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관련 조금 긴 푸념글입니다.

2018년 2월 전역한 이후로 2학년으로 복학해, 학과 수업을 열심히 따라가기에 바빴고, 그 성적은 나쁘진 않았지만, 내가 진정 이 과목들에 대해서 이해하기 위해 공부한 것인지, 오직 성적을 따기 위해서 암기만 주구장창 한 것인지 그 구분이 쉽지가 않았습니다.

그 해에 기말고사를 보러 가는 지하철 안에서, 증명을 써놓은 종이들을 들여다보던 중,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난 왜 이걸 하고 있는가? 일단 좋은 학점을 따놓고 나중에 어떤 길을 선택하던 지장이 없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수학이 진정으로 좋아서인가?" 아마 한 가지 방향으로 특정하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다만 그 고민에서 다시 한번, "그럼 안정적인 곳에 취직해서 월급 잘 받고 편안한 노후를 보장받는 것과, 계속 수학을 공부하는 것 중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 라는 질문을 나에게 던졌을 때, 저는 명확한 답을 저에게 할 수 없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취직하는 쪽에 마음이 많이 쏠렸음이 확실합니다. 어느 쪽도 쉽지 않은 길임은 저 또한 분명히 인지하고 있으나, 기말고사가 끝나면 책을 다시 펼쳐보려 하지도 않고 놀기에 바쁜 저에게, 평생의 수학공부보다는 취직을 통한 안정적인 삶이 더 어울리리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지금 수학 공부를 하지 않으면, 저는 평생 동안 수학 공부에 발을 들이기는 힘들겠다는 생각 또한 들었습니다. 공부에는 때가 있다는 그 말은 결코 틀리지 않다고 생각했으며, 이를 놓침으로써 후회하는 나의 미래 또한 받아들이고 싶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지속적인 고민을 통해 2019년 동안 휴학을 결정하게 되었고, 이 기간 동안 어떻게 할 것인지를 분명하게 결정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뒤에서 할 이야기에서 드러나듯, 그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선택이었고, 저는 아직도 이 둘 가운데서 계속 헤메고 있습니다.

휴학 기간 중, 저는 우선 보험계리사 자격증 시험에 응시했습니다.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직업을 찾은 결과였습니다. 약 4개월 간의 시간을 들여 1차 시험에 붙었고, 2차 시험도 이후 차례대로 공부해 현재 2과목에 합격 되어있는 상태입니다. 다만 이 공부를 계속 하면서, 내가 관심있는 분야는 확실하게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을 확신하게 된 계기는 좀 더 나중의 일이니 일단은 넘어가기로 합시다.

이외에도 몇 가지 알바를 해보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 샌가 복학할 때가 되었습니다. 제 마음속에서는 어떻게든 보험계리사로서 취직해 이를 돈 버는 수단으로서 사용하고, 남는 시간에 즐기면서 살겠다는, 굉장히 안일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저의 발걸음도 그러한 방향으로 옮겨져 갔고, 결국 취직 쪽에 목표를 두는 것으로 제 고민을 마무리 하는 듯 싶었습니다.

그러한 마음은 2020년 3학년 2학기에, 보험실무 프로그램을 수강하면서 많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실무에 몸담고 계시는 강사분이 오셔서 현장에서는 어떻게 일을 하는지 상당히 세세하게 알려주시는 강의였는데, 그 강의에서 저는 보험계리사가 내 진로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되었습니다. 강의 내용 중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절반이 넘는 건, 거기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꼈을 것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제가 수강한 내용을 바탕으로 무언가 실행할 때 내가 무엇을 해냈다는 마음보다는, 불안하고 불편한 마음만이 가득했습니다. 이게 제대로 되었나? 내가 잘하고 있는가? 내가 직장 가서 잘 할수 있을까? 하는 것들 말입니다.

그래서 이 자격증을 준비하는 것에 대해 조금 회의를 가지게 되었고, 이러한 고민들은 저에게 대학원을 또 하나의 선택지로 조심스럽게 제시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글쎄요...

다른 사이트에 있던 글들 중, "나는 수학이라는 학문 자체를 동경하는 것 같고, 정작 수학을 공부하는 것에 대해서 자신감이 있거나 흥미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라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저 또한 그러한 것 같습니다. 서울 중간급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여 학점도 나쁘지 않게(4.2/4.5) 받고, 나름의 재미도 느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학문의 내용이 조금 어려워지면 그것을 돌파하려고 했던 횟수보다는, 그것에 타협하고 넘어가려 했던 횟수가 더 많았던 저에게, 대학원 선택이 맞는가 하는 의문은 제게 계속 남아있습니다. 학기 중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대며 그저 정리와 증명을 통째로 외우고 연습문제를 기계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저였기에, 오직 학점을 위해 공부하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한 저였기에, 저 스스로에게 보다 많은 의심을 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3학년 2학기가 끝나고 지금까지, 대학원 준비를 하는 것과 같이, 과목별 교재들을 가져다 놓고 매일 천천히 읽어보고 있습니다. "시간을 들여 천천히 하면, 내가 잘할 수 있을까"를 점검해 보자는 마인드였습니다. 앞으로의 삶에서, 지금 이 순간 내가 수학을 더 공부해보지 않고 여기서 끝낸다면, 분명히 후회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 공부를 하면서도 느끼는 게, 학기 중 버릇을 못 고치고 증명과 그 전개 방식을 무조건적으로 암기하려는 마음이 강하고, 내용에 대한 고찰과 이해를 하려고는 하지만 피곤해 하는 나의 모습이 계속 보입니다. 또한 연습문제를 풀 때에도 한 문제 풀고 솔루션을 보고, 또 한 문제 풀고 솔루션을 보고, 조금이라도 어려운 문제가 나오면 일단 넘어가고 나중에 적당히 솔루션 보며 타협하는 좋지 않은 모습이 계속 나오면서, 내가 뭘 하려고 이걸 시작했는지 하는 자괴감이 듭니다.

이젠 뭘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시험 봐서 성적을 내는 것이 즐거운 것이지, 수학이 즐거운 것인지도 모르겠고, 어쩌면 이런 노력을 공기업 준비로 돌려서 보다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는 게 제게 더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보험계리사 준비하던 것 계속 준비해서 다른 기업을 준비해 보는 게 나은 거 같기도 하고, 많이 혼란스럽습니다.

두서 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