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에 입학하여 석사 2학기를 끝내고 이제 3차학기에 접어듭니다. 지금 연구실에는 학부 3학년 2학기 끝자락부터 있었으니 이제 만으로 2년이 지났네요. 제가 학부생이었을 당시에는 연구실에 대학원생이 외국인만 있었고, 한국인은 한명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학부생때부터 실험에 관한 전반적인 부분을 전부 독학을 하며 배웠고 입학 후에도 사수는 없었습니다. 배터리를 하는 연구실이라 이것 저것 장비도 잘 다뤄야하고 공부할 게 많았지만 제가 소홀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학부생이던 시절부터 연구실 관리(안전관리나 기기 관리 등등)을 저와 제 팀원들이 맡아서 했고 (당시에 제가 팀장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대학원생이 한명 들어오긴 했지만 여전히 제가 짬밥은 제일 오래 됐었으므로 오히려 그 대학원생이 학부생인 저한테 실험에 관해 지도를 받는 상황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교수님은 제가 연구실로 석사를 진학하길 원하셨고, 저는 타대를 가고싶어 컨텍을 열심히 해보고 실제로 컨텍이 된 곳도 있었지만 안정적인 걸 선호하는 성향 때문인지.. 교수님의 적극적인 구애(?)에 해당 연구실로의 진학을 확정짓게 되었습니다.
근데 요즘 여러가지로 너무 힘들어서 자퇴를 생각하게 됩니다.. 제가 너무 나약해서 그런 것인지 고민이 깊어 처음으로 김박사넷에 글을 써보네요..
1. 연구실 내에서 따돌림
현재 랩실에서는 한국인 대학원생이 많이 들어와서 총 9명의 한국 학생과 2명의 외국인 학생이 있습니다. 그 중 저와 A양이 같이 기업과제를 맡아 작년 봄부터 지금까지 과제 실험을 진행 중입니다. 학부생때부터로 치면 제가 제일 오래됐지만, 실질적으로 대학원생으로는 A양과 제가 동기로 입학하였고 나이도 동갑이라서 매우 친하게 지냈습니다. 퇴근 후에 따로 만나서 놀기도 하고 서로의 연애 상담을 할 정도로 매우 가깝게 지냈어요. 저희 연구실이 체계가 없고 위계질서가 전혀 없는 연구실이라 (이 부분도 스트레스이긴 했습니다) 출근시간이 자유롭습니다. 교수님께서 그렇게 정해주신 것은 아니고, 위계질서가 없다보니 연구실 사람들이 일에 열심히 몰두하는 분위기 자체가 아닙니다. 그러던 중, 제가 랩미팅 날 A양과 출근하기로 약속한 시간보다 10분정도 지각을 했습니다. 근데 전날 A양이 랩실 대청소에 참여하지 않고 샘플 측정을 핑계로 친구와 나가서 놀던 것에 대해 제가 한소리를 한 입장이었습니다. A양은 이에 불만을 가져 저의 지각에 대해 심하게 욕설을 하며 소리를 지르며 저에게 화를 냈습니다. (지각은 제가 잘못한 것이 맞으니 A양이 화낼 동안 저는 계속 미안하다 남은 랩미팅 자료는 내가 다 만들어서 보내겠다고 하였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인데요. 이 이후로 A양은 연구실 사람들과 제 사이를 은근히 갈라놓기 시작하며 결국 현재는 아무도 저와 같이 밥을 먹어주지 않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위계질서가 없던 만큼 사람들끼리 사이는 굉장히 좋았는데, 그 중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하던 게 A양이었고 그런 A양과 제가 다툼이 있었으니 연구실 사람들이 저를 은근히 피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제 나름대로 노력을 해봤는데요.. 연구실 사람들에게 오히려 더 친근하게 다가가도 보았고, A양에게 장문의 편지나 카톡을 보내 화해의 의사를 전달해봤음에도 A양은 저의 모든 연락을 다 읽씹하였습니다 ㅎㅎ.. 얼굴 보고 대화를 해라 고 말하실텐데 얼굴보고 대화 좀 하자고 하면 시간이 안된다며 저라는 사람 자체를 무시해버립니다. 연구실 사람들도 본심이 악한 사람들은 아니니 미워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연구실에 생기는 어떠한 이슈나 기기 고장 등 아무것도 저에게는 공지를 해주지 않는 모습에 점점 정이 떨어져 연구실 사람들과의 소통을 그만두었습니다.
2. 교수님과의 불화
제가 현재 정출연과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해당 연구로 논문을 쓰게 되었고 저는 연구에 참여한 지 3개월도 되지 않아 논문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정출연에서 샘플을 합성하여 보내주면 제가 전기화학적 측정을 진행하는 연구였습니다. 정확히 12월 18일에 논문을 쓰기 시작하자는 말씀을 교수님께서 하셨습니다. 그때까지 논문에 쓰일 샘플에 대한 정확한 비율이나 조건들이 정해지지도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렇지만 교수님께서는 정출연 측에서 시간이 급하니 12월 31일까지 모든 데이터를 뽑아서 논문을 작성하자고 말씀을 해주셨고, 저도 촉박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최대한 열심히 노력해서 모든 데이터를 뽑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이 1월 9일이니 대충 3주정도가 흘렀네요. 불과 저번주까지도 교수님은 연구에 대해 피드백이 거의 없으셨고, 논문 초안을 써가도 읽어보지도 않으셨습니다. 연구제안서에 급하게 투입되어서 바쁘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논문 지도를 거의 해주지 않으셨습니다. 물론 연구제안서 작성에 대학원생들이 모두 투입되었습니다. 교수님께서 정한 아이디어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연구 아이디어를 저희가 처음 문헌조사부터 시작해서 고분자 설계 및 디자인과 제안서 작성까지 모든 부분을 진행했습니다. 당연히 저도 함께 진행했고 이 당시 교수님께서 저에게 직접 "솔직히 나는 이거(제 논문)보다는 연구제안서가 중요한 상황이니 연구제안서 작성에 힘을 써 줬으면 좋겠다"라고 말씀하실 정도였습니다. 그 사이에 저는 2건의 연구제안서 뿐만 아니라 기업과제의 최종보고서와 최종 발표 PPT 제작도 함께 진행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주 랩미팅에서 교수님이 왜 연구가 이렇게 더디냐며 많이 화를 내셨고 저의 자존감이 무너질 만한 발언들을 하셨습니다. (제가 최악의 유형이라는 둥, 1년이나 됐는데 왜 아직도 이거밖에 못하냐, 마인드 자체가 글러먹었다, 나는 니가 이해가 안간다..등등) 평상시 교수님이 화가 나셔도 화를 표출하지 않으시고 빙빙 돌려서 말하시는 타입이라 저도 꽤나 충격을 먹고 많이 우울했습니다. 물론 제가 처음 논문을 쓰는거다보니 많이 부족했고 놓친 부분이 많은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이후로도 교수님은 제가 하는 말이나 제가 내는 아이디어마다 사사건건 트집을 잡으시며 왜 일을 이런식으로밖에 처리를 못하냐고 하십니다.. 제가 부족하고 틀리고 못난 부분에 대해 따끔히 말씀하시는 것은 다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으나 제가 틀렸을 뿐 성실하지 않던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자꾸 저의 성실성에 문제가 있다는 말씀을 하실때마다 너무 힘듭니다..
너무 글이 길어져서 급하게 마무리하게 됐습니다.. 현재 위의 두 가지 이유로 인해 자퇴를 고민중에 있습니다. 물론 다른 자잘한 사건들도 저를 힘들게 하지만 크게 이유를 꼽자면 위의 두 가지가 되겠네요. 이제 트라우마처럼 교수님이 한 마디 하실때마다 죽고싶다는 생각밖에 안듭니다. 연구실 사람들이 저를 따돌리는 것도 익숙해지지 않고요.. 참고로 정신과는 이미 다니고 있습니다. 대학원 입학 전부터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있었는데 많이 나아져있는 상태로 입학을 했다가 요즘 다시 악화되어 줄였던 약을 다시 늘리고 있습니다.
다른 대학원생들도 다들 이런데 버텨내시는 건지, 제가 너무 나약한건지 정말 궁금합니다.. 두서없이 쓴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들 힘든 일 없으시고 평안한 새해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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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개
2025.01.09
여왕벌 A양하고 노예주 교수님이네요 석사 학위가 아까우면 1년 채우시고 이딴 인간들하고는 상종을 않겠다면 나오세요
2025.01.09
대댓글 2개
2025.01.09
2025.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