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경력이 긴 박사과정 형님이 사라졌다. 나이가 많아 최고 연차인 박사보다 사실상 랩장 역할을 해왔기에 그의 손에는 교수님 통장, 비밀번호 등 다 가지고 있었다. 인건비를 모으던 통장에 있던 3천만원을 자기 계좌로 입금시키고 탈주한 것이다.
대학원에서 돈의 출처 중에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국민 세금이다. 새로운 발견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이에 정부에서 세금으로 연구비를 지원하는데 지원하는 형식은 과제 (프로젝트) 이다. 돈을 줄테니 무언가를 수행해서 보고하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들어간 내 노동력을 인건비 명목으로 받는다.
우리 랩실 인건비는 100만원이지만, 200만원을 준다. 100만원은 연구실 회식, 논문 투고료, 교수님 차 값 등에 사용하기 위해 가라로 주는 것이다. 그러면 항상 월급을 받자마자 학생들이 각각 ATM에서 돈을 모아 랩장에게 전달해주면 랩장은 그걸 교수님 계좌에 넣어놓는다.
교수는 화를 내며 난리를 치기 시작했다.
교수: "너네들은 졸업 못할줄 알아"
그러나 경찰서에 신고를 할 수 없다. 부정한 돈이기 때문이다. 애들 돈 인건비를 회수하는게 학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공식적으로 경찰이 문제를 제기하면 학교 측에서 징계를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가 한거라곤 꼬박 돈을 뽑은 것 밖에 없는데 왜 욕을 먹어야하는지 힘들었다. 어찌됫든 학위만 날아간거지 3천만원은 챙긴 형님이 부럽기도 하다.
이어 교수 사모님이 연구실에 들어와서 돈 관리를 왜 그렇게밖에 못했냐고 화를 내기 시작했다. 자초지종 들어보니 교수님의 늦둥이 둘째 딸래미의 고등학교 미국 명문 보딩스쿨 등록금으로 3천만원을 2개월 뒤에 낼 예정이었던 것이다. 근데 3천만원이 사라졌으니 빨리 2개월 안에 우리보고 모아오라고 시켰다.
학생인 우리가 3천만원을 2개월만에 어떻게 모으는가? 최고 연차인 박사학생이 계산기를 두들기더니 이야기를 시작했다.
2024.01.25
2024.01.25
2024.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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