뽑아내는건 시간문제다. 세팅잡는건 생각보다 어렵다. 특히 본인의 분야에서 조금 벗어나거나 처음해보는 실험이면 더더욱 그렇다. 그 과정에서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경험하면서 실력이 많이 늘어났던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장점 3은 교수님과 각별한 관계이다. 나는 교수님의 1호 제자로 교수님과 실험실 초기 세팅 맴버다. 같이 야근도 많이하고 같이 저녁, 술도 많이 먹었다. 같이 실험 크게 말아먹어서 부들거리며 술로 달랬던 적도 있다. 그러다보니 교수님이 나에 대한 애정이 있었던 것 같다. 지금도 내가 교수님 찾아가면 교수님은 항상 웃으시면서 반겨주신다. 그리고 석사후 교수님이 써준 추천서로 대가랩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웃풋 ㄱㅊ은 랩에 들어가게 됬다.

내가 생각하는 단점1.
교수님에게"만" 배울 사람이 없다. 실험하다보면 본인만의 노하우라던가 디테일, 다른 사람의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신생랩은 랩에 사람이 없고 선배가 거의 없다. 그러다보니 오로지 교수님에게"만" 전적으로 의존해야한다. 문제는 교수님 신이 아니다. 노벨상 수상자도 모르는게 있다. 그러다보니 확실하게 배울건 확실하게 배우지만
그것 말고 구멍이 많다.
내가 생각하는 단점2.
세팅을 본인이 해야한다. 위에서는 장점이라고 했는데 왜 단점에도 썻냐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나 같은 경우 석사중 1년을 세팅잡고 교수님 일 도우느라 보냈다....다른 동기녀석들은 3학기 초반쯤 데이터를 다뽑아서 논문 스토리라인 짜느라 바쁠무렵 나는 그때 내 논문주제에 대해 실험하기 시작했다. 너무 바빳다 한 학기만에 데이터를 뽑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야근이 일상이었다. 석사 4학기 졸업논문 제출 2주전에 논문 데이터 다뽑았다....2주만에 데이터 정리와 논문작성 발표준비를 해야했다. 내 인생에서 제일 힘들었던 2주였다. 침낭 사서 2주동안 실험실에서 숙식하며 하루에 4시간만 자면서 일했다....그 당시에 신입 부사수가 와서 그친구도 알려주느라.....너무 바빠서 기억도 안난다. 뭐 석사는 이정도면 다행이지만 박사는 세팅잡혀있는 랩에서 일했다면 결과 쭉쭉 뽑아내고 재1저자로 많으면 3개 이상에 좋은 저널에도 투고 가능하지만 신생랩은 힘들다. 시간도 시간이고 랩에 세팅이 안되있어 데이터도 없다.....
내가 생각하는 단점 3
좋은 저널 투고는 포기하는게 좋다. 신생랩 국가 프로젝트중 규모가 큰 것은 따는게 사실상 힘들다. 그러다보니 랩이 재정적으로 좀 빈약하다. 더욱이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네이처 사이언스같은 탑저널에 투고할려면 축적된 데이터양도 어마어마해야 한다. 논문에 figure 개수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신생랩은....축적된 데이터가 거의 없다. 간혹 신생랩중에서도 IF가 높은 저널에 투고한 이력이 있는 실험실도 있으나 그건 마치 지잡대생도 대기업을 가니 지잡대를 추천한다는 말과 같다.

뭐 선택과 판단은 본인의 자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