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황금연휴 내내 고민하다가 결국 이렇게 김박사넷에 글을 쓰게 되네요. 현 연구실에서 석사학위 취득 후 박사과정까지 이어서 진학하였으니.. 장장 2년 넘게 고민한 문제입니다. 원래 제 성격이 고민해보고 답이 나오지 않으면 일단 열심히해보자. 라는 성격입니다. 그래서 이것과 관련하여 무려 2년 동안을 고민하다가, 해결되지 않으면 일단 내 일을 열심히 하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연구했고, 그러다 또 차별을 당하면 고민하고, 참고 다시 연구하고... 이러다가 2년이 지났네요. 그래도 결국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그 과정 동안 나름 우수한 성과도 교내외로 거두었습니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지도교수님께서도 제 성과에 만족하셨고, 앞으로 박사과정까지 진학하여 연구를 계속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저 또한 더 깊은 공부와 연구에 대한 열정으로 결국 박사과정까지 오게 됐네요.
하지만 지속되는 차별과 소외는 결국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석사과정과 달리 박사과정은 정해지지 않은 기간 동안 연구자로서 끈기를 가지고 연구에 임하기에도 바쁜데. 긴 시간과 큰 노력을 요하는 과정을 이러한 연구실에서 버티는 게 맞는 건지 근본적인 의문부터 듭니다.... 그래도 마음을 다잡으려고 지난 연휴에 무척 노력했네요.
시간을 내어 읽어주신 분들에게 제 상황을 간략히 설명드리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저희 랩실에는 자대 출신만을 챙기고, 타대 출신은 철저히 제외하고 무시하는 포닥님이 계십니다. 이 분은 현재 저희쪽 학계에서 매우 활발하게 활동하시며 본인의 명성과 평판에 굉장히 민감하신 분입니다. 그래서 녹음, 녹화 등 어떠한 증거가 남을만한 짓은 하지 않지만, 타대 출신에게는 어떠한 인풋도 주지 않으시고 자대 출신 과정생들끼리만 모아 파벌을 만들고 인풋을 줍니다.
몇몇 일화를 예를 들어 말씀드리자면,
자대 출신 과정생에게만 아래의 내용들을 제공하십니다. (타대 출신은 이러한 게 있다는 것 자체를 모르고 그냥 혼자서 공부하다가 석사과정만 겨우 하고 나가떨어집니다. 전 어떻게 알았냐고요...? 알고 싶지 않았는데 알게 됐습니다..하하..) - 석박과정 중 시기별 공부 내용 및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과 커리큘럼 - 랩미팅 아이디어, 학술대회, 학위 논문 제안 발표까지 컨설팅 및 마이크로 티칭. 프레젠테이션 자료까지 밤을 새워가며 지도해주심. - 이 연구실에서 석박과정을 밟으면 갈 수 있는 기관 등의 진로 관련 정보 - 이 연구실 출신으로 현재 학계에서 활발히 활동하시는(정출연, 다른 학교 교수 재직 등) 선배님들과 연결 자리 추진 - 정부, 기관에서 진행하는 사업에 필요한 인력을 요청할 경우 자대생만 추천
어찌보면, 잘 알지도 못하는 타대생에게 저런 걸 제공하지 않는 게 당연할 수도 있습니다. 능력도 검증 안 된 사람에게 시간과 노력을 투입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처음에는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학연을 정말 많이 중시하는 분이구나. '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열심히 하고 제 능력을 보여드리면, 적어도 차별대우는 하지 않겠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석사과정 1학기때부터 혼자 동동거리며 도서관, 김박사넷과 같은 커뮤니티, 이미 정출연에 있는 다른 친구들 등에게 물어가며 스스로 열심히 공부 했습니다. 그게 좋은 성과를 거둬 3학기 때 해외학술지에 논문 억셉을 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지도교수님이 공동저자에 포닥님의 이름을 넣었으면 좋겠다고 하여, 비록 논문 작성에 기여한 바는 거의 없으시지만 잘 보이기 위해 공동 저자에 이름도 넣어드렸습니다. 이외에도 각종 연구실에서 참여하는 행사에서 운전기사 노릇, 지도교수님 의전 전담, 사비 사용까지 해가며 연구실 행사 처리 등... 1학기부터 2년 내내 했습니다. 같은 기간 동안 함께 연구실에 있던 자대 출신들은 전혀 이런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상관하지 않았습니다. 타대 출신으로서 그래도 로열티를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으니까요.
덕분에 지도교수님께서는 저를 좋게 생각해주시고, 연구도 이끌어주려고 하십니다. 하지만 박사과정을 진학하고 3개월째... 포닥님이 연구실에서 저를 소외시키려는 게 더 심해지십니다. 이제는 인풋을 기대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제 연구를 방해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끊임없이 연구실을 방문하여 다음과 같은 짓을 행합니다.
- 연구실에서 제 인사, 말 무시하기, 아는 척 안 하기 등의 교묘한 행동을 보이며 저를 무시합니다. 이제 막 석사과정 들어온 자대 출신 후배들도 눈치챌만큼요. 그래서 요즘 석사과정 1학기들도 학기 초와 태도가 달라져 저를 무시하기 시작했습니다. - 자대출신만 챙겨 밤 10시~12시에 따로 연구 지도를 하시는 걸 목격했습니다. - 올해 연구실 출신 선배님이 연구 인력을 추천해달라고 했는데, 박사과정인 저를 건너 뛰고 석사과정생들을 추천하셨습니다. - 연구실 업무 관련하여 정말 필요한 사항이 있어서 연락하면 어떠한 연락에도 회신을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무것도 인계 받지 못하고 연구실 일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 박사과정으로서 가져야 할 연구실 권한을 저에게만 주지 않습니다. (지도교수님이 몇몇 권한은 받아놔야한다. 라고 말씀하셔서 요청한 내용인데도 저만 안 주십니다.)
이런 상황을 지도교수님이 아시나구요? 포닥님이 절 싫어하는 것을 알고 계십니다. 하지만 지도교수님 스스로도 자대생들을 매우 사랑하시는 분이라 포닥님도 그 정도라고 생각할 뿐... 구체적으로 제가 이러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건 모르시겠죠(아마). 하지만... 만약 안다고 하셔도 여느 지도교수님과 마찬가지로 굳이 일에 끼어들진 않으실거라고 생각합니다. 지도교수님에게 저는 힘든 상황에서도 싫은 소리 한 번, 군말 없이 묵묵히 일하는 사람이거든요. 참다 못해 한번씩 웃으면서 힘드네요. 몸이 안좋네요. 하면 "ㅇㅇ는 잘 견뎌낼거다. 연구만 열심히 해라." 라고 하시고 더 묻지도 않고 말 돌리시거든요.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요약하자면 현재 제 상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어떠한 인풋도 주지 않으려는 선배(포닥) - 포닥 선배와 함께 파벌 짓고 연구실 일에 전혀 협조하지 않는 후배들. 안타깝게도 현재 석사과정 모두 자대출신이네요. - 그런 거 신경쓰지 말고 연구만 하라는 지도교수님 - 현재 저는 박사과정 인건비가 나오지 않으며, 1학기는 교내장학금으로 등록금을 면제받았고 생활비 명목으로 돈을 조금 받고 있습니다. 돈에 구애받으면서 공부하는 상황은 아니라 이거야 각오하고 들어왔습니다. - 그래서 현재 인건비를 받을 수 있는 사업을 따는 것부터 박사학위 논문까지 혼자서 전부 수행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저는 이런 제 상황에 매몰되어서 스스로를 동정하고 위로를 받기 위해 글을 쓴 것은 아닙니다. 제가 묻고 싶은 것은, 이러한 상황의 연구실에서 제가 저 포닥님과 연구실 사람들과 적절히 거리를 두고 혼자서만 연구를 해도 될지 입니다. 그래도 연구실의 유일한 박사과정(풀타임)이니 연구실과 관련된 업무를 아예 안 할 수는 없지만, 지난 석사과정 때 후배들을 챙겨 랩미팅을 주재하며 실력 향상을 위해 연구를 봐준다던가, 연구실 친목 도모를 위해 행사자리를 주관한다던가. 등의 일까지는 정말 도저히 못하겠습니다.
저는 연구를 계속 하고 싶고, 경험을 쌓고 싶고, 전문성을 갖추고 싶은 사람입니다. 그 결과물로 학위를 취득하는 것을 바랄 뿐, 학위 취득과 취업 부분은 제가 실력과 운이 되면 얻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말씀드리기 부끄럽지만, 현재 저는 생계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자산과 라이센스를 갖추고 있는 상태에서 대학원을 진학하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2년 간 경험해봤던 바에 따르면, 연구실 사람들 중 제가 어떤 행동을 하건 간에 절 싫어할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제 연구에 매진하고, 아무런 것도 주고받지 않는... 그런 관계가 낫지 않을까요? 더 이상 제가 노력할 게 무엇이 있나 싶습니다.
주변에 이러한 고민을 여쭤봤을 때, 어떤 분들은 박사과정은 연구실 업무나 인간 관리하는 것도 자기 능력으로 평가 받을 수 있는데, 너무 마이웨이로 하는 것은 좋지 않다. 한 번 더 잘 지내려고 트라이해봐야 한다.고 조언해주시는 분들도 있고, 어떤 분들은 연구 성과만 잘 나오면 저런 연구실 인간관리를 누가 신경쓴다는 거냐. 스트레스받을거면 그냥 하지말아라. 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결정은 결국 제가 해야겠지만, 김박사넷에 계시는 선배님, 동료분들의 이야기도 듣고 싶어 글을 올리게 됐습니다. 조언 말씀 주시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3.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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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7
2023.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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