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교수가 당시 유럽에서 길게 생활하다온 분이고 좀 진보/페미니스트 이런거 하시던 분이어서.. 일들이 많았지.
과제 제안서 다 써놓고는.. 주관이 개인정보제공동의서 달랬는데 거기 주민등록번호 들어가잖아.. 근데 왜 우리가 개인정보를 넘겨야하냐고 티격태격하다 과제 못내기도 하고.. 뭐 이런식이니 한국에서 교수생활이 순탄했겠어?
그리고 페미니스트라.. 누가 누구를 경제적으로 부양하고 책임지고 이런걸 거의 알레르기 수준으로 싫어해서
석사 3학기 까지는 인건비를 주지만 마지막 학기 - 박사는 자기가 제안서를 써서 과제를 가져와야함. 그리고 본인 연구를 해서 그 과제에서 인건비를 받는 것임. 이게 약간 나중에 알고보니 유럽식이라더라고.. 우리 교수는 근데 우리나라 대학은 유럽과 다르게 등록금을 내야한다는걸 몰랐던 모양이야.
그렇지만 사생활 보호 이런건 좀 신경쓰려고 해서.. 대학원생에게 이메일도 안쓰고 대학원생 방 앞에 쪽지 함이 있어서.. 교수가 할 말이 있으면 그 쪽지함에 넣고 가고 그랬었음.
회식 이런거 당연히 없고.. 내가 석사졸업할때까지 같은 랩 학생들하고도 서로서로 얘기도 거의 안하지만 필요한 말은 존대하고 살았음.
근데 이 랩 어떻게 된지 아냐? 나중에 들은 얘기가 그 박사가 자기가 제안서 쓴과제로 과제하면서 재료비 상품권으로 바꿔먹고 이러다가.. 교수가 그거 새카맣게 모르고 있다 걸려서... 결국 교수 관뒀대.
근데 랩분위기가 서로 뭐하는지도 모르고.. 사생활 보호해주느라 뭐 어디있는지도 모르고.. 이러다가 저 과제 돈을 뭘 어떻게 하는지 저 사람 말고는 아무도 몰랐던거야. 그래도 싸인하던 교수도 뭔가 이상하다는걸 몰랐다는것도 참.
블랙코메디 같지?
그때 늘 하던 얘기가 너희가 과제따오면.. 그건 너희 과제니까 돈을 어떻게 쓰던지 뭐 터치 안하겠다.. 이런거였는데 사실 어쨌든 과제 책임자가 자기잖아. 생각해보면 그것도 문제인거지..
세상을 너무 이상적으로 생각해서.. 이러다보면 결국 자기가 할거도 안하거나.. 이러다 끝이 저런거 같음.
저런 랩은 자발적으로 연구하고 자기 일 잘하면서 남에게 폐 안끼치고 사는 사람들이 갔으면 진짜 잘 운영되었을텐데.. 우리 랩이 저 랩이랑 약간 비슷함.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 교수님은 자기 과제 못 따오거나 대학원은 오고 싶은데 장학금 추천해줄 수준 안되는 멍청한 애들은 교수님 본인이 잡일이라도 시키면서 등록금/인건비 챙겨주시고 잘 하는 애들은 외부에서 과제하는 거 본인 이름까지 빌려주면서 인건비 풀로 받게 밀어주심 (네트워크 형성까지 다 도와줌). 하지만 사생활 보호 때문에 서로 만나거나 회식하거나 주말에 연락하는 건 아예 없음 (지금까지 내가 먼저 연락했었음/주말에 sci 수정본 제출 마감이고 그럴 때에 한해서만). 과에서 우리 랩 실적으로 항상 1등임, 교수님은 우수교원이시고 비리 같은 거 한 번도 없었음. 지금 글에 있는 교수님의 큰 실수는 비리 저지를만한 인성의 쓰레기를 박사과정으로 뽑았다는 것임. 개인적으로 매우 안타까움...
2021.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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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31