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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수랩 탈출 후 학교 옮겨서 박사 졸업

IF : 2

2021.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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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랩 선택이나 진학, 자퇴 글이 많이 올라오는 거 보면서

제가 예전에 있었던 일이 떠올라서 글쓰게 됐습니다.

첫 번째 박사 때 진학했던 랩은 비인기랩이었지만 전공 때문에 선택했던 곳입니다.

괴수라는 말도 아깝네요, 지금 생각하면 범죄 저지르는 짐승 같은 존재였어요.

다들 그러셨듯이 신생랩이라 잘 몰랐던 것도 있었고

타 학교에서 왔어서 정보가 부족했던 것도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뛰쳐나올 수 있었던 게 대가랩이 아니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어요.

랩에서 도망나와서 보복을 당하는 것이 무섭다는 생각도 안 들었어요.

진짜 그냥 그곳만 아니라면 좋겠다고,

이러다가 교수실 앞에서 내가 목을 메달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도망 나올 랩을 먼저 알아보고 사전면접을 보고 나서 입학하기 전까지

새로운 랩의 교수님은 세미나 참석(발표 말고 참관만)에 대해서도 배려해주셨고

랩을 옮기고 어떤 연구를 할 지에 대해서도 논의를 종종 해주셨습니다.

연구에 대해서는 늘 엄격하시지만 제가 쓴 논문이 마음에 안 드실 때에 인격적인 부분이 아니라

정말 글 자체, 내용 자체만 보고 조언도 하고 혼내시도 하십니다.

졸업에 대한 갑질도 없으셨어요.

내가 볼 때 너는 이때면 졸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그 전까지 실적과 프로포절에 신경써라,

하시면서 항상 연구에 몰입할 수 있게 도와주십니다.

자리 잡고도 교수님과 같이 연구를 하는데 엊그제 논문 리비전 준비하면서 밤샘 작업을 했는데

새벽에는 아니지만 저녁 시간에 교수님과 통화하면서 방향을 어떻게 잡을지,

수정을 어떻게 할지 등등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제 의견을 존중해주시면서도

교수님 생각에 대해서 잘 말씀해주셨어요. (깨알같이 리뷰어 욕도 같이 했습니다 ㅋㅋ)

밖에서 자리 잘 잡을 수 있게 추천서에도 신경 많이 써주셨었습니다.

(과정 생활동안 인건비, 폭력 등등에 대한 문제도 당연히 없었습니다. )



제 지도교수님에 대해 자랑하고 싶은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곳에서 스스로를 죽여가면서 버티는 게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꼭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그 곳이 아니면 내 인생이 어떻게 될 거야, 라는 생각으로 옭아매는 삶을 살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제가 그 분을 닮은 연구자이자 교육자가 되어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살고 있습니다.

괴수랩에서 졸업한 교수님들 말이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결국에는 그 괴수를 이해하게 될 때가 있다는 말을 종종 듣습니다.


닮고 싶은 스승을 만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잘못된 선택을 번복할 수도 있다는 걸,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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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2021.11.19

고생하셨습니다.
좋은글 읽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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