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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자퇴 그 이후

2025.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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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

안녕하세요, 저는 1년반 정도 전에 대학원 자퇴에 대해 고민하는 글을 썼었는데요,
그때 달아주신 댓글들은 감사히 다 읽었습니다.
혹시 저와 같은 고민을 하시는 분들이 있을까 싶어서
도움이 되든 안 되든 제 이야기 적어보려고 다시 왔습니다.

글을 적었던 때는 석사 3학기도 접어드는 때였는데요,
이미 정말 자퇴를 결심하고 부모님께 허락 받으러 갔다가
절반이나 지났는데 다시 잘 해 봐라, 사람때문에 그만두면 너만 손해 아니냐, 졸업은 해야지 하셔서
다시 해보자고 생각하고 돌아와서 심기일전 했는데요 쉽지 않더라고요.

그때 저는 하루하루 랩실 나가는 게 정말 너무 힘들었어요.
제가 하던 연구에 대한 회의감도 있었고, 랩실 사람과 문제도 있었고
출근할 때는 지금 가는 길에 사고가 나면 출근 안 하고 병원에 있을 수 있는데..
퇴근할 때는 죽지 않을 정도로 사고가 나서 다쳐야 내일 출근을 안 할 텐데..
차도에 뛰어들까, 계단에서 구를까 생각뿐이었고
그 공간에 사람들과 있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히고 답답해서
일과 시간만 지나면 진이 다 빠져서 퇴근 안 하고는 더이상 못 버티겠고
나중에 아무도 없는 밤늦게나 새벽에 다시 가서 실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다시 해보자고 하고 돌아왔지만 여전히 너무 힘들어서
김박사넷에 자퇴 검색해서 모든 글을 읽어보고,
이게 정말 지나가는 건가, 극복한 사람은 있나, 3학기에 자퇴한 사람은 많나 봤는데
석사 초반 자퇴는 있어도 3학기에 자퇴는 거의 없더라고요?
그래서 3학기는 너무 늦었나, 정말 졸업까지는 해야 되나,
다들 힘든 시기는 있다는데 나도 그런 건가, 나만 지금 유난인가, 나약한가
별별 생각과 고민을 다 했습니다.

그렇게 두세달 정도를 더 버티다가 결국 석사 3학기 도중에 자퇴를 했습니다.

제가 자퇴를 결심한 이유는
이런 식으로 버텨서 석사 학위를 딴들 이 분야는 쳐다도 보기 싫을 것 같아서
이 상태로는 석사를 마치기 전에 내가 어떻게 될 것 같아서였어요.
(위에 읽으셨다시피 제 상태가 정상 같지는 않잖아요?ㅎ)

자퇴하려고 할 때도
자퇴보다는 휴학이 어떠니, 정말 후회 안 하겠니 많이 들었지만
휴학을 하고 돌아온다고 해도 이 연구실 상황은 변하는 게 없었고
후회는 정말 안 할 거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이미 자퇴를 결심해 봤고, 돌이켜서 다시 열심히도 해 봤는데
결국 이건 안 되는 거다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자퇴 하고서도 후회가 전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저는 자퇴를 하고.. 그 후로 1년을 거의 방에만 있었어요.
한 3달까지는 악몽을 꿨고요. 아무도 반기지 않지만 형식상 회식 자리에 끌려가서 앉아있는..
본가에 내려가서 방에서 잠만 자고 밥 먹고 또 자고 아무것도 안 하고 아무것도 못 하겠고

처음에는 그동안 밀린 잠을 자나 했는데
나중에 보니 그동안 무너진 몸이나 정신이 회복되는 시간 같더라고요
그러면서 내가 정말 저 때 그냥 출근이 싫은 게 아니라 아팠던 거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몸도 마음도 힘드니까 생각도 꼬여있어서
지금은 괜찮았을 상황이 저 때는 못 견디게 힘들었구나
그때는 나를 제3자 입장에서 바라보지 못 하고 당장 내 눈앞에 힘든 것들만 보이고 무력했는데
지금 괜찮아지고 나서 보니 또 다르네요.

아무튼! 저는 다시 저한테 맞는 다른 길을 찾아서 공부도 하고 있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어요.
계속 하던 거 석사 그만두고 난 이제 뭐 하나 안 좋은 생각만 들었었는데,
자연스럽게 또 길이 열리고 내가 괜찮아지니까 다 괜찮게 보이더라고요.

글에 좀 두서가 없었는데요, 요약하자면
정말 죽을 것 같던 석사를 그만 두고 다시 살 만한 다른 길을 찾아갔습니다!

다시 괜찮아지고 잘 살다 보니까 여기 글 썼던 옛날 생각이 나서 와 봤어요.

제가 기독교라,, 자살하면 100% 지옥 간다는 말을 들어서
다행히 힘든 시기에 자살은 안 했는데요,

천하보다 내가 귀하고, 내가 없으면 세상도 없으니까요

정말로 힘들면 억지로 버티기보다 우회하는 게 더 나한테 좋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에 남겨주셨던 댓글들도 다 감사해요.
모두 행복하세요. 건강하시고요.
행복하고 건강한 연구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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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개

2025.08.22

살길은 어디서든 다 찾기 마련이죠. 다행입니다.

2025.08.22

3학기때 자퇴한 케이스가 잘 없다지만, 저 역시도 개인적으로 3학기때 가장 자퇴 생각이 많이 들었던 같습니다. 아마 특별한 일이 있다기보단, 버틸 임계치가 다 차서, 몸과 마음의 의지가 이미 바닥나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당시에는 '지금 당장 자퇴해도 내가 오늘 밤새서 끝내야 하는 이 일은 피할 수 없으니깐' 하루하루 넘기다보니 졸업했네요 ㅎㅎ
저도 딱 졸업한지 1년 되어가는데, 처음에는 뭘 할 의지도 안 생기고 성격이 완전히 망가진건가 했지만... 1년간 치유가 점점 되어가고 있어요. (그 분야로 취업을 하지 않은 게 영향이 있을 거 같습니다.)
내가 이상해진 게 아니라 그 상황과 환경 안에서 일시적으로 달라졌던 거구나 싶습니다. 글쓴이님도 비슷하게 회복하신 것 같아서 참 다행입니다 🙂 앞으로 뭘 하든 다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2025.08.23

전 글쓴이와 다른선택을했습니다 저도 3학기 시작전에 자퇴를 종용받았어요 뒤에서 험담하는것도 듣고 교수님도 저한테 관심없었죠 근데 전 끝까지하는것 즉 무엇인가를 참고 마침표를 스스로 찍는것에 의의를 두자고 하고 졸업까지 간신히 했습니다. 하지만 글쓴이분이 우려하셨던 석사 학위를 마친들 그분야에 남아있어야함에대한 생각이 좀 짧았던것같아요. 절 싫어하던 선배들이 평판평가이런거 완전히 그분야에 발들이지못하게 조져놨고 취업서류 조차 통과율도 좋지 않았어요. 지금은 다른 분야에 운좋게 일하고있지만 연구실 동문 단톡방에선 나가지못하고있습니다 그냥 눈치보여서요 마주치기좋차 싫은 사람들을 끊어내기란 쉽지않더라구요. 그래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항상 조언하기를 끝까지 참고해라 라고 했었지만 요즘엔 3학기 앞둔 시점에서도 충분히 자퇴란 좋은 선택지가 될수있다 라고요.

2025.08.24

다행입니다. 우울증 및 공황 장애이셨을 것 같아요. 3자 입장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게 당시에는 힘든데 비슷한 상황이 또 오면 최대한 3자입장에서 바라봐야 분리가 되더라고요. 그리고 운동으로 몸을 건강히 해야 그런 상황에서 좀 더 쉽게 벗어날 수 있는 것 같아요. 하시는 일 즐기면서 행복하고 건강하게 하시길 바랍니다.

2025.08.24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너무나 질 버텨주시고 견뎌주시고 건강한 마음을 잃지 않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아는, 그리고 좋아했던 분이 생각나네요. 그 분이 당연히 아니시겠지만,,, 이야기가 많이 비슷해서 정말 이입이 됬네요... 누구보다 강하신 분은 바로 글쓴이분이라고 생각해요. 우물안에서 얄량한 권한과 고작해야 조금 빨리 들어와서 미리 배운 속도차이밖에 없으면서 정치 이간질하는 여미새들 많은 요즘.. 말못하실 상황 환경에서 잘 이겨내주시고 회복해가시는 소식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아는 분도 글쓴이분처럼 멋지게 잘, 그리고 누구보다 행복하게 잘 살고 있기를 바라면서... 감사합니다...! 화이팅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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