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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한 직장인 D] "잘했네, 좀 더 해보면 되겠다." - 상편
이게 어떻게 해보면 된다는 거지… 하며 그때까지도 긴가민가했던 나는 일단 요청받은 리포트를 (영어로…) 작성하기 시작했다.
의무감만을 원동력으로 빈칸을 채워 넣던 연구과제 보고서 말고, 진짜 과학적인 글쓰기를 그때 처음 해봤다.
없는 실험 결과를 갖고 랩미팅 발표 내용을 쥐어짜느라 공부를 해왔던 게 의외로 조금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또 유일하게 영어 글쓰기는 조금 자신이 있었기에, 슥슥 써서 고쳐서 지도 교수의 허락을 거쳐 외부로 나가는 데까지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았다.
A 교수에게 내 리포트가 닿은 다음 주인가… 리포트를 논문화하는 일에 대해 얘기하고 싶은데, 주중에 연구실로 찾아오면 좋겠다고 내게 따로 연락이 왔다.
약속을 잡고 A 교수 연구실로 다시 갔다.
그는 내가 오기 전 다시 리포트를 보고 있었고, 모니터를 같이 보고 얘기하자며 자기 옆에 앉으라고 했다. 그리고 말했다.
“처음이라더니 잘 썼네, 살 붙이고 다듬으면 논문 하나 되겠다.”
대학원에 들어와서 잘했다고 칭찬받은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통합 3년 차 여름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동안엔 시킨 일 제대로 못하고, 결과 안 나와서 랩미팅 발표 내용 쥐어짤 줄만 알았고, 그나마 부수적으로 받은 주제들은 해보니 아예 안되는 실험들이었던 기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